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 전력
장장 삼일에 걸친 협상 끝에 남북 간의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례적으로 한미 합동 훈련기간에 도발을 시도한 북한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호된 교훈을 주려 했던 우리군은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급기야 괌에 배치되어있던 B-2 폭격기의 이야기가 나오고, 한미 공군의 무력시위 등이 있자, 북한의 해군기지에 있던 잠수함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은 잠수함을 이용 해 여러 차례 도발을 시도한바가 있기 때문에 한국군은 잠시 긴장을 하기도 했다. 해상 비대칭 전력의 정점에 있는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운 공격수단이기 때문에 우리 해군에 비해 수상함 전력이 매우 취약한 북한으로써는 가장 유효한 해상공세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잠수함 전력의 허와 실을 알아보자.
북한 잠수함 보유 현황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북한 잠수함을 표로써 정리해 보았다.
통상적으로 500t 미만은 ‘함’이 아닌 ‘정’으로 불리기 때문에 연어급과 상어급을 잠수정으로 분리했다. 잠수함은 로미오급 잠수함(1,800t급) 20여척, 상어급 잠수정 (300t급) 40여척과 연어급(130t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척 등 총 70여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1,500t 급의 구축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총 폭발 량 약 200~300kg 규모의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20여 척의 유고급(110t) 잠수정과 4척의 위스키급(1,350t) 잠수함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었으나, 워낙 낡아 지금은 모두 퇴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약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이 중 약 50여척이 사라졌는데, 단순히 생각하면 북한 잠수함 전력의 약 70%가 작전에 투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70%의 가동률 이라면 대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는 다르다. 현재 북한 잠수함 70척 중 작전에 투입될 정도로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 잠수함은 20척 미만으로 추정되어진다. 따라서 사라진 50여척은 작전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모처로 피했거나, 한국군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단순한 퍼포먼스의 성격이 짙다. 이제부터 북한 잠수함의 각 성능과 특징을 알아보자.
북한 잠수함 종류별 성능과 특징
연어급 잠수정
군용 잠수정 치고도 매우 작은 크기인 연어급 잠수정은 연안에서나 쓸 수 있는 잠수정이다. 하지만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533mm 어뢰 발사관 2문을 주 무장으로 탑재하고, 작은 선체를 이용해 모선에 실려 있다가 이탈하는 방법으로 운용도 가능하다. 최고 속도는 수상 10노트(약18Km/h), 수중 8노트(약15Km/h) 수준이며 항속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잠수정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태를 불러온 533mm 중(中)어뢰인 CHT-02D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130t 짜리 함정은 중(中)어뢰를 발사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승무원의 주거성을 상당부분 포기한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2차 대전 당시 배수량 50t의 초소형 잠수정인 일본 해군의 갑표적도 450mm 어뢰 2발을 내부 발사관에 탑재했다. 즉, 이정도 잠수정은 북한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이다. 잠수함의 생명인 정숙성은 꽤 떨어질 것 같지만, 아직 한국 해군의 대잠작전능력과 대잠전장비의 개선이 다소 미흡한 상태라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또한 연어급 잠수정은 특수부대 침투용으로도 쓰일 수 있고, 수출 의혹까지 받고 있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작은 만큼 탐지도 어려워 보통 골치아픈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상어급 잠수정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사용되었던 북한의 잠수정이다. 연어급보다 한 둘레 크기 때문에 상당수의 특수부대 인원과 러시아제 53-65KE 어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53-65KE는 직경이 533mm이며 미국의 Mk.48 어뢰와 동급의 어뢰이다. 상어급의 건조에 유고슬라비아의 기술이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다. 상어급 역시 연안작전용에나 어울리는 잠수정이다. 추진력도 좋은 편이 아니라 강릉 무장공비 침투 시, 어망에 걸려 잠수함이 좌초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어급 역시 연어급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전에 특화된 잠수정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여전하다.
1996년 당시 어망에 걸린 상어급 잠수정. 우리 UDT/SEAL 대원들이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 33식 잠수함(로미오급)
1950년대에 건조된 로미오급은 프로젝트 633형 잠수함으로 부르기도 한다. 구소련이 제작한 이 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다. 연안 방어에 중점을 두고 개발된 로미오급은 기술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의 유보트 21형에서 약간 진보한 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대량으로 건조되어 소련의 주력 잠수함이 될 예정이었지만, 원자력 잠수함의 등장에 밀려 건조가 대폭 축소되었다.
북한은 중국에서 라이센스된 로미오급 7척을 도입 했다. 나머지 16척은 라이센스로 북한 현지에서 건조하였다. 모두 퇴역했거나 상어급으로 대체되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2014년 6월 김정은이 직접 로미오급에 승함하여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이 공개되어 다수의 로미오급이 아직 현역인 것이 밝혀졌다. 참고로 로미오급의 별명이 ‘바다 속의 트랙터’이다. 마치 트랙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하여 붙은 별명이다. 로미오급을 보면 유체역학적으로도 현대 잠수함에 비해 매우 불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요즘 잠수함에는 필수적인 흡음타일 같은 음향차폐장치가 전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이 탑승한 잠수함의 표면을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녹이 슨 것이 보이고 표면도 울퉁불퉁 하여 은밀한 기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성능적 한계 때문에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마양도 기지에서부터 엔진을 끄고 해류를 타고 남한까지 침투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워낙 노후화된 잠수함이라 중간에 디젤엔진을 다시 시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술적 가치는 연어급이나 상어급보다 떨어진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 잘 보면 선체도 울퉁불퉁하고 녹도 많이 슬어있다. 아무래도 현대 잠수함작전을 수행하기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잠수함기지 현황도. 특히 동해는 해류가 남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북한 잠수함이 은밀히 침투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신포급 잠수함
2014년 7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북한정보 사이트 '38노스'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배수량은 900~1,500톤 이내로 추정되며, 구 유고슬라비아 해군의 헤로제(Heroj)급 또는 사바(Sava)급과 유사해 보인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선체 규모로 추정컨대 동급인 로미오급의 후계형으로 여겨지며, 침투용인 상어급이나 연어급과는 달리 연안에서의 대함, 대잠 임무를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해당 기사의 저자이기도 한 북한 군사 전문기자 조셉 버뮤데즈는 위성사진이 포착된 북한의 지명을 따 '신포급'이라고 명명했다.
지난번 북한의 SLBM 발사실험에 쓰인 잠수함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당시 발사실험은 수중에 별도의 발사 장치를 실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신포급의 형상은 함교에 탄도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는(비록 1~2발 뿐 이지만) 디자인이다. 지난 2004년 북한은 일본의 고철상을 통해 구소련의 ‘골프’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려 한 바 있다. 결국은 1척만이 북한으로 들어갔는데, 골프급은 과거 소련이 전략원잠을 개발하기 전에 사용하던 재래식 추진 방식의 전략 잠수함이다. 따라서 1~2발의 스커드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신포급이 이 골프급을 개량했거나 골프급의 설계를 바탕으로 새로 건조한 잠수함이라고 판단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데 배수량이나 선체 디자인으로 보아 향후 대한민국 해군에 큰 위협이 되리라는 우려가 높다.
북한 신포급 잠수함의 대략적인 모습이다. SLBM의 운용이 가능하다면 우리안보에 매우 골치 아픈 존재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해 알아봤다. 상어급 이하의 잠수정들은 대략 수중에서 24시간의 작전이 가능하고 그 후엔 반드시 수면으로 올라와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로미오급 역시 최대 3일이 잠항시간의 한계이므로 우리가 보유한 209급 및 214급 잠수함에 비해 성능적으로는 열세이다. 북한의 잠수함들은 비록 그 성능이 부족하고 낡았지만,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의 작전해역이 그리 넓지 않은 관계로 이들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우리 해군은 90년대부터 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지스함에서 대형 상륙함까지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대잠작전능력은 아직 서방 해군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북한의 소형 잠수정에 의한 도발은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해군은 대잠작전능력 향상에 더욱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충분한 대잠경계망만 갖추어 논다면 북한 잠수함들의 성능 한계로 인해 우리는 커다란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낼 수 있다.
[이세환기자 블로그]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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