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추억여행(10)--그래 ! 살아야 한다 (1)
늘 겪는 일이지만 어제의 우리 소대의 피해는 모두의 사기를 저하 시키고, 뜬눈으로 지새운 탓인지 모두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다.
군장을 꾸리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고 불필요한 대화도 않으며 모두들 군장을 꾸리는데 " 어제 일은 잊어 버리고 작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조심하라 "는 중대장의 지시가 건성으로 들리니.....
벌써 수월하지 않을 이번 작전에 대한 불안감과 복수심으로 심사가 혼란 스럽다. 날이 갈수록 살아 돌아 가는게 희망사항으로 남을것 같은 예감이 머리를 짓누르고 잊을수 없는 기억만 켜켜히 쌓이니 레이션을 씹는 입안은 모래가 가득한것만 같다.
내가 살려면 적을 찾아내어 죽여야하고 전쟁의 일부분을 감당해야하는 군인으로서 허약한 모습을 분대원에게 보일 수 없어 목청을 높여 분대원들을 독려하여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2소대는 신임 소대장이 올때까지 중앙에서 중대장과 함께 가고 오늘은 3소대가 첨병으로 나선다.
몇 발자욱 떼지 않았는데 등에서 땀이 흐르고 수분을 요구하는 몸뚱아리의 요구는 턱밑까지 차는 목마름으로 해갈을 요구한다. 해가 머리위에 작렬하는 때,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조장님, 저기 웅덩이에 물이 있는데요" 하며 속삭인다. 어제의 사건이 있기에 경거망동 않지만 내면의 갈망이 눈빛에 보인다.
분대장과 함께 숲속 웅덩이에 조심스레 가보니 한평도 되지않는 짙은 색갈의 물엔 빨간 실지렁이가 우글 거리는데 주변을 수색 해보니 부비트랩은 없다.
소독약을 풀어 마시는게 목말라 쓰러지는것보단 낫지 않을까고 이심전심으로 통하여 중대장 몰래 철모로 마시기로 한다.
10여명의 분대원들이 정신없이 마시고 머리에 물을 뒤집어 쓰고보니 물밑이 드러나는데 " 웩 "하며 구토를 하며 조원이 달려와 손을 잡아 끌기에 가보니, 뼈만 앙상하게 남은 시체가 바닥에 있다.
" 몹쓸 병에 걸리면 인골도 갈아 마시는데, 우린 고아서 마셨으니 보약 먹은 셈 쳐라"고 하지만 속이 뒤집어 지는것만 같다.
배고픔이나 부상의 고통도 참기 어렵겠지만 목마름의 고통은 인간이길 포기하게 ... 온전한 정신으로 분별을 않게 한다.
그래도 갈증은 면하여 우린 다른 대원들보다는 나았지만 ,오늘은 한낮이 지난후에야 겨우 물을 공급받는.....
전투아닌 전투를 치러야 했다. 산 꼭대기로는 적의 눈에 띄기 십상이고,골짜기의 소로는 지뢰와 부비트랩,함정들이 기다리니 3부능선쯤으로 길을 내며 전진하는 첨병은 속도가 느리기만하고, 다음 좌표의 야영지까지 예정된 시간까지 가야하는데 중대장의 애가 타는 독려가 무전기를 울린다.
언제 종료되는지 알길이 없는 이번 작전은 동중국해를 통하여 들어오는 적의 보급을 차단하는 게 主 임무이고 보급대를 호위하는 敵을 먼저 찾아 내어 가로채는 것이란다.
[자료사진: 미해병27연대3대대의 Go noi 작전]
일분 일초도 늦출수 없는 긴장으로 밀림을 뒤지다 간헐적으로 조우하고, 쫒고 쫒기다보면 ,시간의 흐름도 잊고 수시로 벌어지는 접전이 이어지지만 해가 기울면 우린 더욱 바빠진다.
이 지역은 추라이와 달리 동굴도 많고 숨겨진 중화기세례도 많은 터라 주변을 수색하여 야영준비를 해도 五感에 더한 肉感은 " 숨어 잇는 적들이 지켜 보고 있는 것" 같아 부산을 떨다가 어둠이 깔리면 몇m 옮겨서 부리나케 개인호를 다시 판다.
훈련소에서 수류탄투척 실습할때의 조심성은 간데없고 어둠속에서도 안전핀을 펴서 인계철선으로 부비트랩을 메설하고 조명탄을 눈여겨 본곳에 설치하며......오늘은 눈이라도 좀 붙일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가 지면 말소리는 없어지고 호마다 연결해 놓은 실을 잡아 당기며 지시가 내려온다. 개인호도 엄폐물이 있는 옆에 잘도 준비 해놓았는데 우리 분대에서 우리 조가 차출되어 1개 분대 병력이 예상 위험방향으로 야영지앞 500여m전방으로 매복명령이 떨어졌다.
중대장은 예상 매복지 앞쪽으로 포지원의 좌표를 알려 놓았으니 상황이 발생하면 퇴로를 " 눈여겨 숙지 하였다가 철수하라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점검을 하며 ,이곳은 敵前지역이니 소리없이 움직이고 육감대로 반응하라며 어깨를 다둑인다. 정해진 장소로 나가 보니 앞쪽은 약간 내리막으로 희미한 달빛에 시계가 좋은 편이다.
실로 손목을 묶어 연결하고 숨죽여 보니 옆의 대원은 보이지도 않는데 시간은 왜 이리 더디 가는지....자정 가까이 되는, 낮의 피곤으로 내려오는 눈거풀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손목의 실이 팽팽해지더니 좌측의 후임병이 기어와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는데 시커먼 그림자가 낮은 자세로 우리 쪽으로 접근하는게 보이는데, 하나 둘......너무 많은것 같다.
모두가 가까이 오기만 기다리는데 무전기를 긁는 소리가 희미하게 난다. 중대에서도 이미 포착했나보다 하고 안도하는데 누군지 벌써 발포를 하니 순식간에 콩볶는 소리와 함께 수류탄이 작렬한다. 중대에서도 安衛가 걱정되는지 좌표를 부르는대로 박격포의 포탄이 쏟아지고 끊임없이 조명탄이 빗줄기같이 쏟아진다.
서로가 근접하여 사격을 해대지만 적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납짝 엎드린 모습이 불빛 사이로 보이는.......발가벗고 길거리에 내 몰린 것같은 야간 매복지에서의 전투가 벌어졌다.
[자료사진: 1968.5.18- Go noi 작전- 3Bn]
한국군이나, 미군이나 전투부대의 기록사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포병이나 전차, 공병쪽의 사진은 많이 보이지만 최일선 보병들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註 : 1968년의 작전일지를 보면 68년 1월 30일, 월남 全 지역에서 월맹군의 대공세가 시작되어
"계엄령"이 선포되고, 청룡부대는 괴룡작전이 시작되었다.
1월31일엔 주월사령관인 채명신장군이 청룡부대를 초도순시,
2월5일부터 17도선 이남의 Khe Sanh기지를 월맹군 4만여명이 미해병 5200명을 포위하고 대공세를 시작.
2월6일엔 앞선 공세로 월맹군에 점령되었든 후에(Hue)시를 치열한 시가전끝에 2월21, 미해병대가 탈환.
2월28일. 한달간의 괴룡1호작전 종료.
3월1일. V.C 전지역에서 3월공세 시작으로 " 괴룡2호작전 시작.
3월12일. 괴룡2호작전 종료. 2일간 숨을 돌리고,
3월14일, 용진작전을 개시하여 3월23일 종료 하였다.
출처 : 해병대 178기 빚진 자 선배님 블로그, http://blog.daum.net/debtorcjs/1586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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