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7 - 첫 격전
밤사이에 모인 구름은 아침부터 작전지역 일대에 소나기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대대본부로부터 어제 생포한 V.C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며 입수된 정보대로 소낙비를 맞으면서 V.C들이 있는 지점을 찾아 촌락을 지나고 사탕수수밭을 지나고 늪지대를 건넜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목표지점에 다다르자 우리 소대는 브라킹(차단)임무이기 때문에 작전지역 일대를 차단하면서 V.C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비가 멎자 이내 햇살이 나오고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V.C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비에 흠뻑 젖은 작업복에서는 작렬하는 태양으로 인해 김이 무럭무럭 났다.
중대CP에서 무전연락이 왔다. 1소대에서 동굴탐색 중 V.C 20명 생포, 칼빈 8정, AK소총 8정, 권총 1정, 수류탄외 다수를 노획했다는 무전 보고였다. 완전 소탕이 끝난 소대는 중대와 합류하고 1소대가 생포한 V.C중에는 예쁘게 생긴 여자V.C도 보였다.
"동굴 탐색에는 모두 다 귀신이야 귀신!"
2분대장인 김 하사관이 웃으며 말했다. V.C를 헬리콥터로 후송시킨 다음 지역 일대 소탕이 끝나자 중대는 18시50분경 5번 도로를 따라 철수하기 시작했으며 1소대가 첨병소대로 앞장서서 먼저 철수하고 중대 CP가 1소대를 따라 철수하자 2소대가 그 뒤를 따랐다. 우리 소대는 후위 소대로서 철수하면서 후방과 측방 지역의 으슥한 곳 일대에다 요란사격을 하면서 빠른 속도의 행군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행군하는 데 많은 지장이 오고 V.C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에 행군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행군을 하면서 소대는 으슥한 곳을 향해 계속 위협사격을 하고 후위소대로 철수하던 중 우측 개활지 건너 숲 속에서 V.C의 자동화기 사격을 받았다. V.C의 자동화기 사격으로 분대의 자동화기 사수가 어깨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분대는 일제히 분산해서 5번 도로 옆 논바닥으로 굴렀다. V.C의 총알이 날아오는 쪽은 철수하는 방향의 오른쪽이고 우리가 은폐한 곳은 철수하던 방향의 도로 왼편이었다.
주위는 서서히 어둠으로 덮이기 시작했고 분대가 V.C의 사격을 피해 은폐한 5번 도로 양쪽으로는 500m 정도가 밀림으로 우거져 있었다. 개활지 건너편의 우거진 양쪽 밀림 속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V.C의 자동화기 사격과 소총사격이 우리를 향해 계속 날아왔고 우리가 배치된 개활지쪽 밀림 속에서도 앞쪽 화력의 절반정도 되는 총탄들이 날아 왔다. 결국 양쪽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는 꼴이었다.
소대가 5번 도로를 따라 철수해 지나온 곳은 1,000m 이상의 개활 지였다. 그리고 첨병소대와 중대본부가 먼저 철수한 도로의 앞쪽으로는 약 200m 정도의 개활 지를 지난 다음 숲속으로 5번 도로가 뻗어 있었다.
우리가 배치된 은폐물은 높이가 겨우 철모를 세운 높이와 비슷하여 V.C의 사격을 피하기에는 너무 낮은 은폐물이었다. 분대는 V.C의 첫 저격사격에 2명의 부상자가 생겼고 양쪽에서 쏘아대는 실탄이 비오듯 날아왔다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를 몰라 소대장의 지시를 기다렸으나 소대장과 1분대는 5번 도로 따라 철수하는 양쪽 방향의 숲 속으로 이미 빠진 뒤였다.
철수하는 행군대형의 제일 앞쪽에는 첨병 1소대, 중대본부, 2소대, 그리고 우리 3소대가 따랐으니 우리는 후위소대로서 소대본부가 제일 앞에 위치하고 그 뒤로 1분대, 3분대,2분대 순으로 2열 종대 대형을 유지하면서 철수했었다.내가 상황을 판단하기로는, 우리가 제일 후위 소대로서 V.C의 예상 접근로인 숲 속의 으슥한 곳을 향해 요란사격을 하면서 철수하고 있었으나 양쪽에서 빗발치듯 날아오는 V.C의 사격에 철수가 중단 된 채 부상자가 생기고 고립된 것도 모르고 중대는 지금도 목표 숙영지를 향해 계속 철수하고 있을 것 같았다. 1분대와 소대본부는 숲 속으로 빠진 것이 틀림없었고 결국 고립된 분대는 우리분대와 2분대뿐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2분대장 김 하사관 보다 선임 이였다. 때문에 이곳 지휘는 내가 해야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모이자 곧 행동으로 옮겼다. 현 상황에서 지원부대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희생자만 늘어날 뿐, 있는 화력으로 총 동원해서 양쪽 숲속을 일제사격을 하면서 철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하사관을 부르자 낮은 포복으로 내 위치까지 온 김하사관에게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주위는 어둠이 짙어져 캄캄해지기 직전이었다. 계속 버텨나가다가는 희생자만 늘어날 뿐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일제사격을 하면서 철수하자는 제의에 김하사관도 동의했다.
V.C들은 삼면에서 어둠을 이용하여 자기들 세상인양 기다렸다는 듯이 R.K.T포 사격과 자동화기, 소화기 할 것 없이 억수같이 퍼부어 대면서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달이 떠올랐다. 떠오르는 달빛에 의해 주위가 서서히 밝아왔다.
"꽝- 꽝- 꽈 광-"
"따르륵- 따르륵-"
V.C들은 소수병력이 아니었다.
등뒤로는 1개소대병력, 앞쪽으로는 2개소대 병력이라는 것을 V.C의 화력으로 미루어 보아 짐작할 수 있었었다.
"가 분대는 들어라. 화력을 있는 대로 총집중해서 2분대는 뒤쪽, 3분대는 전방을 향해 최대한의 화력으로 일제히 사격을 하면서 중대가 철수한 방향으로 뛴다. 부상자는 두명이 1조씩 만들어 부축하면서 철수한다."
나는 반복해서 소리를 질렀다.
예광탄은 그칠 줄 모르고 줄지어 날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미 철수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다시 소리를 질렀다.
"완전무장을 버리고 부상자를 부축해라. 철수한다."
부상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소나기같이 퍼부어 대는 V.C의 실탄을 피해 부상자를 부축하면서 철수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결과를 예측하게 했다. 오히려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것도 같았다.
"포복으로 철수한다. 부상자는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어라. 나머지 대원들은 계속 엄호사격을 하면서 철수한다."
조금 씩 조금씩 낮은 포복으로 양면 사격을 받으면서 움직였다. 그러나 도로의 은폐물이 너무 낮아 더 이상 포복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음을 느꼈다. 부상자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빗발치듯 날아오는 총탄들 사이로 이따금 R.K.T포가 날아와 폭음소리를 내며 터졌다.
"꽝- 꽈광-"
"따르륵 따르륵-"
"꽝- 꽝-"
V.C의 총알이 소낙비처럼 퍼붓고 있는 이곳 격전지점은 추라이의 유명한 '죽음의 다리'부근이었다.
이곳 격전지에서 얼마가지 않으면은 '죽음의 다리'가 나타난다.
중대는 죽음의 다리 부근에서 숙영을 하기로 했다. 철수하기 전 지도상에 나타난 '죽음의 다리'를 보았다.
청룡부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 다리를 추라이의 '죽음의 다리'라고 불렀다.
결국 우리도 '죽음의 다리'부근에서 V.C의 함정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시간은 멈추어 버린 듯 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는데 철수한 방향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하늘을 보고 원망도 했다가 울분을 참지못하고 소대가 철수한 방향을 향해 한 탄창의 실탄을 퍼부어도 보았다. 부상병의 신음소리와 '따르륵- 따르륵- 꽝-'하는 광란의 소리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분대원이 가지고 있는 신호탄은 이미 다 써버렸고 신호탄을 보면 적정이 있는 줄 알았어야하고 지금쯤은 지원부대가 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V.C의 화력은 더욱 기세가 세어졌고 중대의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오늘 여기가 우리들의 무덤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렵거나 아쉬운 것이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해병답게 비굴하지 않게 싸우다가 죽을 뿐.
사방에서 쏘아대는 V.C의 사격은 줄기줄기 예광탄이 되어 날아오고 우리가 쏘아대는 사격도 예광탄이 되어 줄지어 날아갔다. 이따금 주위에서 터지는 R.K.T포탄의 폭음소리와 분대원이 쏘아대는 유탄발사소리, 소화기 소리, 거기에 부상자의 신음소리가 주위를 아비규환 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충혈된 눈으로 대원들은 예광탄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계속 사격을 해댔다.
"탕- 탕-"
"따르륵- 따르륵-"
달빛 속에서 예광탄이 무질서하게 하늘을 수놓고 대원들의 눈동자는 달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논바닥에 엎드려서 앞 뒤쪽 V.C를 향해 총을 쏘아대는 분대원들과 부상자들을 보니 몸 속에서 피가 끌어 올랐다. 계속 사격을 하던 2분대 유탄발사기 사수인 최 일병이 또 쓰러졌다.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는 최 일병을 옆에서 지켜보던 2분대장 김 하사관이 말릴 사이도 없이 일어서서 비오듯 날아오는 V.C의 화기를 향해 한 탄창의 실탄을 퍼붓고 난 다음 그 자리에 쓰러졌다.
"김 하사관!"
소리를 지르며 김 하사관 옆에 갔을 때는 이미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상태였다.
"분대원을 부탁..."
김 하사관은 눈을 감았다. 분대장이 쓰러져 숨을 거두자 이를 지켜보던 분대원이 벌떡 일어서더니 울면서 사격을 했다.
나는 황급히 그 분대원을 덮쳐 쓰러트렸다.
"죽고싶어 환장했나 이 자식아!"
뺨을 한 대 갈겼다. 김 하사관이 전사하자 분대원들은 흥분과 울분을 참지 못했고 V.C들을 향해 일제히 정신없이 사격을 가했다.
"실탄을 아껴 써라. 실탄을 아껴 써야 된다."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고 이럴 때 무전기만 있다면 이렇게까지 답답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소대 무전기와 같이 먼저 철수한 소대장이 원망스럽기 한이 없었다.
안타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지원부대가 온다는 것은 희박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지원을 요청하러 가야만 했다. 박 병장을 보낼까 생각했으나 빗발치는 사선을 뚫고 간다는 것은 10%의 가능성도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박 병장은 귀국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 병장을 무사히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요행으로 이 지역을 벗어나 소대본부까지 간다해도 지원이 오래 지연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내가 가기로 마음을 먹었고 박 병장을 불렀다.
"분대원을 부탁한다. 이대로 당하면서 지원부대가 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될 수 있는 한 실탄을 아껴쓰고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무모한 행동은 삼가라. 귀국이 며칠 남지 않았잖아. 빠른 시간 안에 지원부대를 데리고 오겠다.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줄 알지?"
"예, 분대장이 올 때까지 희생자를 내지 않고 계속 버티어 보겠습니다만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걱정 마라 인명은 재천이라 했어. 내가 뛰거든 일제히 양쪽으로 엄호사격을 부탁한다."
박 병장에게 분대원을 인계하고서는 100m달리기 선수보다 더 빨리 숲 속을 향해 뛰었다. V.C의 총알이 양쪽에서 나에게 날아들었다. 오직 앞쪽만을 보고 뛰어갔다. V.C들은 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사격을 했고 나는 숲 입구까지 와서 곤두박질을 쳤다. 다리에 한방 맞은 것 같았다. 옷이 찢겨져 정강이에서 피가 흘렀으나 가만히 보니 총에 맞은 것이 아니고 철조망에 걸려 정강이가 찢어진 것이었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철조망이 쳐져있는 것을 못 봤던 모양이었다. 아무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다만 개활지를 통과했다는 생각으로 붕대를 꺼내서 대충 다리를 동여매고 나서 이번에는 소리쳐 부르면서 뛰었다.
"3소대! 3소대!"
"분대장님 여깁니다."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니 1분대였다.
"소대장은 어디 있나?"
소대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통신병과 함께 서 있었다.
"XXX야, 네가 소대장이냐?"
소대장에게 소리를 꽥지르고 나서 허공을 향해 마구 총을 쏘았다. 소대장은 울고 있었다.
"병신XX 울기는..."
대충 상황이 짐작이 되었다. 소대는 중대의 뒤를 따라 소대본부가 제일 먼저 철수했다. 2분대와 3분대가 V.C의 기습사격에 의해 고립된 채 철수가 중단되어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철수하면서 숲 속을 향해 우리가 요란사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소대본부는 계속 중대를 따라 철수했을 것이다. 뒤 늦게야 오색 조명탄이 떠오르고 R.K.T탄의 폭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고 상황이 붙었을 줄 알았을 것이다.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소대의 1개분대 병력으로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소대장은 중대본부로 무전연락을 했으리라. 중대본부는 뒤쪽에서 V.C에 의해 중대의 일부가 고립된 것도 모르고 숙영지에 도착해 숙영준비에 바빴으리라. 소대장에 처한 입장을 이해할 것 같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소대원을 사지에 내버려두고 지원병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생각하니 X같은 소대장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소대원이 지금 생과 사의 길에서 헤매고 있는데 어찌 지원부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2분대장과 최 일병이 전사하고 현재 대원4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하고
"지원병력이 오든 안 오든 난 분대원들과 같이 죽겠다"고 말하고 소대장의 곁을 떠나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기 짝이 없었고 소대장은 나를 말리지도 않았고, 나도 소대장과 같이 가자고, 가서 죽자고 하지도 않았다. 분명한 것은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휘발유를 안고 불 속으로 뛰어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소대장은 분명 지원병력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리라. 지금 분대원들은 어떻게 돼 있을까. 혹시 부상자가 더 생기지 않았을까? 박 병장은......
잡다한 생각을 하며 소대장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50m 정도 뛰어왔을까? '권 하사관'하며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2소대분대장인 최원웅 하사(하사관학교 동기생)가 나를 불러 세웠다. 최 하사관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상황이 어찌 되었나?"
묻는 말에 대충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최하사관은 성을 버럭 냈다.
"병신 같은 자식~ 혼자 가서 무얼 한다는 거냐!"
"그럼 분대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지원병력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란 말이냐! 지원병력이 올 때 쯤이면 다 죽고 난 다음다음일거다."
"야 이 병신아! 중대본부에서 연락 받고 지원하러 내가 이렇게 왔잖아 임마. 우리 소대도 지금 이리로 오고 있다. 우선 우리 분대와 같이 가자. 통신병이 같이 왔다. V.C가 있는 좌표나 빨리 불러라."
최하사관의 말을 듣고 V.C가 밀집되어 있는 좌표 「B.S 550,763」「B.S 548,767」 두 지점을 정확히 알려 주었다. 최하사관은 곧바로 무전을 쳤다.
"V.C가 있는 지점을 중대본부에 연락하여 아군의 60m/m박격포 지원사격과 포병대대의 포 지원 사격을 바란다."
무전을 끊고 분대원들에게 명령했다.
"분대 전원 완전무장을 현 위치에다 벗고 단독무장 출발 준비!"
최하사관의 전우애와 빈틈없는 행동을 보니 힘이 용솟음쳤다. 최하사관과 합류, 우리 분대와 2분대가 고립되어 있는 격전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조명탄이 지역 일대를 훤하게 밝혀 주었다. '와아~~"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소대 1분대와 소대장, 그 뒤를 따라 2소대장과 2소대도 보였다. 양손에 힘이 솟아올랐다.
숲을 지나 개활지 입구까지 왔을 때는 중대본부에서 날려보낸 60m/m박격포탄이 V.C가 있는 지점에 정확히 낙하되고 조명탄이 훤하게 주위 일대를 비추면서 공중에 떠 있었다. 우린 개활지에서부터 도로 양편으로 갈라져 함성을 지르며 소나기 같은 사격을 양 숲속으로 퍼부으면서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꽈광~꽈~"
"꽈꽝~ 꽈꽝~"
요란한 폭음소리를 내면서 포병대대에서 요청한 지원 포 사격이 V.C가 위치한 양쪽 숲속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V.C의 사격이 순간 멈추어졌다. 중대는 개활지 양쪽으로 왼쪽은 1소대, 오른쪽은 2소대가 맡고 우린 전사자와 부상자를 데리고 중대 숙영지로 가는데 쉴 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울지 않으려고 해도 몸이 부르르 떨리고 치가 떨리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전우의 생명 하나와 V.C 10명 아니 100명과도 바꿀 수 없다는 뼈저린 생각에 끓어오르는 피와 눈물을 참을 길이 없었다.
오늘의 울분을 반드시 되돌려 주고 말리라. 김하사관이 눈을 감던 그 마지막 순간은 가슴에 박혀 평생 떨어지거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최하사관의 전우애를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만일 최하사관이 나를 불러 세우지 않았던들 혼자 적진으로 뛰어들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당연히 나는...
'죽음의 다리' 숙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전사자와 전상자들을 헬리콥터로 후송 시키고 난 뒤 야전 텐트 속으로 돌아왔다. 식욕도 전혀 없었고 몇 시간 전, 그 아비규환이던 격전지가 계속 떠올라 밤새 뜬눈으로 지세웠다. 슬픈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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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십 자 성
사연 많은 남십자성
너를 바라보며
외로움을
초조와 긴장을
분노와 안타까움을 달랜다
어둠이 깔린 추라이 전선
멀리서 반짝이는 남십자성 아래
줄지어 나는 예광탄
포탄소리
끓어오르는 분노로도 채워지지 않는
텅 빈 가슴을
전우를 보낸 후에야 깨달았다.
남십자성아!
이런 것을 이별이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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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수
'꽝~ 꽝~'
'따르륵~ 따르륵~'
'따콩~ 따콩~'
폭음이 고막을 때리고
총탄이 난무하던
추라이, 죽음의 다리
그날 그곳!
아우성 소리
총탄 튀는 소리
전우가 남긴 마지막 절규
아픈 추억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도
샛별처럼
섬광처럼
번쩍이는
청룡의 눈매
그 속엔 전우를 잃은
끓어오르는 분노가 있고
터질 듯한 슬픔이 있다
오너라 V.C들이여
여기 얼룩이 청룡이 있다.
내가 버티고 있다
울부짖음으로 들끓는
가슴 안고
남십자성 별빛이
고요히 흐르는 밤
희미한 야자수 그늘 밑
도마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청룡을 애수에 잠기게 하더니
기어이
소리없이 오열케 하는구나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
'★해병대 부사관 글 > 해병하사 권동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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