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서사시 대한민국 해병대 - 5
도솔산(兜率山) 전투를 마친 후,
맑은 물 굽이치는 홍천강 강변에서
한달 남짓 휴식과 재정비를 취했던 해병제1연대는,
새로운 작명(作命)을 받고 용약 출동,
924고지(일명 金日成고지)와 1026고지(일명 毛澤東고지)에 대한
공략(功略)에 나섰다.
펀치볼(亥安盈地) 동북벽(東北壁)
월산령(月山嶺) 북방으로 뻗어있는
그 새로운 공격목표들은,
인민군들이 천문학적 숫자의 지뢰로써
요새화한 고지들이었으나
한용(悍勇)스럽기 이를 데 없는 해병들의 공격 앞엔
사흘을 더 못버티고 무너지고 말았으니
해병의 용맹 앞엔 정녕코 당할 자가 없었도다.
9월 2일 낮 12시 30분경,
우렁찬 돌격의 혈함(血喊)속에
마침내 924고지가 점령되고,
뒤이어 1026고지마저 점령되고 말았을 때
들국화 애처러이 흩어져 있는 그 고지 위에는
끔찍한 피아군의 시체가
마치 벌목을 해 놓은 나무토막처럼 뒹굴고 있었고,
초연(硝煙)이 걷힌 924고지의 상공에는
마귀들의 악령같은 검은 까마귀들이
떼지어 선회하며 무엇이 그토록 구미에 당겼는지
피맺힌 목소리로 까악 까악 울부짖고 있었으니
그것이 어찌 이승의 풍경화 였으리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장편서사시 대한민국 해병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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