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수기/해병178기 최종상

청룡의 추억여행(13)--헬기에 몸을 싣고

머린코341(mc341) 2017. 3. 26. 09:44

청룡의 추억여행(13)--헬기에 몸을 싣고


[ 투본강(Song Tu bon) 을 따라서]


아군의 진지도 띄엄띄엄 눈에 들어오고, 녹색의 카펫을 펼쳐놓은 것같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젠 한숨을 돌린다.


벌써 前,後方이 없는 戰場에 들어 온지도  8개월이다. 삶에 대한 애착도,죽음에 대한 공포도 지워진 무덤덤함은...지금 돌이켜 보면 자포자기 일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의 生死는 정해진 시간표가 끝날때 까지는 나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걸 월남전선에 첫발을  디딘  얼마후 전우의 죽음을 보며 깨달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국에서의 모진 훈련으로 익히고, 그동안의 전투를 통해 체험한대로 몸이 반응하는대로 움직이는것 뿐이다.

 

[Vien Dinh평야를 지나...멀리 보이는  고노이를 보며]


녹색 의 바다에 거미줄같은 수로와 강을 보며,  이제서야 전쟁을 건너 평화로 넘어온 실감을 한다. 청룡과 미군, 월남군의 진지가  가로 세로로 구획을 정해 주둔하고 있는 책임지역안은 그래도 해가 있을땐 평화롭다.


가끔은 주요 보급로인 1번도로와 통행로에 매설된 지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해가 지면 주인이 바뀌는게 현실이다. 매복과 역매복의 악순환은 다반사이고 죽이고 죽는.... 전쟁의 필연은 피할수 없다.


그동안의 긴장도... ..켜켜이 쌓인 피로도 ..모래땅에 발을 디디니 씻은듯 사라진다. " 살아 돌아 왔구나 "

대충 씻고 구두를 벗어 던지고 A형텐트 속에 기어 들어가 위장복의 단추를 푼다. 작전때는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여며 입고 다니든 방탄조끼에서의 해방감이 이렇게 홀가분 할수 없다. 긴장까지 내던지고 쉬고 있는데 중대장의 집합소리에  분대장이 달려 가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려나 당장 또 나가진 않겠지...)


기다리니 후임 소대장과 함께 와서 그 상태로 " 집합 "하란다. 그래도 부하들의 형편을 미리 브리핑 받았는지..앳딘 얼굴의 소대장은 " 고생 많았다. 잘부탁한다며 오늘은 푹 쉬고,앞으로  최선을 다하자 " 한다.



늦은 아침에  배를 채우기도전에 벌써 명령이 하달된다. 전지역의 비상경계때문에 겨우 이틀 쉬고 내일 또 출발이다.


전쟁터에  "무슨 경계령 인데요"하니  구정공세가 단발로 끝났는 게 아니고, 적화통일의 대공세로 월맹 정규군의 이동이 포착되어 책임지역방어 차원에서 또 출동 이란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이 반문이 있을게 없다. 두달후면 귀국이고....제대인데 ...서서이 마음의 갈등도 있고, 새로 보충온 소대장과 분대원들과의 팀의 조화가 나의 生還의 관건이다.


배낭을 꾸리는 건 이력이 나서 일찌감치 묶어두고 모래사낭위에 앉아 편지를 쓴다. 나중에 귀국하여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른 아침 병력 수송용 헬기의 줄 이은 출동]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부터 우리의 출퇴근용 헬기가 떼를 지어 내린다. 다낭의 헬기장이 그렇게 가까운지는 나중에 그곳 연락반에 나가서 알게 되었지만......그들도 연합군, 특히 청룡에겐 같은 동족같이 살같이 한다. 비슷한 연배의 기총사수는 언제 봤는지....기억도 없는데 손을 잡아 끌며 등을 두드리며 배낭을 챙겨준다.


모래먼지를 흩날리며 날아 오른 우리는 기수를 돌려 강을 따라 서쪽 산악지역으로 향하는데 얕은 고도로 아군의 방석을 지날때마다 손을 들어 흔들어 주는 저곳은, 강 오른쪽의 1대대지역.... 위로 우회하여 가는걸 보니 이번 작전도 수월하지는 않을것 같은 예감으로 모두의 얼굴이 굳어진다.



호지명루트의 차단을 위하여 미군쪽에서 얼마나 많은  함포(남중국해의 아물거리는 수평선에 떠있다.)와 전폭기의 폭격으로  초토화 시켰는지 얕은 숲이 끝난 산자락과 밭들엔  제대로 된 식물도 없는 곳에, 우릴 내려놓고 헬기는 내빼듯 돌아가고 즉시 지시가 내려온다. 이곳은 함정과 동굴이 많았기에 미군의 피해가 많아서 미리 청소를 해 놓았지만 절대 방심은 금물이고 조심하여 정찰 대형으로 출발하란다.



멀리 보이는  숲에서의 저격도.. 사거리를 계산해서 움직이고 사주경계를 하며 빠른 속도로 전진하니 어느듯 등줄기엔 땀이 줄줄이 흐르며 " 오늘도 우린 작전중 "이다.


兵178기.최  종 상.



출처 : 해병대 178기 빚진 자 선배님 블로그, http://blog.daum.net/debtorcjs/15866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