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수기/해병178기 최종상

청룡의 추억여행(12)--자! 오늘은 결전의 날이다

머린코341(mc341) 2017. 3. 26. 09:38

청룡의 추억여행(12)--자! 오늘은 결전의 날이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산골짜기를 감아 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시간의 흐름도...세월의 숫자도 잊어버린지 오래다.


분대장을 통해 " 정찰나간 소대가 돌아 올 때까지, 경계 철저하고, 25,27중대가 제 위치에 도착할 때 까지 대기한다."는 말에 느긋하게 군장을 꾸리고 식사를 한다.


조장이 휴대하는 유탄발사기의 유탄의 숫자를 하나라도 더 가지려 뺏다시피 다른 소대의 동기에게서 전해 받아 챙긴다. 오늘은 우리 소대가 선두고 첨병조장으로 내가 앞장설 순서다.


대대병력이 산개하여 포위망을 구축하고 고노이 건너의 미군과 월남군들이 퇴로를 막고 작전이 시작된다니 우린 敵前지역 깊숙이 들어 왔나보다.

어제 오후 보급 온 헬기편의 고국에서 온 편지들을 이제사 펼쳐본다. 대개 가족의 편지는 별로 없고 어린 학생들의 삐뚤삐뚤한 위문편지가 많다보니 별로 반가운 기색들이 아니다.


매일 틈날때마다 보낸 나의 편지도 가물에 콩나듯 답장이 오니 오늘도 배급품같이 아이들 편지만 몇통 읽는다.


[작전 시작전의 항공폭격]


" 전방 3km 쯤의 길게 뻗은 산등성이의 능선으로 길게 매복하여 적의 병력과 보급품 수송대를 기다린다" 며 주의 사항과 작전지침을 하달받는 분대장의 얼굴이 굳어있다.


골짜기를 주시하다 적이 포착되면 공격하겠지만 등뒤에는 아군이 없으니 여간 조심하지 않을수 없다며 각오를 다지란다. 어차피 청룡은 사지에 던져져도 "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조직의 일원" 인것을.....벌써 수없이 겪은 일이 아닌가.



시간은 흐르는데 오늘따라 교전의 총소리도, 포성도 없이 나무숲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自有한 새소리들만 들리니 서서히 긴장의 끈이 조여만간다. 


" 옆에 있든 후임병은 안절부절하며 분위기가 맘에 안든다" 하는데 "자 ! 이동이다 "하며 출발을 재촉한다. 오직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앞장서니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유탄을 쏘지말란다.( 보통땐 첨병으로 나가면 전방과 좌우의 수상한 기척만 나면 예방적 차원에서 유탄발사기로 쏜다.


지나온 길보다 수월한 전진에 발걸음이 빨라지니 "천천히" 하고 신호가 오고 뒤를 돌아보니 저만치 거리가 멀다.


[당시 미해병1대대7연대의 작전지 전투개인호]


채 한시간도 되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하니 행군대형의 간격으로 엄폐위치를 정하여 매복하란다.


어째 오늘은 한가롭기까지 한데...하는데 콩볶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기 시작하며, 미군측 산악에서 우리쪽으로 소몰이 하듯 뒤지며 밀어 낸단다.


2개중대가 산개하고 골짜기를 열어놓고 물러서서 1개중대가 매복한 전형적인 사냥방식이다. 지축을 흔드는 포탄의작렬하는 소리와 어느듯 나타난 무장헬기의 기총소사까지......참 미군들은 다양하고 월등한 장비로 기를 죽이지만, " 전쟁의 승패는 나이 어린 보병에게 달려있다 "는 평범한 진리가 증명되는게 오늘같은 전투의 결말이다.



드디어 우리들의 시야에 사냥개에 몰린 토끼처럼 검은 옷의 월맹군이 점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달리듯 도주하는 무리들의 모습이 제대로 훈련받은 정규군인걸  직감으로 알아채고 사격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저들은 산속만 다니니...) "두르륵 " 연발의 사격이 시작된다. 조금 먼거리라 조준사격이 어려우니 비오듯 퍼붓고, 이럴때 효과를 보는 LMG에 벌써 몇명인가 쓰러졌다.


장소를 옮겨가며 두어시간 퍼붓다 적의 반응이 잦아드니 진격명령이 떨어진다. 동굴속으로 숨은 적들이 등뒤에서 나타날수도 있기에 갈짓자의 대형으로 수색해 나간다.



몇명째 시체를 발견하고 숨이 붙어 있는지 확인하며  숲속을 뒤진다. 시체도,무기도 그냥두고 도주한걸 보면 그들도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인간도 피를 보기 시작하면 더 사나워지고 무감각해 진다더니  우리도 그렇게 적응되어 가나보다. 몇시간인지 서서히 총성이 잦아들고 멀리 아군의 모습도 보이면서 작전종료의 신호가 오며 뒤를 조심하며 집결지로 이동하여 " 헬기를 기다린다 "한다 .


적이 되돌아와 기습을 하기전에 빠져 나가는 게 중요한 작전의 마무리 인데, 헬기가 또 연착이다.  그래도 지원 나오는 미군 헬기도 목숨을 건 이착륙이기에 요란한 건쉽의 지원과 먼 바다에서의 함포사격의 주변 엄호 사격속에 용감하게 날아온다.


[ 자료사진 :  68.5.25 / Go noi / 3Bn.27Ba]


우리들의 작전은 늘 여단 책임구역을 벗어나기 때문에 출 퇴근하듯 헬기에 의존하다보니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빛으로 마음이 통하고 등을 두드린다.


특히 사상자의 후송이 긴급할때는 격추의 위험을 무릎쓰고 몇번이고 시도하여 태워 갈때는 " 국경을 초월한 戰友愛"가 다져 지는것 같다.


마침내 도착한 헬기에 몸을 싣고 산봉우리를 돌아 기수를 돌리는 시야에 우린 첨병중대로 깊숙이 들어가서 헬기로 먼저 떠나고 줄줄이 행군하는 행렬이 점선으로 보인다. 이번 작전에도 피해를 피해가진 못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戰鬪員이 되는...고된 훈련을 통한 성과가 나타 나는것 같다.


[청룡부대를 지원나온 미군의 전차병이 찍은 작전지의 사진, 전사자를 데리고 나오는 사진]



註: 이때가 일지를 보면 월남의 북부지역에 월맹정규군의 7개 사단이 집결하여 비상경계가 발동 되었다고 한다.

출처 : 해병대 178기 빚진 자 선배님 블로그, http://blog.daum.net/debtorcjs/15866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