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23 - 박격포전
호이안시 외각지의 V.C수색을 완전히 끝낸 중대는 대대의 TAOR(전술책임구역)내에 위치한 새로운 중대진지를 향해 호이안시를 떠났다.
대대정문 앞을 지나 5번 도로를 따라 군청까지 가서 C-레이션으로 점심을 먹고 계속 새 진지를 향해 기동했다.
우리 중대가 새 진지를 구축할 지점은 2대대 7중대가 임시로 진지를 방어하고 있다고 했다. 중대는 7중대가 확보하고 있는 중대진지에 가서 진지를 인계받고 7중대는 2대대의 TAOR내인 7중대 진지로 이동해야 했다.
D-엔반 군청을 지나가며 보니 민간인들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고 다만 황폐해진 대지 위에 여기저기 허물어진 초가집들과 타다 남은 검은 기둥만이 군데군데 서 있을 뿐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는 한층 더 기세를 부렸고, 도로에 접해 있는 우거진 숲 옆을 지날 때는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어느 순간에 V.C들이 튀어나와 우리의 기동을 방해할지 몰랐다.
완전히 노출되어 기동하는 우리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가 중대의 경계가 허술한 틈이 발견되면 즉각 기습을 가해 오는 것이 그들의 전법이었다.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고 경각심 또한 높아갔다.
새 진지를 향해 기동하던 중 1중대와 마주쳤다. 1중대는 우리 중대의 안전한 기동을 위해 V.C의 기습공격을 찾단하는 임무를 띠고 나온 것이었다.
1중대와 마주친 다음, 중대는 다시 새진지를 향해 기동했다. 마침내 1㎞ 정도 가면 새 진지에 도착할 지점까지 진출했다.
'부비트랩 조심. 경계 철저' 라는 무전이 H-33 무전기를 통해 각 소대에 재강조되었다. 중대의 선두가 진지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얼마 후 중대는 아무런 상황 없이 전원 새 진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대진지 현황과 진지 주위의 적정상황을 7중대를 통해 자세히 인수받고 7중대와 합류한 채 숙영에 들어갔다.
이번에 중대가 맡은 새 진지는 원래 미 해병 2개중대가 처음 구축한 곳이었다. V.C와의 접전이 수없이 많았다는 새 진지는 주위의 지형이 V.C들로부터 저격 받거나 기습공격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취약점이 드러나게끔 구축되어 있었다.
소홀히 경계하면 V.C들이 진지 철조망까지 접근해도 모를 정도로 숲이 진지 가까이 까지 우거져 있어 새 중대진지의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중대 상황실에서 더욱 자세히 진지 주위현황을 눈에 익힌 다음 새 진지의 첫 밤을 보냈다.
7중대가 떠난 이튿날부터 중대진지를 적 포탄낙하시에 제대로 커버될 수 있는 유개진지로 하나 하나 새로이 구축했다.
중대의 일부는 소대와 중대 상황실 사이에 교통호와 토끼굴(땅굴)을 파고 일부는 진지 주위를 수색, 정찰, 매복하면서 진지 구축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10여 일에 걸쳐 진지내의 상황실과 유개진지 엄체호를 완성하고 진지와 진지 사이의 토끼굴과 교통호도 완성시켰다. 진지 가까이 정면으로 빙 둘러 우거져 있는 숲도 완전 제거하고 철조망과 지뢰도 새롭게 설치하고 나니 그제야 튼튼한 방어진지가 되었다.
진지 구축과 함께 수차례의 주야간 정찰과 매복을 통해 이곳 V.C들의 전법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 V.C들은 지뢰나 부비트랩에 선을 연결하여 소대본부나 중대 C.P가 그 앞을 지나갈 때 배터리를 합선시켜 타격을 주는 고단위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V.C들은 또한 전차나 차량 등을 파괴하기 위해 다량의 '대전차 TNT지뢰' 를 사용하고 있기도 했다.
추라이에서는 V.C들이 중대진지를 향해 어쩌다 한번씩 포사격과 스나이핑(저격)을 시도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오는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박격포탄이 중대진지에 몇 발씩 낙하되는가 하면 스나이핑은 노출되는 병사만 보이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날아들었다.
그런 것으로 보아 V.C들은 24시간 숲속에 숨어서 진지내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관측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중대는 V.C의 박격포 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대대본부에 81m/m박격포와 4.2인치 포를 요청했다. 계속 날아드는 포탄 낙하와 스나이핑은 진지내의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대대본부에서도 중대의 고충을 이해했는지 81m/m 박격포와 4.2인치 포를 배속시켜 주었다.
기습을 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피해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수십 발의 포탄이 낙하가 될 때가 많았다.
그러나 V.C의 포진지를 포착하기에는 여간 힘들지 않았다. 중대진지 주위는 사방이 개활지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형상 적의 포진지를 관측하기도 힘들었고 박격포의 섬광도 숲 때문에 찾기 어려웠다.
포탄낙하가 있을 때마다 낙하된 탄두(신관) 부분을 보고서 대략 방향만 예측하여 V.C의 포진지를 향해 박격포와 4.2인치 포가 집중 사격을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V.C의 박격포탄은 여전히 낙하되었다. 배속된 81m/m박격포와 4.2인치 포는 V.C의 포진지를 찾지 못한 우리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중대진지내에 높은 O.P(관망대)를 만들기로 했다. 관망대를 만들고 24시간 근무자를 배치시켜 V.C의 박격포탄 낙하와 스나이핑이 있을 때 정확한 적의 위치를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대대본부에 건의하여 관망대를 만들 목재를 신청한 결과 이틀 후에 헬리콥터 편으로 목재가 도착했다.
상황실 옆에 지상 15m 높이로 관망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기둥을 세운 다음 돌을 넣어 다지고 해서 구축한 관망대는 1주일만에 완공됐다. 멋진 관망대였다.
관망대에 올라가면 사방 1.5㎞ 정도의 거리내에는 육안으로도 관측할 수 있었다. V.C의 공격에 대비하여 중대를 지휘할 수 있는 지휘소도 관망대 밑 부분에 곁들어 만들었다.
O.P근무자의 활동 보고가 상황실로 올 때마다 81m/m 박격포나 4.2인치 포로 V.C들을 분쇄시켜 버릴 수 있었다. 매복과 수색정찰은 하루도 빠짐없이 V.C의 예상 접근로나 기동로 주위 일대에 실시되었다. 주야간 매복 중 적지 않은 횟수의 V.C와의 교전이 잇었지만 그때마다 중대 예비소대의 반격과 81m/m 박격포와 4.2인치 포로서 적을 소탕하고 전과를 획득했다.
대대본부의 정보에 의하면 V.C들은 대대병력 이상이 우리 중대진지 주위로 계속 이동하면서 기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중대는 야간근무를 증강하고 야간순찰도 배로 편성했으며 적의 예상접근로마다 매복대를 배로 늘렸다. 언제 어느 시에 어느 곳으로 기습해 오더라도 쉽게 적을 포착, 초전에 격퇴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문제는 야간순찰 중 교통호에 코브라가 나타나 순찰자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통호에는 또한 지네와 도마뱀도 수없이 기어다녀 근무자들을 긴장시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작전명령을 받고 방석(중대진지)을 떠나 전투지에서 V.C를 탐색 중, 숲속에서 V.C들의 포탄 낙하 세례를 받을 때 주위에 엄폐할 지형이 없다는 것이었다.
신속 정확한 판단으로 숲속에 숨어서 쏘아대는 V.C 박격포진지를 포착하여 아군의 포가 V.C의 진지를 뒤엎어 버린 후에야 비로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탐색 혹은 공격의 임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었다.
공공연하게 노출되어 기동하는 우리들과 숲속에 은닉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V.C글과의 교전은 언제나 우리쪽부터 피해를 당하고 난 다음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열대 전선 월남에 온 지도 10여 개월이 넘었다. 그 동안 숱한 작전을 했고 너무나 많은 새로운 것을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V.C들과의 교전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이제는 귀국이 1개월 여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1개월 여의 남은 월남 생활에 대해 이토록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은 무었 때문인가. 살아서 귀국한다는 보장도 없고 죽는다는 부정도 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 매작전 때마다 조심성과 경계심이 더해지고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지기만 했다.
무공훈장증
어저께는 여단본부에 다녀왔었다. 김연상 여단장은 대통령 각하를 대신하여 가슴에 무공훈장을 달아 준다면서
"지난 전투에서 세운 혁혁한 무공과 아울러 자유 우방국가와의 친선 강화에 현저한 공을 세웠으므로 그 공적을 치하하며 대통령 권한에 의해 훈장을 수여한다."
고 하고는 악수를 했다. 훈장을 받고도 뭐가 뭔지 몰랐다. 내가 무공훈장을 받을 만큼 월남 전선에서 무엇을 했단 말인가.
중대에 새로운 보충 교대병력이 왔다. 월남 신입 초년병인 그들에게 월남전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M16소총을 들고 상황실을 나갔다.
이들은 월남에 오기 전 해병대 상륙사단 특수월남교육대에서 월남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훈련을 받고 온 해병들이지만 실제 이곳 월남에서의 전투와 교육대와는 다소 상이한 점도 있고 교육대에서 배우지 못한 것도 있을 터이다.
O.P밑에는 새로 온 교대병들이 열을 지어 앉아 있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20여 명의 교대병들 앞에 섰다. 교대병들이 올 때마다 월남전 교육을 실시하여 왔는데 110고지에 있을 때부터 가르쳐 왔으니까 약 8개월 동안 새로운 교재병들을 교육시킨 셈이다.
8개월 동안 중대에 보충 교대병력이 올 때마다 월남전 교육
내가 왜 교대병력의 교육을 맡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의 짧은 교육으로 교대병들이 앞으로 맞이 할 전투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면 어깨가 저절로 무거워졌다.
사기를 북돋아 주고 내가 겪은 숱한 전투 경험담과 V.C들의 전술을 이야기 해줌으로써 이들은 새로운 각오로 전투에 임할 것이며 한사람의 희생자도 나지 않고 보다 나은 전과 확대와 V.C의 섬멸과 대민 지원에 앞장 설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교육을 하였다.
그리하여 머지 않은 날 고국의 부모형제 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들을 교육하는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내가 알고 있는 이곳 전투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서 교육했다.
M16소총 분해, 결합, 기능, 사격법을 실제 사격을 하면서 교육하고 M79유탄발사기, 신형 R.K.T사격법, 수류탄, 신호탄, 크레모아 등등 가종 화기들을 어떻게 사용하며 어느 때는 어떤 화기를 잘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틀간에 걸쳐 교육을 했다.
지난 날 전투시의 경험담과 V.C의 전술, 지뢰와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와 조치방법, 아군이 밀집했을 때와 산개했을 때의 아군의 피해 여부, 기동 중 전 후방과 측방의 경계, 매복 정찰시 근무요령, 박격포 낙하시의 행동과 조치, 진중근무 등을 중점으로 교육했다.
기동 중 V.C의 스나이핑을 받았을 땐 재빠른 동작으로 먼저 은폐나 엄폐된 곳에 피한 다음 어느 방향에서, 얼마의 거리에서, 어느 정도의 병력이, 얼마만큼의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즉각 판단조치 보고해야 된다는 것 등을 자세히 교육했다.
교육을 끝마치고 상황실 벙커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중대 내에서는 내가 전투생활을 제일 오래했다. 나보다 먼저 중대에 온 대원은 아무리 손을 뽑아보아도 한 사람도 없었다.
중대 전원은 내가 월남 오고 난 뒤에 한사람씩 교대되어 온 해병들 뿐이었다. 중대원 정원이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개선장군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그저께 온 교대병력 중에는 하사관학교 동기생인 이태진 하사가 같이 왔다. 무척인 반가웠지만 앞으로 이하사관이 겪어야 할 12개월 동안의 월남 생활이 염려되었다.
걱정은 더욱 심했고 하루도 빠짐없이 포탄이 낙하되는 앞으로의 12개월, 그저께 온 교대병들이나 이하사관이나 나 조차도 내일, 아니 당장 오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근간 V.C들의 이동이 심하다는 대대본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V.C의 예상접근로와 기동로마다 주·야간 매복대를 증강해서 매복시켰다. 2중대 쪽으로 매복 나간 분대로부터 300m 전방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V.C 1개 분대 병력 발견' 이라는 무전보고가 있었다.
약 15분 간의 교전 끝에 확인 사살 10명, LMG(자동화기) 1정, M 5정, 칼빈 3정, 수류탄, 실탄 등을 노획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어제는 1소대가 일일 탐색하던 중 V.C박격포탄 낙하를 받고도 아군에는 희생자가 없이 확인 사살 4명, M 2정, 칼빈 2정, 실탄, 장구 등을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중대에서 지급된 5개의 SRS (밤에 보는 망원경)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야간의 진지 근무자나 O.P근무자는 물론 특히 야간 매복대 근무자에게는 훨씬 많은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도 주간에 쌍안경으로 관측하는것과 같아 야음을 이용해서 활동하는 V.C들의 움직임을 하나부터 열까지 놓치지 않고 관측할 수 있었다. 관측된 V.C는 중대의 박격포나 4.2인치 포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SRS는 우리들의 야간 근무시 밤눈이 되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추라이에서 근무할 때는 중대에 보급물을 받으려면 보급물을 실은 헬리콥터와 무장한 헬리콥터, 건쉽의 엄호 정도로써 충분히 되었지만 이곳 호이안으로 이동한 뒤에는 매번 겪는 일이지만 건쉽의 엄호만으로는 보급물 수송이 되지 않았다. 헬리콥터 조종사들은 중대 진지 주위에 V.C의 박격포탄 진지가 많다면서 보급물 추진에 쉽게 응하지 않았다.
보급물을 수송하기 위해 10여 분 전부터 미군의 팬텀기를 요청해서 중대 진지 주위에 V.C박격포 예상지점에 A.S(에어스트라익) 공중사격을 하고 중대 전원이 진지에 비상 배치하고 난 뒤 건쉽의 보호를 받아야만 보급물을 추진하는 헬리콥터가 보급물을 중대에 내려 주고 가는 실정이었다. 더구나 팬텀기가 오지 않아서 보급물 추진이 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인접해 있는 2중대는 우리 중대보다 적정이 더 심해서 중대진지 주위의 V.C예상 박격포 진지에다 수 분간 포병대대의 포사격이 있은 다음 팬텀기와 건쉽의 보호를 받고서야 비로소 미군 헬리콥터 조종사들이 보급물 추진에 응하는 실정이었다.
중대는 오늘도 재보급물을 받기 위해 중대 전원 전투 배치에 들어갔고, 팬텀기는 중대 진지 주위 V.C의 예상박격포 지점에다 계속 공중사격을 했다. 보급물 헬리콥터가 보급물을 완전히 내려놓고 뜰 때까지 건쉽은 중대진지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이토록 이곳은 추라이와는 판이하게 적정이 심했고 날이 갈수록 V.C와 박격포전이 더해졌다.
어제 2중대에서는 보급물을 추진하는 헬리콥터가 착륙해서 보급물을 내리던 중 V.C의 박격포탄이 진지 내에 낙하되자 조종사가 급작스레 헬리콥터를 상승시키는 바람에 작업 중이던 대원이 헬리콥터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차량으로 중대진지까지 보급물을 추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중대가 위치한 지점과 대대본부와의 거리가 멀었고 지형도 험난하였다. 더군다나 군데군데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차량으로 보급물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일 소요되는 식량과 실탄, 식수 등의 보급을 받으려면 여간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우리들 손에 들어오기 힘들었다.
주월 육군의 보급물 추진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헬리콥터로 수송되는 식수가 모자라 갈증으로 고통을 받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중대 상황실에서 중대장(김영상 대위)과 다음날 주간 매복지 선정에 관해 의논하던 중 '꽝~ 꽝~' 하는 굉장히 강한 포성소리가 계속 상황실까지 들여 왔다. 중대 내에 포탄낙하가 시작되었나 하고 상황실 밖으로 나와보니 중대진지 위로 불기둥 같은 포탄이 연달아 날아갔다.
그렇게 크고 긴 포탄은 월남전에서 처음 본 것으로 무슨 포탄인지 알 수 없었다. O.P근무자에게 저 포탄이 어느 지점에서 날아오는가를 관측하라고 지시하니 야간 매복대가 있는 지점에서 포성소리가 나면서 계속 날아 온다고 했다.
상황실에 와서 매복대를 호출했다.
"울릉도, 울릉도, 여긴 백두산."
"울릉도"
"현재 상황."
"전방 1㎞ 10시 방향에서 포성소리가 나면서 불기둥 같은 포탄이 백두산 방향으로 날아감, 오버."
"다른 상황은."
"울릉도 상황 없음"
"알았다. 계속 수고하고 이상 있을시 보고하라, 오버."
"꽝~ 꽝~"
연이어 들리는 포성소리와 함께 포탄은 중대 진지 위를 줄지어 계속 날아갔다. 대대 상황실을 호출했다.
"한라산, 한라산, 여긴 백두산."
"한라산."
"백두산이다. OOO지점에서 계속 포성이 들리면서 종류 미상의 포탄이 귀국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오버."
"잘 알았다. 지금 한라산과 포병대대는 백두산 쪽 방향에서 수없이 계속 날아오는 V.C들의 122m/m R.K.T포탄의 낙하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백두산이 포진지를 발견했다니 다행한 일이다. 귀국의 포를 동원해서 122m/m R.K.T진지에다 포사격을 하라. 지금 한라산과 포병대대에 포사격을 퍼붓고 있는 것은 포병의 포지원 사격을 못하도록 방해하면서 대대의 어느 중대든 기습공격을 하기 위해 쏘아대는 것이 분명하다. 백두산은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라, 오버."
"잘 알았음, 오버."
대대 상황실과 무전교신을 하고 있는 중에 벌써부터 중대의 81m/m포와 4.2인치포가 V.C의 122m/m R.K.T 진지에다 계속 포사격을 하고 있었다.
O.P근무자의 연락이 왔다. 인접해 있는 2중대 진지 위에 조명탄이 오르면서 폭음과 함께 자동화기와 소화기 사격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보고였다. 상황실을 나와 O.P로 올라갔다.
2중대 진지를 보니 각종 오색 신호탄이 밤하늘을 수놓고 예광탄이 줄지어 날으면서 폭음이 계속 들려왔다. 2중대 진지에 V.C의 공격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대대본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포병대대의 포지원 사격을 못하도록 수라장을 만들어 놓고 2중대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중대는 완전 전투배치를 붙고 전방 경계에 들어갔다. 중대 진지 주위에 나가 있는 야간 매복대에게 온 신경을 썼다. 2중대를 공격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우리 중대를 기습공격하려고 하는 V.C들의 기만전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의 박격포와 4.2인치 포로 V.C의 122m/m R.K.T포 진지에 계속 사격을 하면서 2중대 진지 주위의 V.C의 예상접근로에다 중대에 배속된 81m/m 박격포와 4.2인치 포로 조명 지원과 함께 계속적인 포지원 사격을 했다.
"지리산, 지리산, 백두산."
"지리산."
"백두산이다. 지리산의 상황은."
"백두산인가? 지리산이다. 백두산에서 지원해 준 조명탄은 지리산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지금 지리산에는 수 없는 V.C의 포탄이 비오듯 진지 내에 낙하되고 있고 소규모 V.C의 공격이 있어 교전 중이나 V.C의 대병력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낙하된 V.C의 포탄 속에는 CS(개스탄)가 섞여 있어 심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오버."
"잘 알았음, 오버."
중대는 계속 비상 전투태세를 하면서 2중대에게 조명지원과 함께 V.C의 예상 접근로 일대에다 포지원 사격을 하였고 중대 매복대의 이상유무도 계속하여 확인하였다.
밤새 비상 배치 붙은 채 날이 밝았다. V.C는 우리 중대나 2중대를 공격하겠다고 포병대대에다 포지원 사격을 못하도록 122m/m R.K.T포를 쏘아 혼란을 시켰지만 중대에 배속된 81m/m박격포와 4.2인치 포의 위력을 알았는지 2중대 진지에다 밤새도록 박격포를 쏘아대고 소규모 병력으로 중대 방어진지 화력을 시험해 보다가 의외의 막강한 진지 화력과 우리 중대의 조명탄 지원과 예상접근로 일대에 떨어지는 수 없는 포탄에 겁을 먹고 결국 공격을 포기한 것 같았다.
2중대는 V.C의 포탄 낙하로 벙커와 진지가 무너졌지만 인명피해는 적었다고 했다. 날이 완전히 밝자 야간 매복대는 아무런 상황 없이 귀대했고, 주간 매복대가 매복지를 향해 출발했다.
주간 매복대가 출발하고 난 다음 1개 소대가 전투 정찰을 나갔다. 122m/m R.K.T 포진지로 정찰을 간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122m/m R.K.T포 진지에 도착해서 이 잡듯이 뒤졌으나 포는 찾지 못하고 8발의 포탄을 동굴에서 찾았다는 연락이 았다.
포탄의 크기가 사람의 키만큼이나 커서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 폭파지시로 폭발되는 8발의 122m/m R.K.T포탄의 폭발소리가 중대 진지까지 요란하게 들려왔다. 정찰대가 귀대하자 피로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 밤 새 자지 못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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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을 차고
우리
대화가 흐르는 시간
마음은 희고 눈빛은 곱기만 하다.
잡으면 녹을 듯
웃음이 사라지고
허공을 메우는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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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복
석양이 물들고
"이상 없나?" "넷! 준비완료"
"방광·방음에 주의. 2조 첨병 출발"
땅거미가 짙어지고
귀뚜라미는 일렬로 멎는다.
늪... 개활지... 밀림...
이마엔 송이송이 땀방울이 맺힌다
긴장--
초조--
별빛은 교교히 흐르고
달은 구름 속에 숨었다
도마뱀 소리에
긴 시간이 흘렀다.
"전투준비"
꽝-- 따르륵--
밤을 수놓는 오색 신호탄
"베트콘 12명 사살, 칼빈 5정 노획,
아군 피해 없음,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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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하얀 종이 위
어지럽게 그려진 그림
난 너의 인도로
나침판을 따라
오늘도 열대전선을 누빈다.
밀림, 개활지
네 모습이 희미하다
축소된 너의 모습
상면키 어려워라
신뢰와 세월 속에
너, 나 시름 일년
믿고 사는 청룡들의
턱수염이 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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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
석양이 말없이 긴 대지 위에
홀로 누웠다
외롭고 쓸쓸한
어둠이 깔린 진지에
긴장감이 흐르지만
그런 한 구석에
낭만이 서슴지 않고 비집고 다가선다
부서진 초가집에는
타다 남은 목재가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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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공간에서
어둡고 쓸쓸한 밤은 그롷게나
긴 시간만은 아니었다
무척 긴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렇게나
긴 나날은 아니었다
따스한 체온이 아쉬운
허전한 공간
이 모두가 어설픈
어느 한 모퉁이의
서러움일 줄 믿는다.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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