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사드 레이더 전자파 도시 영향, 휴대폰 중계기보다 약해
“전자파 측정에 주민 들러리냐”
레이더파 혁신도시 상공 1.4㎞ 통과
정부TF 환경영향평가 결론 못내
골프장 조성 때 환경평가 받아
북 미사일에 20초 만에 사드 발사
사드로 북 SLBM 작전 제한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레이더의 전자파 측정계획이 지난 21일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방부는 주민 여론을 수렴해 다시 측정한다지만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북한 미사일은 3∼4분이면 날아오는데 사드로 막으려면 30분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드의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전쟁 무기에 반대”=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지난 25일에도 시위가 벌어졌다. 마을 주민을 비롯해 각종 시민단체와 현장을 보러온 학생들까지 600∼800명 정도였다.
시위대는 소성리와 사드 기지를 잇는 도로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한 뒤 사드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저녁엔 인근 김천역 앞에서도 야간집회를 했고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시위대 속에는 평택 미군기지의 대추리 현장과 제주 해군기지의 강정마을 등 시위 현장마다 등장했던 문규현 신부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 가운데 유경주 원불교 교무는 “(사드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전쟁 무기여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을 확인하려는 국방부의 전자파 측정에 소성리 주민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전자파의 무해를 증명하기 위해 주민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드 레이더는 적이 쏜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사드 미사일로 요격하도록 유도하는 중요 장비다. 레이더가 가동되면 레이더파는 5도로 각도를 높여 공중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사드 레이더가 배치된 달마산(해발 680m)으로부터 8.3㎞ 북쪽의 김천 혁신도시에는 레이더파가 1.4㎞ 상공을 지나간다.
좀 더 가까운(5.5㎞) 농소면과 남면에서는 레이더파가 1.1㎞ 위로 지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7월 국방부는 미국령인 괌의 평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레이더로부터 1.6㎞ 떨어진 곳에서 전자파의 세기가 최대 0.0007W/㎡로 나왔다. 국내 인체허용기준 10W/㎡의 10만분의 7배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점에서 괌처럼 평지가 아닌 달마산 정상에 배치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8.3㎞ 떨어진 김천 혁신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인체허용기준의 10만분의 1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천 혁신도시의 경우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영향보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휴대전화 중계기의 전자파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레이더 전자파 측정에 소성리 주민들이 반대하는 속내는 따로 있었다. 소성리 현장에 배치된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 집행부에서 사드 레이더 전자파를 내부적으로 측정한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레이더 전자파를 실제 측정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확인되면 사드 반대 논리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장이 팀장을 맡고 있는 범정부합동TF는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추진 중이다.
당초 주한미군에 공여된 사드 부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요구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재검토키로 했다. 지난 6월 ‘사드 보고 누락’ 파동 때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경위를 파악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사드체계 배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서’에서 “사드 배치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라고 밝혔다.
사드 부지는 국방부 주장과 달리 33만㎡ 이상이고 골프장에서 용도가 변경됐다는 게 이유다. 따라서 국방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드 부지에 대해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시행을 두고서는 정부의 고민이 깊다.
국방부가 실시하다 중단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몇 달이면 마치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면 1년 내에는 사드를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 또는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주요 항목인 주민 여론 수렴은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아예 성주의 사드 부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환경부가 정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은 가축분뇨 관리, 대기환경과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 폐기물 관리, 전파방해문제, 국토 개발, 기타 오염물질 배출 관리 등을 평가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장으로 조성된 부지 위에 배치되는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및 지원장비 등은 오염을 발생시킬 정도로 수량이 많지 않은 데다 운영요원도 200∼300명 수준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드 부지는 당초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고 사드 포대가 실제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족하다”고 말했다.
◆사드가 없어야 평화가 온다?=소성리 시위 현장을 세 번째 찾았다는 원주에서 온 고2 학생은 “사드가 없어야 평화가 온다”고 말했다.
다른 시위대는 “(북한) 미사일은 3∼4분이면 날아오는데 사드로 미사일을 막으려면 30분이나 걸린다”고 했다. 대부분 시위대들이 사드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드는 북한이 한국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뒤 레이더에만 잡히면 20초 만에 곧바로 쏠 수 있다. 사드의 미사일 요격확률은 85%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1발에 2발의 사드 미사일을 발사하면 요격률이 98%로 올라간다. 따라서 성주를 중심으로 200㎞ 이내의 사드 요격 범위에 떨어지는 대부분 미사일은 요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발사하는 거의 모든 미사일은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작전 범위가 크게 제한된다.
북한이 동해에서 SLBM을 발사해도 사드의 요격 범위 내에 들어오면 요격되기 십상이다. 북한이 사드를 피해 SLBM을 발사하려면 잠수함을 울릉도와 독도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미·일 해군에 발각돼 격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없으면 사드도 필요 없지만 당장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성주=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중앙일보]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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