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소식칼럼/해병대 분석

사나이들은 해병대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머린코341(mc341) 2017. 7. 7. 12:05

사나이들은 해병대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아랫 글은 미국 아틀란타에 거주하는 이승주해병이 본인에게 선물한"징기스칸"이란 월간지 창간호에 실린 자유기고가 이경수님의 글입니다.


책을 선물한 이해병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그 전문을 아래에 옮겨 적습니다.


-순전히 독수리 타법으로.
제목은 <"조국"이나"국민"같은 추상적인 것에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입니다.



*육군 지휘관도 부러워하는 일사불란함.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해병대로 간다.


한여름 훈련은 평소보다 배이상으로 힘들다지만 그들은 기꺼이 찜통더위 속에서 돌투성이 맨땅을 맨살로 긴다.


까진 팔꿈치로 땀방울이 흘러내려 따갑고 쓰려도 그들의 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노란 양은 주전자째로 목젖 울컥이며 냉수를 들이켠 후, 굵은 소금을 입속으로 툭 털어넣고는 다시 대열로 뛰어든다.


한여름 뙤약볕에 온몸을 맡긴 채 뛰고 구르며 그들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바로 대한민국 해병대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팔로쉽(Followship), 즉 리더를 따르는 태도를 몸으로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해병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일사불란함이다.


누구와 맞서도 이길 수 있는 강철같은 체력에, 어떤 불가능도 가능케 한다는 정신력으로 무장한 해병대원들이 상관의 명령 하나에 흐트러짐 없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면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육군 지휘관들마저 해병대원 같은 부하를 데리고 軍생활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술회할 정도다.


해병대원들의 철저한 팔로쉽은 기수 간 위계질서에서 비롯된다.


"미제 철조망은 녹이 슬어도 해병대 기수발은 녹슬지  않는다"
"해병대 한 기수 차이는 태권도 100단 차이다"
"날아가는 팬텀기는 잡아도 해병대 기수 차는 못 잡는다"


은 말은 해병대 기수체제가 얼마나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보름에 불과한 한 기수 차는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위계질서는 한 부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느 부대에 근무하든 기수 하나만으로 상하관계가 금방 드러난다.


해병대에서는 추상적인 것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조국"이나 "국민"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대신 바로 눈에 보이는 직속상관이나 선임, 동기와 후임을 위해 싸우라고 강조한다.


그들이 내 목숨을 지켜줄 것이고, 나 또한 그들의 생명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을 시간 있을 때마다 대원들 머릿속에 주입시킨다.


해병대는 또한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업무를 지시한다.


기수에 따라 사용할 물건과 할 일을 세부적으로 구분, 명확하게 할당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수는 물걸레만으로 청소를 해야 하고, 어느 기수 정도가 되면 봉걸레를 쓸 수 있는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해병대사령부 김태은 중령은 "사병과 장교가 통틀어 2만7000여명으로 전체 국군의 4%에 불과한 해병대가 핵심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해병대에 대한 대원들의 팔로쉽 고취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팔로쉽은 고유의 작전수행에 반드시 필요하다.


해병대는 적진상륙을 主임무로 하는 특수목적군이다.


본진의 공격 이전에 은밀히 적진에 침투해 정보 수집, 장애물 제거, 요인 암살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일단 상륙작전이 개시되면 해병대원들 곁에는 아무도 없다.


목표 지점까지 실어다 준 배나, 헬기는 즉각 철수한다.


뒤는 바다고, 앞은 적진이다.


물러날 곳이 없다.


오로지 적진으로의 진격만 있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작전을 완수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빈틈없는 일사불란함이다.


상관이 명령을 내리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즉각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 상관이 한 기수 위의 선임이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해병대의 독특한 팔로쉽은 리더쉽 강화로 즉결된다.


리더쉽은 팔로쉽을 기반으로 하며, 이때 팔로워(Follower)로서의 경험을 갖고 있는 리더는 더욱 훌륭하게 부하를 이끌 수 있다.


자신도 졸병이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졸병이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계급사회인 군대에서는 선임이 됐다고 하더라도 전역할 때까지는 반드시 누군가의 부하로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


해병대의 팔로쉽과 리더쉽이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으며 맞물려 돌아가는 이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