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구문굉

"불꽃처럼" (1966 백령도) (58)/추억 속의 사람들

머린코341(mc341) 2015. 10. 16. 21:37

"불꽃처럼" (1966 백령도) (58)/추억 속의 사람들



(9) 추억속의 사람들


그 당시 도서부대장을 하시던 황병호 대령님은 나중에 장군이 되셨고 제대 후는 사업에 관여하시다 일찍 돌아 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인 김해영 대령님은 중앙정보부 감찰 실장도 하셨고 일찍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셨다고 들었다.


백령도에서 고참 수송 장교로 있었던 최 대위 선배는 월남에서 내가 소대장을 마치고 헌병대 수사과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을 때 포병대대 수송관을 하고 있었는데 자기 대원들이 쓰레기장에서 부주의로 트럭 두 대를 몽땅 태워버린 일이 있어 헌병대에 그만 입건이 된 적이 있었다.


나는 조사관들에게 과실로 인한 행정손실이 아니라 베트콩의 지뢰에 의한 전투손실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해 어려운 일을 모면 할 수 있도록 선처를 해 드렸다.


또 내가 백령 중대 3소대장을 했을 때 선임하사관을 했던 거제도 출신의 김 하사는 월남의 구정공세에 밀려 모두 정신이 없었을 때 우연히 작전 중 서로 지나치다 만나 서로가 반가워했는데 그 뒤 소문으로는 교전 중 총을 맞아 한쪽 팔을 못 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다른 분대장을 했던 경남 고성의 김 하사는 하반신을 모두 잃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그 소식들이 제발 오보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그지없다.


중화기 중대의 박 중위는 월남에서 숙명적인 자신의 마지막 작전을 나가기 바로 직전 우연히 나와 만나 서로가 얼싸 안다시피 반가워했었는데 그는 그 길로 소대장의 소임을 다하고 전사를 하고 말았다.


나는 여태껏 해병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그렇게 모범적인 위관 장교를 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그는 반듯하고 훌륭한 장교였다.


그리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젠틀맨 유 대위 선배도 또한 훌륭한 장교로 우리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며 사회생활에서도 매우 중후한 멋을 계속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또 내 동기생인 사격 교육대장 김 중위는 제대 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인천, 부산등지의 항만청장을 지냈고 연평도에 떨어져 있었던 동기생 김 중위 또한 얼마 전 서울 남대문 경찰 서장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웃으면 눈이 없다시피 했던 진해가 고향인 의리의 사나이 김 소위 그리고 그가 대령 때 전화를 한 번 주었던 상남이 고향인 임 소위는 물론 서천의 명사인 김 소위 등 그 이외 많은 특출한 개성의 선후배들과 깡패라는 별명이 붙은 군 신부님도 생각이 나며 특히 민간인으로는 내가 부식 검수관을 잠시 했을 때 만났던 온화하신 양조장 사장님과 부식 납품을 하시던 조 사장님 그리고 6.25때 특수부대인 켈로 부대에 있었다는 또 다른 부식업체의 노 사장님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물론 지금쯤 모두 할머니들이 되었겠지만 처음 동기생들이 백령도에 도착해 함께 저녁을 먹었던 포구 마을 초가집 식당의 거인 언니와 양조장집의 따님 그리고 우체국에 근무했던 그의 친구도 어렴풋이 기억 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