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추억여행(9)--오늘도 작전중
험한 지형과 우거진 관목, 인적이 없는 산속은 가시넝쿨로 기습을 우려하여 진로를 뚫는 첨병의 역할이 크다.
5~6m식 떨어져 가다보니 (부비트랩등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앞에만 집중하다 보면 대원들과 떨어져버려 후위의 분대원이 각별한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열대지방은 석양이 지기 시작하면 금새 어두워 지기 때문에 숙영지를 정하면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휴대한 크래모아와 조명탄,수류탄등으로 초록색 인계철선으로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개인호를 파서 준비를 하며 보급헬기를 기다린다.
어제밤에도 자정쯤 방문한 적들로 뜬눈으로 지새웠고, 이른 아침부터 설치했든 것을 빠짐없이 회수한후 교전지역의 전방을 헤집으며 흔적을 찾지만, 나무사이의 풀섶에 흘린 핏자국뿐 시신도...무기도 깨끗이 가져가는 그들의 전략대로 남은게 없다.
어제 오후에 와야할 보급헬기가 두곳의 착륙지를 확보하고 기다렸으나 적의 총격으로 몇번의 시도가 무산되어 돌아 가버려 이른 아침부터 변경된 착륙지를 확보하여야 한다.
출발부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잘 안먹는건 버리고 오기 때문에 식량도 고갈되고,실탄등도 보충해야 하는데 무전기에 대고 고함치는 중대장의 목소리가 애가 타나 보다.
드디어 산너머에서 헬기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어 모두가 긴장하여 경계하는 시야에 무장헬기의 호위속에 보급헬기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밀림속 곳곳에서 쏟아지는 기관총세례에 고도를 높여 선회만 하며 우리보고 적을 제압 해달라지만, 중대의 화기로의 응사엔 아랑곳없이 더욱 빗발치니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투하하라고 지시한다.
겨우 실탄과 c-레이션만 투하하고 헬기는 돌아가니 식수를 공급받지 못한 우린 어쩌란 말인가.
일단 빠른 시간에 개인별로 지급하여 챙기고 오전엔 물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중대장님의 위로를 귓전으로 흘리며, 열대의 한낮에 쏟아지는 비를 기다리는게 더 나을거라 중얼거린다.
마른 입으로 대충 먹고 이동하는 밀림속의 아침은 해만 뜨면 더운 열대의 더위가 그늘속에도 여전하여 벌써 여민 옷자락안으로 땀이 흘러 내린다. 오늘은 우리 소대가 중앙에 위치하여 어제보다 편한 마음으로 진군하지만 많은 대원이 지난 길에도 가끔 부비트랩으로 당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은 늦출수 없다.
첨병소대가 지나간 갈림길에서 휴식 명령으로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 물이다 "하는 웅성거림이 들려 바라보니 전방 좌측의 작은 소로 사이로 무너질듯 서있는 집 한채와 야자수잎으로 지붕을 올린 우물이 보인다.
"물 뜨러 갈 사람 ?"지원자를 찾지만 오랜 고참들은 고개를 돌리며 "물과 함께 부비트랩이 있는데 가면 안되는데"한다.
부상으로 후송 간 소대장의 후임으로 온지 얼마 안된 소대장은 목마름을 참을 수 없는지 "몇명만 따라 와 " 하고 벌써 걸음을 옮기니 전령과 통신병은 따라 나선다.
중대장이 알면 큰일 날텐데 하며 걱정스레 지켜 보며 경계를 하고 있는데, 벌써 우물에 도착한 소대장은 손을 흔들어 주곤 두레박을 잡아 당기는데...." 꽝 "하는 폭음과 연기속에 세사람의 몸뚱이가 하늘로 치솟는다.
손살같이 달려가 보니 방탄조끼를 입은 상반신만 제대로 일뿐 사지가 흩어져 바로 볼수가 없다. 5분전까지 함께 숨쉬든 소대장과 대원이 쓰러져 있으니 우선 주변을 수색하고 2차 피해를 조심하며 사체를 수습하여 판초우의에 모아 묶는다.
늘 겪는 일이지만 조금만 주의하고 귀를 기우리면 피할수있는 죽음을 순간의 판단착오로 돌아 올수없는 곳으로 가버리는지 슬픔과 함께 울분이 치솟는다.
달려온 중대장님은 너희들 고참들이 좀더 강하게 말리지 하며 나무라지만 중대장도 계급의 차이를 모르진 않기에 한숨섞인 하소연으로 들린다.
전투도 벌어지기 전에 사체처리를 위해 헬기를 유도 하기위한 장소로 다시 이동한다. 어제와 오늘은 하늘만 바라보다 시간을 다 보내고 청룡을 지원하는 미군 헬기도 위험한 작전에 참여하여 얼마나 힘들었을까.
출처 : 해병대 178기 빚진 자 선배님 블로그, http://blog.daum.net/debtorcjs/1586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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