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보내는 노병의 마음
임종린(시인, 전 해병대사령관)
여기 6.25전쟁 때 격전지 포항전장
죽음의 싸움터로 불려졌던 주변야산
참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 속에서
57년 전 전투 중 스러져간 무명용사
원혼을 찾고 있는 유해발굴현장이다
쇠고기 파동촛불집회에 관심 쏠렸는데
유해발굴장병들은 뙤약볕을 마다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유해발굴에 한창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발전케 해준 용사들
6.25전쟁 중 목숨 바쳐 나라 지킨 국군
전쟁 땐 이들도 한창 청춘이었을 텐데
“잡초 무성한 야산에 반세기 버려졌으니”
울음 섞인 말문 열며 눈물 짖는 발굴단
이름 없이 숨져간 용사들의 유해수습은
늦었지만 지난 수년간 1946여 위 발굴
60여위는 신원을 확인 고향 찾아갔지만
미 발굴 유해는 13만 여 위로 추산된다
미국은 유해발굴예산이 매년 1억 달라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 올 때까지>
하와이 미 육군 중앙신원 확인 소 모토이다
어찌하여 우리는 반세기 동안 고향 못 찾는
영혼들을 야산에다 버려두어야 했단 말인가
그 동안 유해발굴과정에서 많은 유물이 발견
언론에 보도되면서 참전전우들은 물론 유가족
애국시민들을 놀라게 해 가슴 아프게 하였다
여기 두 편의 한 맺힌 퇴색된 편지를 소개한다
6.25 전쟁이 한창일 무렵 어린 나이에
군번도 없이 포항지구전투에 참전했던
어느 학도병 일기수첩에 기록된 내용이다
“어머니!
우리는 적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살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적의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어머니!
어제는 어머니의 손을 그리워하며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저의 수의처럼 말입니다
안녕! 사랑하는 우리어머니!”
“””””””””””””””””””””
유해발굴 중 발견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다가 적 공격 받고 못다 쓴 편지내용이다
“어머니!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중 다시 쓰겠습니다 …”
고향 찾지 못하고 야산에 누워있는 용사들
그들은 지금까지도 지난 삶 후회하지 않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 일 자랑하면서
가시넝쿨이 휘어 감아도 국군이라는 자부심
잊지 않고 반세기 긴긴 세월 참았을 것이다
다시는 우리에게, 다시는 이 땅 한반도에
동족상잔의 처참한 전쟁 있어서는 안 된다
용사들이여! 원통해서 울고만 있지 마시고
이젠, 제발 편히 쉬소서, 고이고이 잠드소서
님들의 구국신화 청사에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6월은 우리민족에게만 한 맺힌 잔인한 달 이였던가
세월이 지났으니 희망의 달로 보아도 좋을 것인가
민족분단이 끝나고 하나의 코리아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역에 지팡이 집고 나와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달라는
주저앉아 몸부림치는 팔순 할아버지
북한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6백여 통의 문안편지를 써 놓고
아직도 부치지 못한 칠순 아들의 한 맺힌 사연
6월을 보내는 노병의 마음 무겁다 못해 아프기만 하다
전후 세대들에게 황혼에 접어던 노병은 말하고 싶구나!
우리민족이 살아가며 망각 속에서도
6월의 아픈 역사가 흘린 눈 물가엔
조국의 산하를 몸바쳐 지키기 위해
6.25전쟁으로 흘린 피와 땀과 눈물
머물다 지난 온 선명한 흔적 되어
그 위에 시원한 단비가 쏟아져 내렸으면 참으로 좋겠다
어쩌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진취적이지 못하고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 없이 현재와 미래는 있을 수 없는 것이 섭리이다
이 땅은 우리들만이 살고 끝장내는
철새들의 임시 보금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나갈 백의민족
자랑스러운 금수강산의 안식처 한반도임에 틀림 없다
6.25전쟁세대나 이를 겪지 못한 전후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모두가 값지게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흠뻑 고인
머물고 온 족적도장 찍힌 이 땅에
튼튼하고 보람찬 미래를 불러드릴
행복이 자랄 거목의 씨앗을 6월이 가기 전에 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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