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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기(‘51년) - 저승길에서 살아난 박 모 상사

머린코341(mc341) 2015. 11. 7. 16:06

6·25전쟁기(‘51년) - 저승길에서 살아난 박 모 상사

 
924고지 및 1026고지 일대에 대한 방어전투 기간 중 3대대 11중대 3소대 선임하사관 박 모 상사는 그가 전선에 배치된 바로 그 다음날 정오경 소대장 조덕제(趙德濟)소위가 일부 병력을 이끌고 전투정찰을 나간 틈을 타서 진지 전방에 대한 사정도 잘 모르면서 악성 피부병으로 인해 몹시 가렵고 더러워진 국부도 씻고, 팬티도 세탁해야할 딱한 사정 때문에 소대본부에 잔류한 대원들 몰래 진지 전방에 있는 옹달샘으로 간 것이 화근이 되어 아랫도리를 홀랑 벗은 채 야전수통 컵에 물을 떠서 정신없이 국부를 씻고 있던 중 배후에서 나타난 2명의 적병에 의해 납치를 당하는 변을 겪었다.

 
그런데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장이 된 그 박 모 상사는 그 직전까지 마산지구 헌병대에서 근무하다가 모종의 사고로 헌병대에서 쫓겨나 최일선 소대로 전출된 고급 하사관이었는데다 악성 피부병(성병류) 때문에 소대에 배치된 바로 그날 밤 그가 가려운 데를 계속 긁어 대자 대원들이 언짢은 기분으로 투덜대는 바람에 그 이튿날 소대장이 없을 때 가려운 데를 씻기 위해 철조망 밖에 있는 옹달샘을 찾아갔던 것인데, 그 옹달샘은 비록 아군 진지 가까이에 있는 것이긴 했지마는 적병들이 늘상 출몰하고 있었기에 아군 병사들은 그 옹달샘에서 물을 길러 오질 않고 왕복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고지 후사면 산록까지 내려가서 빈 경기관총 실탄 통을 이용해서 길러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편 아랫도리를 홀랑 벗은 채 가려운 데를 정신없이 씻고 있던 박 상사는 누군가가 그의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다리를 툭 차기에 누가 이런 무례한 짓을 하는가 싶어 슬쩍 고개를 쳐들고 상대를 눈여겨보았더니 미 해병대 전투복 차림에다 칼빈 소총을 어깨에 맨 2명의 대원이 서 있었다.

 
그래서 박 상사는 그들이 아군 대원인 줄 알고 “야, 임마 나 선임하사관이야”하곤 계속 몸을 씻으려고 했으나 그 다음 순간 그들 중의 하나가 거친 우녁말씨로 “야, 이 쌍간나아새끼 손들고 일어서지 못하간?!” 하며 칼빈 소총의 총구로 그의 잔등을 쿡 찌르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고, 윗저고리만 걸친 박 상사가 부들부들 떨며 두 손을 쳐들고 몸을 일으키자 다른 한 녀석이 “이새끼! 권총이 없는 걸 보니 장교는 아니구먼 날래 바지를 줏어입구 따라오라구”하며 박 상사를 연행해갔다.

 
한데 하늘이 박 상사를 도왔던지 앞서 가던 자가 자기네 진지 근처에 가설해 놓은 부비트랩(수류탄)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 인계철선을 따라 나무가지 사이 사이에 매달려 있던 여러개의 수류탄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바람에 세 사람의 몸둥이는 허공 높이 떠올랐다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고, 그로부터 약 11시간이 지난 밤 9시경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보초병의 귓전에 “소대장님..... 소대장님.....”하는 소리가 들려 결국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행방이 묘연한 선임하사관으로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대장은 막상 그를 구출하려고 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적이 부상 당한 선임하사관을 미끼로 하여 그 어떤 함정을 파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소대장 조 소위는 1개 분대의 병력을 직접 지휘하여 엄호 및 경계 태세를 철저히 갖추는 가운데 구출조를 철조망 밖으로 내 보내어 변을 당한 2명의 적병 곁에 쓰러져 있는 참담한 몰골의 박 상사를 구출했다.

 
그리하여 진내로 운반된 피투성이 그대로의 박 상사는 위생병이 응급조치를 한 다음 날이 밝은 후 후송이 되어 상당기간의 병원생활 끝에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필자가 박 상사의 실명을 대지 않고 박 모 상사라고 표기하게 된 것은 조덕제씨가 그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며, 일선에서 그런 변을 당했던 그 박 모 상사는 그 후 장교가 되어 5․16 후 소령의 계급으로 경찰계로 진출하여 일선 경찰서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海兵隊의 名人∙奇人傳 第1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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