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일까?
* 옮긴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 그리고 나토(NATO)를 향해 “미군이 공짜로 나라를 지켜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비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취임 후에는 국방예산을 대폭 인상하는 예산안을 제안하며 “미국 역사상 국방예산 인상안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군사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뉴욕타임스가 다양한 인포그래픽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역대 미국 정부가 국방 예산을 인상한다고 밝힐 때는 항상 특정한 임무가 그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늘어나는 예산을 어디에 쓸지 명확히 밝히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는 뜻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건지 궁금해합니다.
안보전문가 에린 심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준비하지 못한)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예산”을 요청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국가별 국방 예산. 미국은 예산 규모 2~8위 국가의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한다. (출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뉴욕타임스 기사 원문에서 그래프 갈무리)
미국은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국방 예산을 씁니다. 자국 영토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질서를 유지하며 전 세계 어디서든 미국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수행하는 데 그만큼 많은 돈이 드는 겁니다.
“현재 미국은 유럽, 중동,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까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걸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어요. 한 곳 이상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져도 작전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군대를 양성했습니다.”
워싱턴 국제전략연구소에서 국방 예산 분석팀을 이끄는 토드 해리슨의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현 상황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군이 우리나라 국경은 무방비로 열어둔 채로 엄하게 다른 나라 국경이나 지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군사력에 있어 미국과 가장 큰 경쟁국인 러시아와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이란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방안을 옹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확장된 핵전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적에는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전문가들도 미군 총사령관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지상군 병력, 공군, 해군, 핵무기 네 가지 전력을 각각 어떻게 강화하고 개선할지에 관해 내놓은 발언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늘어난 국방 예산을 어떻게 쓸 생각인지 짐작해 보겠습니다.
지상군
현재 미군 현역 장병 수는 약 130만 명, 예비군 전력은 86만 5천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입니다. 미국보다 현역 장병이 많은 나라는 중국(220만), 인도(140만)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또한 전 세계 곳곳에 자국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현역 장병 약 20만 명이 170개국 이상에 파병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전력의 대부분은 유럽과 동북아시아의 동맹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안보를 미군이 공짜로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동맹국을 여러 차례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늘어나는 국방 예산을 동맹국의 안보를 강화하거나 파병 병력을 늘리는 데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인 시장주의(libertarian) 성향으로 분류되는 카토 연구소의 연구원 벤자민 프리드먼은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전력을 왜 강화해야 하는지, 확충하는 전력을 어떻게 쓸지 논의도 없이 일단 전력을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트럼프 정권은 정확히 무얼 하려는지 자기들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군대는 더 늘리고 봐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바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육군과 해병대 규모를 현재 현역 장병 66만 명에서 약 11% 늘린 73만 명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군은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며 규모를 불렸다가 분쟁 지역에서 철군하면서 다시 규모를 줄여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대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략을 꾸준히 비판해 왔으며, 자신은 두 곳에서 군사 작전을 더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에서 국방 예산 참모로 일했던 고든 아담스는 이런 상황이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참전이 임박하거나 전쟁을 벌이기로 마음먹지 않고서야 대규모 병력과 군사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군 전력
미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총 2,200여 대. 이 가운데 1,400여 대는 공군 전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군에 전투기를 1백여 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방 전문가들은 전투기를 전력과 전술 수행 능력에 따라 이른바 세대별로 구분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라 분류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미군 전투기가 다른 나라 전투기들보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해 더 강력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 대수만 언급했는데, 이는 공군 전력이나 전력 유지 비용을 분석하는 지표로는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미군은 이미 약 4천억 달러를 들여 최신형 5세대 전투기인 F-35를 생산하고 실전에 배치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 1백 대라고만 말했지, 어떤 프로그램에 얼마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투기마다 역할도 다르고, 개발 비용과 생산 비용도 천차만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투기 100대” 발언만으로는 그가 정확히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해군 전력
미국 해군은 현재 잠수함을 포함해 현재 275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 두 척을 포함해 해군 함정 수를 총 350척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항공모함을 두 척 더 늘리면 이미 압도적인 미국의 작전 능력은 훨씬 더 강력해질 전망입니다. 전 세계에 있는 총 18척의 항공모함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미 미군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1차대전 이래 미국 해군이 가장 작은 규모라고 언급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는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군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제는 각각의 함정이 100년 전보다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큽니다. 예전에는 배 여러 척이 있어야 수행할 수 있던 작전도 이제는 배 한 척만 있어도 해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을 새로 건조해 어떤 임무를 맡길지에 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 한 척을 지어 실전에 배치하는 데만 수십억 달러가 들고 몇 년은 족히 걸리는 일입니다.
함대 규모를 늘리는 계획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의회 예산처는 350척 규모의 함대를 꾸리려면 과거 함정을 건조하는 데 쓰던 예산보다 매년 60%를 더 써야 2046년에 완비할 수 있는 계획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 분석가 브라이언 슬래터리는 함대 규모를 늘리면 해군에 점차 가중돼 온 작전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함정을 파견하면 갈수록 오래 머물게 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러다 보니 해군이 자꾸 가야 할 곳은 많고 보낼 함정은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습니다.”
반면에 해군 전력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는 너무 많은 곳에 해군 함정과 병력이 파병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지금보다 온건한 전략을 펴 해군 전력 파병 자체를 줄이면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카토 연구소의 프리드먼은 “해군 함정들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아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온갖 임무를 다 떠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핵무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전력을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트위터에 올린 뒤 그는 MSNBC 토크쇼 진행자 미카 브르제진스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비경쟁, 하라면 하죠, 뭐. 우리는 누가 됐든 매번 상대를 압도하고 상대방보다 훨씬 오래 버틸 겁니다.”
트럼프는 핵탄두를 더 늘리고 싶은 건지, 핵무기를 실어나를 새로운 무기 체제를 개발하고 싶은 건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핵무기 대부분을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잇단 핵 군축 협상을 통해 꾸준히 핵무기 규모를 줄여 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가장 최근의 핵무기 감축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 조약을 “또 하나의 몹시 나쁜 협정”이라며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협정을 철회할 계획인지 아직 생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만약 뉴스타트 협정이 폐기되면 미국과 러시아 양국 사이에 핵무기를 놓고 군비 경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트럼프가 까짓거 해보자는 식으로 말했던 핵무기 군비 경쟁에는 적어도 수십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국방 예산 증액에 관한 다른 부문에서 그랬듯,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용처와 전략적 목표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IS를 궤멸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미군 전력을 어떻게 강화해서 IS를 제압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마이클 호로비츠 교수는 엄청난 예산이 드는 방안에 집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옛날식 국방 정책에는 잘 들어맞는다고 말합니다. “대규모 반란을 진압하는 데 일차 목표를 두고 군대를 운용한다면 당연히 예산 집행 방식도 달라야 할 겁니다.”
호로비츠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전체적인 군사 전략만큼이나 트럼프가 외형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무기, 쉽게 계량할 수 있는 전력은 사실 힘의 상징과도 같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종류의 상징성이 높은 군사력에 특히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
[NewsPeppermint]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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