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29기 노영호

해병대 훈련병..이병시절부터 전역까지 "1부"

머린코341(mc341) 2016. 2. 4. 01:23

해병대 훈련병..이병시절부터 전역까지 "1부"



먼저 제가 해병대를 입대하게 된 동기를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원래 저는 해병대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습니다..

본인은 74년도 5월10일생으로..초등학교는 리라..중학교는 배명..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침좀뱉고..놀았다면 알수있는 광문고등학교(특지고)를 93년에 졸업했습니다..

운좋게 자동차 정비 자격증과 항공정비 자격증을 취득해서 특별전형으로 수원전문대에 아주 낮은 점수로 입학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울 잠실에서 수원까지 통학을 하자니.. 학교가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때당시 우리의 드림카는 노란색 스쿠프@ 정말 멋져보였죠..ㅋㅋㅋ

요놈 한대만 있으면 못갈곳이 없겠다했죠..

이때마침 엄마가 등록금으로 준신 돈과..차를 사야겠다는 일념으로 모은돈을 합쳐보니..

대략 400만원 정도가 되더군요..

머리속에선 학교고 지랄이고 제 머릿속엔 스쿠프가 왔다갔다~하고..있었습니다..^^;
바로 삼성동 중고차 시장으로가서 페이스리프트 되기전의 초창기 스쿠프 알파를 살수있었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부릉 부릉~산으로 들로..부모님게는 죄를졌죠..매일 학교간다고 하면서..

차를타고 서초동에 있는 정비공장으로 출근을 했으니까요..

공장에서 엔진부 막내로 월급 28만원(최저임금도 안되는..-,.-ㅋ)을 받으며..정비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죠..집으로 등록금을 내지 않아서 입학이 취소됐다..

뭐 이런 공문이 집으로 날아와서..부모님은 노발대발..맞아죽어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너..이쌍노무새끼 집에오면 아버지한테 죽을줄 알아라!!" 이러시더군요..

어떻게해야..이상황을 벗어날까..고민중에 순간..몇달전 신검받은게 생각이났습니다..
아버지한테 맞아 죽느니..군대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조퇴하고 용산 병무청으로 갔습니다.


처음엔 육군을 생각하고 갔지만..지원을해도 두어달을 기다려야 할것같더군요..
저에겐 최대한 빨리가야 아버지께 맞더라도 덜맞을수 있기에 무조건 빨리가는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가 "모병관"이라는 분에게 "저기요 지원해서 최대한 빨리 갈수있는 군대가 어디에요?"하고 물어봤더니..

"해병대 가시죠"이러더군요..지원하고 한달이나..1달 보름이면 갈수있다고..하면서 첨부서류를 알려주더군요..


학력증명서 등본등등..학교로 득달같이가서 서류 다 준비하고..지원서를 접수하고..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아버지께서 "야~너 죽었어 이리와~"하시며 공포의 하키스틱을 꺼내놓고 기다리리더군요..

엎드려뻐쳐 자세를 잡고..몽둥이를 휘두르시는 찰나에.."저 군대가요~"이렇게 한마디 꺼냈죠..

그러자 몽둥이 떨어지는 소리..탁~ 휴~~살았다..

"언제가냐?"..

"담달에요"..

"어디로?"..

"해병대요~"..


눈이 휘둥그레 해지시며..

"너랑 나 엄마 이렇게 세식구 더군다나 외아들인데..왜 상의도 않하구 그랬냐?"..

"전문대가도 전망도 없을것같고 차라리 정비공장 들어가서 일배우다가 일찍 군대 가서 남보다 빨리 전역해서 자리잡는편이 좋을것 같아서요.."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의 언변..전혀 그럴 생각 없었는데..

안방으로 들어가시는 부모님들..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시면서.."들어가서 쉬어라~"하시더군요..
정말 너무도 죄송했습니다..스쿠프가 웬수죠..나의 드림카..

해군본부에서 신체검사받고..어쩌구해서..해병 729기로 합격을하고 94년 3월 9일로 기억하는데..

이제 10년이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어쨌든..아버지와 함께 포항으로 비행기타고 가서..

훈련단 입구에 있는 갈비집에서 밥먹고 이발소에서 머리깎고..

훈련단에서 보여주는 해병대 홍보영상을 아버지와 함께 봤습니다..

"자 이제 부모님들과..예비해병분들은 마지막 인사나누시기 바랍니다..이제 헤어지실 시간입니다."라는

마이크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뒤돌아가는데..

제손을 잡고 아버지가 울고 계셨습니다..ㅜ.ㅜ

"죄송해요 아버지 엄마..수료식날 맛난거 싸오세요~"..

후다다닥=3=3=3
이렇게 해서 부모님과 6주간 이별~

정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백장갑을 낀 교관분들이..

"자 여러분..줄들 서시고 발 맞춰서 행진 합니다~"
부모님들을 뒤로하고 교육훈련단으로..해병 729기 입소!!

이때..아직 군대란곳도 잘 모르고..껄렁 껄렁~ 여기저기 두리번 두리번..잡담..

행렬이 우회전을 해서 부모님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 순간..

앞쪽에서 터져 나오는 괴성과 신음소리..

"퍽~퍽~야 이 개새끼들아 해병대가 너희같은 새끼들 밥 먹여주는 곳인줄 알어~어! 발맞춰서 가라는대..내말이 안들려~어! 개새끼들아~"

그 순간..분위기 존내 썰렁 덜덜덜~~

한명은 벌써 안면부가 피범벅..코피 줄~줄~정복구두발에 지근지근..
교관의 백장갑은 빨갛게 물들고..

"다시한번 얘기하는데..목소리..동작 한번 보겠어~개새끼들아~너희같은 새끼들 해병대에서 필요없어~"

덜덜덜~존내 무서웠습니다..괜히 왔다 싶기도하고..

방금까지 존대말로 이러세요~저러세요~하던 교관들이 순간 돌변 터미네이터같이 변하는데 불과 2~3분..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춰..척척척척 발도 맞추고..

"아 내가 군대에 오기는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소 첫날..사복을 입은 상태로 하룻밤을 보냈는지..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우리 729기는 체육관으로 가서..앞으로 1주일간이 가입소기간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때 집에가고 싶은 사람은 집에가도 좋다..뭐..이런 설명듣고..속옷까지 완전 탈의 하라는 지시에..집단 올누드로..쭈그려 앉아 있었고.."밀착!"이란 소리에..남자끼리 맨살을 부비게 되었죠..ㅋㅋㅋ

4월의 포항공기는 무지 차더군요..온몸에 닭살이 돋고 남자끼리 그러고 있으려니..웃음도 나오고..

이때!! 난 속으로 웃었는데..제옆에 있던 동기가 허연 옥수수를 DI 앞에서 드러낸것이죠..

"누가 이빨 보이랬어..개쇅~" 퍽~퍽~

"잘못했습니다~~" 퍽~퍽!!  

완전 아우슈비츠가 따로 없었습니다..공포의 도가니~~

정복차림의 교관들은 백하이바를 눌러쓰고..줄이 칼같이 선 전투복과..

걸을때마다 소리가나는 링을차고 나타났습니다..공포의 디 아이(DI) 포스가 엄청났습니다..

개인피복을 지급 받았습니다..전투복..실잠바(야전상의)..세무워커..각안잡힌 팔각모등등

내몸에 맞는지 안맞는지도 모르고 주는대로..통밥으로..ㅋㅋㅋ

처음 입어본 전투복과..처음 신어본 세무워커..어색했습니다.
개인피복을 지급받고..벌써 저녁이 되어..식당으로~

왕자식당(?)에는 이미 밥이 다 차려져 있었습니다..

메뉴는 보리밥이 존내 섞여있는 밥과..된장국(똥국) 깍뚜기 두세조각..대구우유 하나..

"식사시작"구령과 함께..먹기 시작하는데..

이게 냄새도 좀 꾸리 꾸리하고 손이 잘 안갔습니다..

국을 한번 떠 먹어 봤는데..맛이 예술 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낮에 먹은 갈비가 올라오는것 같았습니다..주위를 둘러보니..다들 저와 비슷한 표정으로 못먹고 있었습니다..

걍 대구우유만 먹고 말았습니다..해병대에서의 처음 식사..지금 생각해도 올라오는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또 뭔가를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신병2대대 병사에 들어가..꿈같은 하루를 마감했습니다..너무 긴장 했는지..

배도 안고프고 잠도 안오고 냄새도 나고.."아~낼 그냥 집에 간다고 할까?" 이러면서..잠을 청했습니다..

지금쯤 엄마 아버지는 뭐하고 계실까?...zzz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