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 나의 해병대 일기) 후 기
1968년 2월경 , 구정공세가 한창일 무렵 청룡부대 본부의 강 건너 섬에 대한 상륙 작전(5대대27중대)
후 기
나는 이 진솔한 이야기들을 40년 만에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물론 그 당시 내가 메모를 해 두었거나 그 때 그 때 일기를 써 놓은 것이 아니어서 날짜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이 있었지만 사실적 내용만큼은 내 젊은 날의 초상화처럼 항상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나는 논리가 심오한 철학자도 아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상가나 문학가도 아니다.
다만 국방의 의무를 다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내 조국과 후손을 위해 쓸쓸한 소수의 대열에 끼어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고자 목숨을 뒤로 한 채 전쟁터를 누볐던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전쟁을 치르면서도 항상 추위와 굶주림을 벗어나지 못 한 채 조국을 지켰던 선배 국군과 전투 경찰 그리고 군번 없이 싸우다 희생된 많은 선배들을 머리에 떠 올렸던 것은 선배들과는 달리 잘 입고 잘 먹고 추워서 얼지도 않았던 것으로 내 스스로의 어떤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말하자면 그 만큼 우리 선배들은 더 많은 악전고투를 했다는 사실로 나의 고난을 스스로 위로하고 내 자신의 소외 된 감정을 억제 하려고 애를 썼다는 뜻이다.
내가 아직도 피 끓는 젊은 해병대로 살아가고 있듯이 한 때 꽃다운 청춘을 조국을 위해 바쳤던 선배들도 필경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켰다는 그 꿋꿋한 자존심으로 지금 살아가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나라 없는 백성과 배고픔의 서러움은 죽음보다 더 괴로울 수가 있다.
아비 없는 자식이 없듯이 이 땅에도 어려움을 이겨 길을 닦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이 땅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나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호국 영령들과 청춘을 바치고 이미 노구가 된 선배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가벼운 이 한권의 책으로 보답 하고자 한다.
불꽃처럼 살다간 전우
전우여!
그대 지금 비록 구천에서 떠도는 영혼이라 할지라도
그대는 영원한 대한민국의 영웅이라오.
이국 만리 숲 속. 어느 골짜기
한 줌의 흙이 되어 밤마다 이슬에 젖는다 해도
당신은 영광된 조국을 위해 떠났던 것이라오.
전우여!
그러나 나는 지금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오.
그리운 내 조국, 내 땅, 내 산하를 두고 떠나던 날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새삼 조국의 정다움을 깨달았던 우리
그리고 서로가 헤어져야 했던 운명.
전우여!
지금도 나는 칠흑의 어둠 속 남십자성을 보면
그리고 고요한 밤중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면
홀연히 당신을 떠올릴 때가 있다오
전우여 !
그대 다시 한 번 내 앞에 다가와 주오.
나는 당신의 영혼 앞에 숙연히 머리 숙여
못다 한 우리들만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오.
* 전우의 죽음 앞에서
2005년 가을 어느 날 구문굉
** 하찮은 "불꽃처럼"을 읽어주시고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전우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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