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8 - 항공포탄과 부비트랩

머린코341(mc341) 2015. 6. 1. 05:52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8 - 항공포탄과 부비트랩

 

 

대대본부로부터 새로운 작전명령이 떨어지자 중대는 작전준비를 끝내고 07시경에 맑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첫 목표지점을 향해 기동했다. 중대 숙영지와 연결된 100고지 정상까지 와서 목표지역 일대를 하나하나 관측했다. 쌍안경으로 본 목표지역 일대는 촌락들이 밀림 속에 파묻혀 있고 우리가 위치한 100고지 하단 부에서부터는 50m의 개활지가 있었다.

 

개활지 뒤로는 작은 고지들이 줄지어 있었고 고지들과 밀림사이로 가려져 있던 촌락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게 보였다. 100고지 정상에서 관측한 결과로는 작은 고지들 주변이나 밀림 속이나 촌락들이 있는 곳에는 아무런 V.C의 움직임도 발견할 수 없었다. 중대는 전방에 아무런 V.C의 움직임도 발견하지 못하고 100고지의 하단 부를 내려와 첫 목표지점을 향해 기동했다.
키 높이 만큼 자란 갈대밭을 뚫고 사주 경계를 하면서 목표지점으로 조심스럽게 기동했다.


"소대 개인거리 확보!"


개인간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기동이라는 지시가 전달사항으로 전달되었다. "개인간의 거리확보"라는 전달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전방 300m 지점에서 V.C들의 강한 공용화기의 저격사격이 빗발치듯 퍼부어졌다.


"엎드려!"하고 소리를 질렀고 대원들은 소리지르지 않아도 총소리만 나면 신속하게 엄폐물을 찾아 귀신같이 엎드렸지만 내 자신도 모르게 엎드리라는 소리가 나왔다. 중대의 기동은 잠시 중단되었다. 엄폐물에 엎드려 V.C의 총알이 날아오는 지점을 찾기 위해 전방 구석구석을 살폈다.


첫 스나이핑(조준 저격사격)에 1소대장인 김도삼 중위가 가슴에 관통상을 입었다. 순식간에 피가 작업복을 붉게 물들였으며 중상 이였다. 압박붕대로 응급조치가 끝나자 무전연락을 받은 헬리콥터가 와서 빨리 후송되었지만 가슴부분인데다 관통상 그리고 심한 출혈까지 있어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조여왔다. 아무튼 하나님의 은총이 있어 무사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보았다.


중대는 총알이 날아온 곳을 향해 일제 사격을 했고 V.C의 정확한 사격위치를 찾고자 조금 돌출 되어있는 능선으로 고개를 내밀자 '핑- 핑-' 하고 총알이 귓전을 스치며 날아왔다. 밀림이 우거져 쉽게V.C의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고 V.C의 기총 사격은 빗발치듯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아군 쪽을 향해 날아왔다. 첫 사격이 시작된 밀림 속을 향해 중대의 60m/m박격포는 계속 포탄세례를 퍼붓고 중대의 공용화기도 V.C의 사격지점을 향해 불을 뿜었다.

 

정확한 적의 위치를 찾고있던 1조장이 좌측 촌락의 집에서 V.C의 집중사격이 있고 V.C의 움직임이 육안으로 보인다고 보고를 해 왔다. 1조장이 가리키는 곳을 살펴보니 촌락의 집에서 쉴 사이 없이 총알이 날아오고 그 주위 숲 군데군데에서는 V.C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과 밀림속 곳곳에 위치한 채 우리를 향해 사격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소대장에게 자세한 V.C의 위치 보고와 동시 중대장에게 보고가 되자 중대 60m/m박격포는 그 지점에 포탄을 퍼부었다. 중대장은 우리 소대에게 v. c가 위치한 곳을 향해 좌회전해서 접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소대와 분대는 좌측으로 이동하여 갈대 숲을 은폐물로 삼아 v. c가 위치한 곳을 향해 계속 접근하여 갔다.

 

갈대 숲을 지나 작은 능선을 엄폐물로 분대는 횡대 대형을 유지하면서 낮은 포복 자세로 조금 씩 조금씩 v. c가 위치한 곳을 향해 접근하였고 중대는 우리소대의 접근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적의 지점일대에 집중사격을 하였다. v.c가 있는 지점이 가까워지자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v.c가 있는 지점 가까이 접근했으니 퇴로를 차단하게끔 v.c의 뒤쪽으로 박격포 탄 지점을 바꾸고 우리소대가 일제히 앞으로 돌격할 때 중대도 공격해 주기 바란다고 무전 연락을 했다.

 

소대는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좌측 촌락 집들이 있는 주위를 사격하면서 포위하다시피 접근 공격을 했다. 촌락 일대 구석구석을 이잡듯이 수색했으나 v.c는 흔적도 없고 여기저기 탄피만 수없이 흩어져 있었다.v.c들은 우리소대가 접근하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도주한 뒤 인 것 같았다.

 

촌락 집과 연결된 교통호가 있어 따라가니 군데군데 탄피가 흩어져있고 중대의 박격포 탄이 정확하게 명중했는지2구의 v.c시체가 피범벅이 되어 찢어진 채 죽어있었다. 부상을 입은 v.c는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알고 황급히 도주했는지 교통 호에 핏자국이 줄이어져 있었다. 심한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자세한 상황을 소대장에게 보고한 뒤 교통 호에 이어져 있는 핏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부상당한 v.c를 쫓아갔다.

 

마을을 탐색하면서 잠시 휴식


핏자국은 마을 교통호 끝을 10m 남겨두고 멎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핏자국은 교통호에서 멎은 채 더 이상 흔적이 없었다. 중대는 촌락 일대를 완전 포위하고 난 뒤 소대별로 나뉘어져 소대의 일개분대씩 밀림 속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1개소대의 v.c들이 2구의 시체만 남겨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굴 입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촌락의 집들과 굴 입구가 있을만한 곳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면서 분대원들을 데리고 부상당한 v.c가 사라진, 핏자국이 맺어진 교통호 일대를 샅샅이 조사했다.

 

 v.c가 파 놓은 교통호는 폭이 80cm 높이는 60cm정도였다. 꾸불꾸불하게 촌락 외곽지 주변으로 방어진지처럼 구축된 교통호의 길이는 100m나 되었고 100m 길이에 5m간격으로 사람하나 정도 대피할 수 있는 대피호가 20개나 줄지어 있었으나 별다른 것은 찾지 못했다. 대피호 주위에 어딘가 동굴입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피호를 하나하나 조사하기 시작, 계속 탐색해 가던 중 마침내 동굴의 입구를 찾을 수가 있었다.

 

숲속 탐색중에

 

여간 주위 깊게 살펴보지 않고서는 동굴입구를 분간하기 어렵게 위장되어 있었고 대검으로 이리저리 조사하니 바닥에 부딪히는 것이 있어 조심조심하여 바닥에 흙을 걷어 냈다. 흙이 걷혀지자 바닥은 나무판자로 위장되어 있었으며 대검으로 나무판자를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정 상병이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라는 말을 했다.

 

그제야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구나 싶어 행동 하나 하나에 조심과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대대본부에서의 지뢰와 부비트랩 교육을 깜박 잊고 행동할 뻔했다. v.c의 장애물 설치, 예방, 제거방법 등이 순간에 떠올랐다. 방탄 조끼를 벗어 굴 입구를 가리고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서 대검 끝으로 판자 주위의 흙을 완전히 걷어 냈으나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대검으로 판자를 조금씩 들어 올렸다. 30도 가량의 높이까지 들어올렸으나 아무 이상도 없었고 들어올린 틈 사이로 굴속의 찬 공기만 불어왔다. 찬 공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굴이 깊고 넓게 파여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머리를 바닥에 댄 채 머리앞 부분을 방탄조끼로 방패를 하고 판자를 완전히 치켜올렸다.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누군가 몸을 흔드는 것 같아 정신을 차렸으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은 흙더미에 묻혀있었고 왼손에 쥐고 있던 방탄조끼와 오른손에 쥐고있던 대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보니 소대장과 대원들이 둘러서 있었고 정 상병이 허리에 있는 바위덩이 만한 흙더미를 치우고 나서 움직일 수 있었다.

 

흙더미가 허리를 덮치는 순간 허리를 다쳤는지 움직이는데 통증이 왔다. 다른곳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대검을 쥔 오른손 손목이 아프고 손등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나는 손등을 간단히 치료하였으며 파편이 조금 스치고 간 자리일 뿐 큰 상처는 아니었다. 나는 뻥 뚫린 동굴을 보고 저 동굴은 내 손으로 탐색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소대장에게 건의를 했다.

 

 

"이 동굴은 제가 탐색하겠습니다."
"몸이 정상인 것 같지 않으니 권하사관은 쉬고 다른 대원으로 탐색시키겠다."
"아닙니다. 이 굴은 꼭 제가 탐색하겠습니다."
"전과 세워 훈장 타려고?"
"훈장이 뭐기에 죽을지 살지 모르는 V.C들이 있는 굴속을 들어갑니까? 굴 입구도 제가 찾았고 동굴 탐색에는 자신 있습니다."
"좋아 훈장이야기는 농담이고 말리지 않는다. 그 대신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 침착하게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알겠나?"
"잘 알았습니다.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하겠습니다."


탐색장비를 갖춘 다음 마을에서 노획한 노끈 뭉치를 헤아려보니 30m쯤 되었다. 노끈의 한쪽 끝을 허리에 묶은 채 정상병외 다른 대원 2명과 같이 뻥 뚫린 굴속으로 조심스럽게 들러갔다. 굴 입구는 비할 데 없이 좁아 겨우 한사람이 들러갈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높이는 사람의 키만큼 파여져 있었으며 바닥에는 조금전 장애물이 폭발할 때 떨어진 흙덩이가 쌓여져 있었으나 별 이상한 것은 찾지 못했다.


L자로 구부러진 굴 앞쪽을 향해 조금씩 엉금엉금 기면서 계속 들어갔으며 입구로부터 40m정도 들어왔을까, 긴장 탓인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동굴의 크기는 굴 입구보다 넓게 파여져 좌우 양팔을 벌려도 닿지 않았다. 무척 깊숙이 땅속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굴 입구에서 V.C의 장애물에 혼이 난 생각이 들었다. V.C들은 분명히 군데군데 장애물을 설치해 놓았을 것이다. 더욱 세밀하게 플래시로 관찰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곳은 대검으로 조심스레 건드려 보면서 계속 굴속을 탐색해 나갔다. 마음은 초조해지고 권총을 쥔 오른손 손바닥은 흠뻑 땀으로 젖었다.


넓게 파여져 있던 굴은 차츰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다시 넓어졌다. 넓게 파여진 이곳은 V.C들의 집합장소일까? 굴은 층층으로 된 계단 통로로 변했다. 분명 장비로 파진 않았을 것이고 손이나 작은 연장으로 판 것이 분명하다. 이 정도 규모로 파려면 어느 정도의 인원으로 얼마만한 시간이 걸려 완성시킬 수 있었을까? 층층계단은 대나무로 엮어져 만들어져 있었고 대나무로 만든 계단을 조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혹시 장애물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면서 세밀히 조사를 했다. 계단에 교묘하게 설치해 놓은 장애물을 찾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굴속에서 콩가루가 될 것이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계속 흘러내려 젖어있는 작업복을 더더욱 젖게 만들었다. 계단을 다 내려오고 주위를 살핀 다음 계속 전진하였더니 굴은 우측으로 반달모양으로 둥글게 굽어있었다. 굴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을 보면 사람의 왕래가 자주 있었던 것 같다. 장구나 의류 같은 것이 보이질 않는 걸로 미루어 보아 숙식하는 곳은 아닐 듯했다. 굴은 얼마가지 않아 또 조금씩 좁아지면서 사방 70cm정도의 판자 문으로 굴 끝을 이루고 있었다. 문 저쪽이던 이쪽이던 지뢰나 부비트랩이 있을 것은 분명했고 장애물 폭발에 대비해서 탐색 조를 먼 거리에 멈추게 하고 판자문 뒤쪽에 개미 기어가는 소리라도 들을 양으로 귀를 곤두세웠다.

 

몸을 벽에 밀착시킨 채 판자 문 입구까지 접근 할 때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판자문 입구에 와서 귀를 곤두세웠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불빛으로 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것은 보이질 않았다. 문은 반대편 쪽으로 열게 되어 있었는데 문을 열면 분명히 문 주위에 설치되어 있는 어떤 장애물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 문을 지나면 또 다른 무엇이 우리를 반기면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떤 방법으로 판자문을 열고 계속 탐색을 할까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굴 문에서 5m정도 뒤로 물러선 다음 수류탄의 안전핀을 잘 빠지지 않게끔 더 굽힌 후 수류탄을 문을 향해 던지기로 했다. 날아가는 힘에 의해 문이 열리던지 아니면 장애물이 터지든지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좋았다. 수류탄은 35m이상까지 던질 수 있었다.


문이 오른쪽이 미는 것이라는 것을 이미 확인했으므로 플래시를 바닥에 놓은 다음 있는 힘을 다해 문 오른쪽으로 세게 던지고는 엎드렸다. '꽝-'하는 판자문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올 뿐 폭발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문은 수류탄의 날아가는 힘에 2/3정도 열려져 있었다. 문 주위에는 장애물이 없다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한번하고 플래시를 비추며 문 입구로 다가갔다. 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을 주어 문 저쪽으로 던질까 하며 안전핀을 빼는 순간 '휘익-'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귓전을 스치고 수류탄이 날아 왔다. 내 뒤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수류탄이다!"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을 앞으로 세게 던지고는 바닥에 엎드렸다.


"꽝-  꽝- "앞뒤에서 굴을 무너트릴 만큼 고음의 폭발소리가 들리고 계속하여 굴속을 왕왕 대며 여운을 남겼다.


"정 상병! 정 상병!"


수류탄이 내 뒤로 날아갔으니 정 상병을 불렀다.

 

"분대장님."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분대장님은요?"
"아무 이상 없다. 난 수류탄이 내 뒤로 날아가기에 하나님 맙소사 했는데 다행이다."
"분대장님이 수류탄이다 하는 소리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엎드렸습니다."
"잘 했다. 아무튼 다행이다."


폭음과 화염이 어느 정도 사라질 무렵 문안으로 들어갔다. 화약 냄새는 진하게 코끝에 와 닿는 가운데 불빛으로 전방을 비추며 조금씩 접근했다. 수류탄 파편에 부상을 입은 V.C가 피를 흘리면서 마지막 눈을 껌뻑이고 누워있었다. 다리가 잘려지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죽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분대장님 솜씨에 탄복했습니다."


정 상병이 어느새 뒤에 와 있었다.


"너무 따라붙지 마라. 정말 좀 전에는 간이 콩알만해졌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었기 망정이지."
"처음 분대장님이 수류탄을 던질 때 뒤로 물러 서 있으라고 해서 계속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V.C를 보니 눈을 희멀겋게 뜨고 죽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은 아니었고 죽은 V.C가 수류탄을 던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며 죽은 V.C를 뒤로하고 굴을 따라 계속 들어갔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수류탄을 던졌는데 한사람은 처참하게 죽고 한사람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숨을  쉬고 있으니 정말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수류탄이 또 날아올지 모른다. 개인간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따라 온나."


정 상병에게 다시 한번 지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양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쥐가 났다.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해도 잘 되질 않았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주르륵 떨어지며 눈이 따가웠다. 조금 전 V.C가 던졌던 방망이 수류탄이 자꾸만 생각난다. 수류탄이 내 얼굴이나 몸에 맞고 떨어졌다면 난 지금쯤 이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그리고 대원들이 무사하니 다행중 다행이었다.

 

 

굴은 세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어느 쪽부터 탐색할까 생각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플래시를 껐다. 굴속은 칠흑 같은 어두움으로 변했으며 탐색 조가 가늘게 쉬는 숨소리와 쿰쿰한 냄새가 뒤섞인 공기만이 굴속을 맴돌 뿐 긴장된 순간이 째깍거리며 초침에 맞추어 지나갔다. 다시; 플래시를 켰다.

 

세 갈래 갈림길에서 플래시로 하나하나 비추어 보고 몇 걸음 뒤로 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맛이 여느 때와 달리 꿀맛이었다. 담배연기는 우리가 온 방향으로 흩어져 갔다. 수통의 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세 갈래위치에 와서 탐색조 2명을 배치해두고 정상병과 같이 오른 쪽 굴부터 탐색해 들어갔다. 오른쪽 굴부터 들어가면서 갈림길에 있는 대원에게 무슨 이상이 있으면 밧줄을 잡아당겨 신호를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굴은 조금씩 위로 향해 계속 파여져 있었다. 비상구가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굴을 따라 계속 갔다. 구불구불하게 20m정도 오니 굴은 끝이 나고 머리 위 부분에 사람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지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은 풀뿌리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고 굴속의 숨구멍임을 확인하고 다시 세 갈래 길까지 왔다.


갈림길에서 왼쪽 굴로 다시 탐색해 들어갔다. 10m정도 들어갔을 때 우측 벽 바닥에 조약돌 3개가 나란히 탑을 이루면서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함정이구나 하고 주위를 샅샅이 조사해보니 돌이 쌓여있는 1m앞에 흙으로 위장한 함정을 쉽게 찾았다. 대검으로 흙을 살살 걷어내니 엮어 놓은 갈대가 보여 갈대를 걷어내고 무엇이 들어있나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죽창함정 아니면 부비트랩일 것 같아 실수하여 잘못 건드리면 굴속에 매장 될 것이 분명했다. 병기나 탄약고 같으면 갈대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자주 열어본 자국이 있을것이지만 자주 열었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장애물이 틀림없었다.


긁어 부스럼 만들 것 같아 정상병에게 조심해서 오라고 말하고 함정을 피해서 지나갔다. 얼마가지 않아 굴은 지상으로 연결된 숨구멍으로 끝이 나 있었다.


다시 세 갈래까지 왔다. 분명 난은 굴은 V.C들의 주  통로임이 틀림없어 대원들을 데리고 중간의 굴로 탐색해 가는 동안 V.C들이 만들어 놓은 수십 개의 살상지역을 통과해야만 했다. 곧게 파여진 굴 양쪽 벽면으로 나무 가지가 뻗은 것처럼 우측에 하나 좌측에 하나 또 우측에 하나.... 2명 정도 들어갈 만큼 굴을 파서 탐색해오는 탐색 조를 향해 저격하거나 살상할 목적인 살상지역은 수십 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플래시 불빛으로 상하좌우를 세밀히 관찰하면서 살상지역이 불빛에 보이면 굴 벽에 몸을 바싹 붙인 채 V.C들의 인기척을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다. 구불구불하게 계속 파여지면서 좌우 측으로 구성된 살상지역은 소름이 돋게 하였으며 살상지역을 통과 할 때마다 식은땀과 함께 온 몸이 저리고 굳어왔다.


의심스럽고 통과하기 힘든 살상지역이 보일 때는 권총으로 한, 두발 쏘아보면서 적의 반응을 지켜보고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양쪽 살상지역의 앞쪽에 수류탄을 던지고서 폭발한 다음 조금씩 진출했다. 그러나 수류탄을 던지고 폭발한 다음 안심하고 통과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살상지역마다 수류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살상지역을 통과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세 갈래 굴에서 지금까지 150m는 더 들어온 것 같았으며 탐색해 들어온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짐작으로 굴은 개활지로 파여져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을의 중심에서 가까운 지점 밑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분전에 본 나무뿌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도 머리 위에는 중대가 위치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전방을 향해 계속 들어갔다.


"누가 노끈을 밟았나?"
"밟지 않았는데요."


노끈이 더 이상 당겨지지 않았다. 노끈을 두 번 당겨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상병과 같이 다시 세게 당기고는 또 한번 당겼다. 잠시 후 노끈이 두 번 당겨졌다. 노끈을 두 번 당기고는 노끈을 풀어놓고 계속 들어갔다. 처음 굴속에 들어올 때 미리 약속한 신호로 사고가 생기거나 300m의 노끈이 더 이상 당겨지지 않으면 노끈으로 지금까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신호하기로 했었다.

 

지상에서 300m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복 아니면 오리걸음으로 온 신경을 V.C의 장애물에 곤두세워가며 한발씩 움직여야하는 굴속에서의 300m는 지상에서 300m보다 훨씬 더 길고 먼 것 같다. 노끈을 풀고 20여분을 구불구불하게 얼마를 어느 쪽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고 이제 점점 더 갈증을 느끼고 수통의 물은 다 마셔 버렸다. 땀은 비오듯 계속 흘러내리고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더구나 몸의 피로는 긴장을 더욱 가중시켰으며 허리도 몹시 아파 왔다.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헛고생만 하는 것 같았으나 이상한 것은 바닥에는 분명 사람의 왕래가 빈번했던 자국들이 있는데 아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조심히 관찰하며 계속 들어가니까 굴은 조금씩 방향이 지상으로 파여져 있었다. 계속 따라 올라가니 굴은 굽어지면서 계속되고 머리 위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굴의 숨구멍이었다. 숨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보아 지상과의 두께가 얼마 되지 않을 듯했으며 희미한 빛이나마 지상의 어디쯤 될까하고 바깥을 보고있는 순간 총소리와 동시에 '핑- 핑- 핑-'하며 3발의 총알이 옷깃을 스치고 굴 뒷벽에 가서 꽂혔다.

 

플래시 불빛을 총알이 날아온 앞쪽을 비추며 한발의 권총을 쏘았다. 이제부터 무언가 풀리는구나 싶어 수류탄을 빼들고 굽은 벽쪽을 향해 총을 쏘면서 접근했다. 꺾어진 지점까지 와서 권총을 바닥에 두고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플래시 불빛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두 명의 V.C가 보였다. 수류탄은 이미 손을 떠나 V.C쪽으로 날아가고 동시에 '탕- 탕-'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왼손에 들려있던 플래시가 손을 떠나면서 주위는 암흑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 재빨리 엎드리자 '꽝-!'하며 굴을 무너트릴 듯한 폭음이 들려왔다. 수류탄의 폭음소리를 듣고 정상병에게 불을 켜라고 소리쳤고 정상병의 불빛이 훤히 나를 비추었다. 왼손을 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고 정상병의 플래시와 권총을 받아들고 내 권총과 플래시를 찾았다. 권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플래시는 1m정도 뒤에 떨어져 있었다. 앞쪽 사각지점을 향해 권총을 한발 더 쏘고는 사각지점까지 오니 2명의 V.C가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엎드려 있는 V.C를 향해 총을 한번 더 쏘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죽은 것 같았다.


정상병이 내 손에서 퉁겨 나간 플래시를 가져왔다. 처음 조준하여 쏜 V.C의 총알이 플래시를 정통으로 맞힌 모양이다. 플래시의 유리를 깨고 반사경을 뚫은 총알은 배터리 속에 박힌 것 같았다. 한숨을 한번 길게 내 쉬고는 시체 가까이에 접근, 앞의 V.C는 오른손에 권총을 쥔 채, 한 명은 1m정도 뒤쪽에서 엎드린 채 오른손에 칼빈 1정을 쥐고 죽어 있었다. 아마 수류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뒤로 뛰다가 파편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은 모양이었다. 권총 1정, 칼빈 1정, 탄창 8개, 방망이 수류탄 3개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현재까지는 V.C와의 싸움에서 계속 승리만 했다. 그러나 죽은 V.C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앞쪽으로 계속 시커멓게 도사리고 있는 컴컴한 굴속을 쳐다보니 조바심이 났다.  내가 수류탄을 던짐과 동시에 V.C는 방아쇠를 당겼다. 나를 겨누고 쏜 것이 플래시를 정통으로 맞추었다. 부서진 플래시를 보자 소름이 끼쳐왔다.


여기까지 탐색해 온 이상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끝까지 탐색할 수밖에 없었다. 노획한 병기를 대원들에게 인계하고 다시 긴장된 마음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죽은 V.C가 있는 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지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보였다. 정상병에게 굴 앞쪽을 지키게 한 다음 사다리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위 부분가지 가보니 밖으로 통하는 비상 출입문인 것 같았다.

 

 

비상구를 열고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도 실컷 마시고 탐색할 생각으로 출입문 주위의 장애물을 찾았으나 장애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문을 들어 올렸으나 꼼짝도 하지 않아 힘을 주어 조금 올리니 조금 들렸다.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은 듯 했다. 지상에서 교묘히 위장하여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했을 것이며 정상병을 불러 같이 들어올리려고 생각했지만 포기하고 사다리를 내려왔다.


사다리 있는 곳에서 긴 시간 동안 탐색을 하여 들어갔고 작업복은 흙과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살갗에 붙어 움직일 때마다 끈적거렸다.


지독한 배설물 냄새가 앞으로부터 풍겨왔다, 역겨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에는 대소변이 여기저기 질서 없이 흩어져 악취를 풍기고 있었으며 구석구석에는 쌀자루, 냄비, 의류와 약품, 담배,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으며 배설물 냄새와 월남인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며 굴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독특한 월남인 냄새가 이 정도로 풍긴다면 상당수의 인원이조금전까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굴의 크기는 20m나 되게 길었고 폭은 학교 복도보다 조금 넓게 파여져 있었다. 넓은 곳을 지나고 나니 다시 좁아졌다. 넓은 곳에서 15m정도 들어왔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권총 탄창의 실탄을 재확인하고


"라이 라이-(나오라)"를 반복해서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어 조금씩 전진하면서 불렀다.

 

V.C의 응답은 없고 머리 위에는 지상과 연결된 비교적 큰 숨구멍이 뚫려져 있었다. 굴 안의 악취가 숨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숨구멍은 어린아이정도는 밑에서 밀어 주면 나갈 만큼 컸다.


지상과의 높이는 50cm정도 되어 보였다. 정상병에게 앞쪽을 경계하도록 하고 밑에서 대검으로 구멍을 팠다. 숨구멍은 온통 풀뿌리로 얽혀져 있었고 나는 계속 밑에서 구멍을 넓혔다. 얼마나 들어왔고 어디쯤 되는지 위치확인을 하고싶었으며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었다. 이일병과 교대해 가면서 구멍의 크기를 넓혀가자 흙덩이가 떨어지고 굴 바닥에는 훍이 쌓이기 시작했다.

 

수분이 지난 후 겨우 머리 부분만 지면으로 내밀 수 있을 만큼 파내어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었다. 주위는 온통 잡초로 덮여있었고 풀과 풀 사이로 누군지 모르지만 중대 대원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해병-  해병."


보이는 해병을 부르자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해병이 내 쪽으로 와서 나를 발견 한 뒤 대뜸 총을  들이댔다.


"임마 나야 나.!"


자세히 보더니 눈을 둥그렇게 뜨고 웃으면서 중대장을 불렀다. 머리와 얼굴이 온통 흙투성이니 V.C로 착각 할만 했고 잠시 후 중대장이 나타났다. 중대장은 몇 시간 동안 소식이 없어 죽은 줄 알았다면서 정말 반가워했다.


"우선 이곳 좀 파주이소 조금만 파면 나갈 것 같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원들은 야전삽으로 숨구멍을 넓히기 시작했고 우린 구멍 밑에서 구멍이 넓어지기를 기다렸다. 몇분후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나는 중대장에게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개될 상황을 보고하고 노획물을 인계했다.


물을 마음 것 마시고 수통에도 가득 채우고 난 뒤 수류탄과 실탄을 재정비하고 굴속으로 들어오면서 굴을 더 넓게 파놓으라고 했다. 많은 V.C들을 생포해서 이 구멍을 통해 내보내겠다고 큰소리치고는 굴속으로 내려와 가져온 식수를 대원들에게 나눠주고 다시 탐색에 들어갔다.


숨구멍으로부터 20m 정도 들어오니 굴은 너무나 협소하여 굴을 통과하기에 좀 힘겨울 것 같았다. 불빛으로 굴 주위를 세밀히 조사하자 대검으로 닿는 부분에 인계철선이 걸렸다. 자세히 보니 장애물을 설치하여 놓은 지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조심하면서 인계철선을 따라 흙을 걷어내고 인계철선의 한쪽부분을 파헤치고 있는데 '탕-  탕-'두발의  총성이 인계철선 옆부분에 꽂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연이어 '탕-  탕- '하면서 총알이 날아와 인계철선 옆부분에 계속 꽂혔다.


번개 불처럼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어 총을 한방 쏜 다음 수류탄의 안전핀을 빼고서 맞은편 굽어진 굴을 향해 굴렸다. '꽝- '하는 요란한 폭음이 들려오자 재빨리 침착하면서도 정확한 동작으로 인계철선 끝 부분을 파헤쳤다. 인계철선은 반쯤 빠져있는 수류탄과 나란히 105m/m포의 불발탄이 있었다. 인계철선을 끊고 수류탄을 조심스럽게 거머쥐고 안전핀을 밴 다음 굴 저쪽으로 던졌다. 터지는 폭발음 소리를 들으면서 굴을 넓히기 시작했다.


좁은 통로가 넓혀지자 빠른 동작으로 앞으로 나가 벽에 기댄 채 앞쪽으로 불빛을 비추었으나 화약냄새와 먼지만이 맴돌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원들을 가까이 오라고 지시하고 권총의 실탄을 재확인 한 다음 조금씩 전진하면서 생각하니 조금 전에 V.C는 조준사격을 하여 폭발물을 터트리려고 하다가 수류탄이 날아오니 부리나케 도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제2의 기습효과를 내기 위해 앞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또 덤벼들 것이 확실했다.


대원들에게 개인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라고 지시를 하고 장소가 비교적 좁은 것 같아 조금씩 넓은 곳까지 전진하며 정상병에게


"지금 앞쪽에서 나는 소리는 한 두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린아이 소리도 들리고 아마 굴의 마지막 부분인 것 같다. 개인행동은 삼가고 내 지시대로 움직여라. V.C들의 마지막 기습이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알았습니다."하는 대답을 듣고 나는 굴속을 향하여
"라이 라이(나오라) 노 라이 라이 괘골락(안나오면 죽인다)"하며 권총을 두발 쏘았다.
"탕-  탕-"
"라이 라이"하자 어린이를 앞세우고 30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손을 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다가왔다.
"노 괘골락(안 죽인다)"  "라이 라이" 하고  권총을 겨누자 조금씩 어린이를 앞세우고 여자가 다가 왔다.
"개인 거리를 유지하라. 어떤 저항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 V.C가족들이 나오고 있다."


대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한번 더 지시했다. 기리고 어린아이와 여자의 뒤를 이어 나온 인원은 무려 80여명이나 되었고 한사람, 한사람씩 몸수색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80여명을 자세히 구분한 결과 V.C는 불과 40여 명이었다. 나머지는 노인네와 어린아이, 아녀자 등 대부분이곳 촌락 주민들이었다.

 

V.C들에게 강제로 얽매여 식량조달과 강제 동굴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V.C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 같았고 또 어쩌면 V.C들의 가족인지도 몰랐다. 칼빈 28정, AK소총 5정, 권총 4정, 자동소총 1정, 수류탄, 의약품 그 외 장구 다수를 노획하고 탐색은 끝이 났다. V.C와 주민들을 헬리콥터 편으로 노획한 병기와 함께 실어보내고 나니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다.


B.S 734, 880 지점으로 숙영을 하기 위해 개인간 거리 확보를 전달하면서 숙영지로 행군했다. 행군 도중에 '꽝-'하고 우리소대 앞에 위치한 중대본부 쪽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이 들리며 하늘을 완전히 덮어버릴 듯한 흙덩이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고 주위는 온통 흙덩이와 먼지투성이로 덮였다.

 

중대본부로 뛰어가 보니 중대본부 요원인 이일병이 정강이 부분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고 양손사이로는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위생하사관이 달려가 압박붕대로 지혈을 시킨다. 중대장은 엎드려 있었고 그 옆에는 통신병도 쓰러져 있었다. 통신병 옆에는 길이와 넓이가 5m나 됨직한 넓은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중대장을 흔들었으나 좀 채 일어나지 않았다. 몹시 다쳐 한참 뒤에야 겨우 내 몸에 기대고 일어났다가 비틀대며 다시 쓰러졌다. 통신병은 일언 앉은 채 "내 귀 내 귀!"소리 지르면서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폭발소리에 양쪽 귀 고막이 터진 것 같다.중대 전령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주위 일대를 수 십분 찾았으나 찾은 것은 몇 점의 살덩이 뿐이었다. 너무나 참혹한 현장이었다.


중대장은 머리부분이라도 있을 것이니 주위를 샅샅이 뒤져 꼭 찾아야 된다고 했다. 중대는 주위를 샅샅이 뒤져 여기저기서 찾아낸 전사한 전령의 살덩이와 몸뚱이 머리 부분을 판초 에 고이 싼 다음 귀가 들리지 않는 통신병과 중상을 입은 이일병과 함께 헬리콥터로 후송했다.


중대장은 폭발소리에 한쪽 고막이 터지고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헬리콥터에 타지 않겠다고 고집하여 중대에 남았다.


"앞으로 작전이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는데 작전지역에 중대원들을 두고 어떻게 중대를 떠나느냐."


후송을 거절한 중대장은 화기소대장에게 중대의 이동을 지시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숙영지로 빨리 출발시켜라."


중대장님의 침착한 행동과 말씀을 들으니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중대원을 위해 맡은 책임을 다하겠다는 지휘관(문수장 대위)의 굳은 의지 앞에서 어쩐지 초라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중대장을 본 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숙영지를 향해 행군을 계속...


임시 숙영지에 와서 소대장에게 물었다.


"지뢰와 부비트랩을 교육받았지만 그렇게 무서운 위력을 가진 것은 처음 봤습니다."

 

라고 하니 '비행기에서 투하된 항공폭탄이 불발되었을 때 불발된 폭탄에 부비트랩을 장치한 것으로 부비트랩을 건드리면 부비트랩과 함께 항공폭탄이 폭발되어 엄청난 폭음과 폭발로 아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5m정도의 넓이와 2m정도 됨직한 깊이의 구덩이를 생각하니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 항공폭탄이 터질 때 중대본부가 개인간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였기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 만약 밀집하여 행군했다면 많은 희생자가 생겼으리라.


앞으로 작전시 개인간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V.C가 설치해 놓은 지뢰와 부비트랩의 장애물에 대한 사고에 대비, 대원들의 교육과 안전에 대한 각별한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재보급 헬리콥터가 중대의 임시 숙영지 위를 한바퀴 돈 다음 내렸고 내일의 전투를 위한 식량과 식수, 실탄을 내려놓은 다음 흙먼지를 일으키며 멀리 사라졌다.재 보급 편으로 편지가 왔다. 인천시 도화동 639번지에 살고있는 국민학교 3학년인 석상원 어린이로부터 답장편지였다. 고국신문에 연재된 내 시를 보고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이번이 세 번째였다.

 


방학 숙제로 동·식물 채집을 하겠다고 베트콩을 태양에 말려서 보내달라는 편지였다.

어린아이의 편지를 받고 굴 탐색에서 있었던 숨막히는 순간들과 중대의 예기치 않았던 사고도 잊은 채 어린이에게 답장을 썼다.

 

 

상원 어린이에게


보내준 편지는 잘 받아 보았어요. 상원이가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하다니 아저씨는 무척 반가워요.


상원이와 상원이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순간, 이곳의 아저씨도 청룡의 명예를 걸고 더운 줄 모르고 공산주의자들을 무찌르기 위해 오늘도 맡은 근무에 충실하고 있어요.


상원이가 동식물 채집을 위해 베트콩을 태양에 말려서 보내달라고 했죠? 베트콩을 상자째 담아서 상원이에게 귀국 선물로 주겠어요.


아무래도 그때쯤이면 이곳 월남에는 공산주의가 없어지겠지요.


상원이가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면 아저씨가 귀국할 때 다른 선물도 많이 주겠어요.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베트콩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 달라고 말씀드려요. 그러면 선생님께서 베트콩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실 거예요.


이곳 월남과 청룡부대 아저씨 이야기도 함께 말이에요.


그럼 상원이,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자라요. 안녕.


1967년


월남에서 베트콩 잡는 청룡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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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에 실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가버리는 날이 오고

미워하는 사람도

가버리는 날이 오는가 보다

 

언젠가는

나도 가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인가?

 

사랑도

미움도

목숨도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모두 떠나가 버리고

돌아오지 못하는

그런 날이 있으리라

흐르는 시간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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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밤

 

별들이 밀어를 나누는

밤이 깊어 가면

삶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오늘이

막을 내린다

 

온 밤을 지새우며

가슴 앓는

고독이란 낱말은

행복의 권태인가?

화려한 슬픔인가?

 

그러나 이제는

뺨 위로 차갑게 흐르는 눈물이

가슴까지 적시는

아픈 밤이 와도

잊어야 하는가 보다

화려한 슬픔도

고독도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