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Insight] ‘참수작전’ vs ‘청와대 제거’ 거칠어지는 남북 특수전 대결
김정은,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시찰
북한 김정은이 암살·테러를 주 임무로 하는 대남 특수전 부대를 창설토록 직접 지시해 운용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남북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핵·미사일 위협 행보를 벌여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한 한·미 군 당국의 ‘참수작전’에 북한이 맞대응 카드를 내놓았다는 측면에서다.
전례 없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남북 간 대치 속에서 상대측 최고지도자를 제거 목표로 공공연히 거론한다는 점에서 갈등은 상당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1월4일 김정은이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를 시찰했다며 관련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525부대는 최근 작전총국 승격설이 나온 군 총참모부 작전국의 단대호(單隊號·일종의 부대 별칭으로 주로 숫자를 이용)로 알려져 있다.
소속과 명칭만 봐도 모종의 특수 임무를 띤 별동대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 특수작전대대를 직접 조직했다고 강조했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새로 짜였다는 얘기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부대의 역할과 관련한 북한 측의 언급이다. 중앙통신은 “청와대와 괴뢰 정부, 군부 요직에 틀고 앉아 천추에 용서 못할 만고대역죄를 저지르고 있는 인간추물(醜物)들을 제거해 버리는 것을 기본 전투임무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인암살을 위한 특수부대임을 드러낸 것이다. “적의 심장부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고 등허리를 분질러 놓아야 할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대목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월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25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격파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 특수부대원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청와대와 괴뢰 정부 제거 임무
이처럼 김정은이 직접 대남 특수전 부대를 방문하고, 임무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최근 한·미 군 당국의 대북 압박에 대응하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대북 특수작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합동훈련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김정은을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11월8일에는 한·미가 남한강과 강원 홍천 일대에서 유사시 헬기를 이용해 북한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특수전 병력을 침투시키는 훈련을 벌였다. 호국훈련(10월31일~11월11일)의 일환으로 실시한 이 연합훈련은 북한 지휘부와 핵심 시설을 파괴 또는 점령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10월22일 군산 일대에서는 한·미 공군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해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미 공군 353특수작전단과 한국 공군의 공정통제사(Combat Control Team)가 참여해 적진에 공수부대를 침투시키는 가상 임무를 수행했다.
‘티크 나이프(Teak Knife)’로 이름 붙여진 이 연례훈련을 군 당국이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정은이 이런 점을 상당히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특수작전대대 방문과 관련해 북한은 “김정은 동지가 특별히 중시하며 제일 믿는 전투단위”라고 부각 보도했다.
실제 김정은은 상당 시간을 이 특수작전대대에 머물며 직승기(헬기) 로프 강하훈련과 사격·습격 훈련을 직접 참관한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은 또 “전투원들이 펄펄 난다. 쏘면 쏜 대로 목표를 명중시키는데, 총알에 눈이 달린 것만 같다”는 격려의 말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韓·美 군 당국, 최근 대북 특수작전 역량 강화
김정은의 이 부대 방문은 지난 9월 북한군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지 두 달 만의 군 관련 행보다. 5차 핵실험 감행 후 한·미 군 당국의 B1-B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 등 대북 압박이 부쩍 강화되자 김정은은 공개활동을 중단한 채 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1주년을 맞아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던 김일성·김정일 참배 일정도 취소했다.
정보 관계자는 “해마다 주요 기념일 당일 새벽 0시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옛 금수산의사당)을 방문하던 관례를 깬 건 경호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 나타날 경우 한·미 연합전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미의 대북 감시망이 느슨해지자 활동을 재개한 김정은이 첫 행보로 자신이 창설한 대남 특수작전대대를 방문한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자신을 정조준한 평양 지도부 궤멸 발언이나 참수작전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에 맞대응할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에 이 부대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란 진단이다. 북한 군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공개활동 장기 공백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대남 특수부대의 운용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2013년 3월에는 유사시 남한 침투 임무를 담당하는 11군단 산하 부대를 찾아 “적 군사 대상물과 반동통치기관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어야 유사시 적의 아성으로 돌입해 심장부에 비수를 정확히 꽂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반동통치기관은 북한이 당시 ‘보복 성전(聖戰)’을 언급했던 청와대와 정부청사 등 핵심 시설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그해 2월말 11군단과 공군이 합동으로 진행한 비행훈련과 낙하산 침투 시범을 참관했다. 이어 3월 들어 최전방 장재도·무도 방어대(7일)→월래도 방어대(11일)→무인공격기 훈련 지휘(20일)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고는 다시 11군단 특수부대를 찾아 잇단 행보를 마무리한 것이다.
폭풍군단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11군단은 대남 특수부대의 간판 격이다. 영화 《쉬리》에도 등장한 특수8군단을 모태로 한다. 특수8군단은 1968년 1월 청와대 습격 미수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 창설됐다. 하지만 이런저런 도발로 인해 노출이 심해지자 1983년 7월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칭했고, 1991년에는 11군단으로 바뀌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청와대를 상당히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주요 현안을 풀어야 할 남북대화 때마다 통일부나 국가정보원이 아닌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문을 두드렸다. 대남 위협과 도발 국면에서도 청와대를 겨냥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수전 부대를 앞세운 북한과 한·미 연합전력의 대결국면은 좀체 해법을 찾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사저널]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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