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Missile)과 로켓(Rocket)은 정확히 무슨 차이일까?
(사진=아시아경제DB)
"로켓의 성능은 완벽했다. 엉뚱한 행성에 떨어졌다는 것만 제외하면"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인 나치 독일의 V2 미사일을 설계한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박사가 V2 미사일에 대해 남긴 이 말은 로켓과 미사일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원래 미사일(missile)이란 단어는 이 우주로 향하는 발사체엔 쓰이지도 않았던 단어였다.
모두 '로켓(Rocket)'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두 발사체가 분류되는 것은 최종목표의 차이 때문이었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지상으로 폭격되는 미사일과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로켓은 사실 기본원리부터 개발역사까지 함께 움직였던 동일한 물건이었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로 알려진 V2 미사일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원래 미사일이란 단어는 라틴어 'Mittere'에서 온 말로 원뜻은 '던지다, 전송하다' 등의 의미다.
오늘날 미사일이란 무기에 한정돼 사용하던 말이 아니라 활, 돌팔매, 투석기 등등 원거리무기 전반을 통칭할 때 쓰던 용어였다.
이 말이 현대에 와서 하나의 무기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뀐 것은 로켓의 발명 덕분이었다.
로켓은 원래 연료와 산화제를 이용, 가스를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발사체 전반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단에 '분사추진기관'을 달고 있는 모든 비행체는 로켓에 속한다.
몸체 상단에 폭발물을 달고 있는 미사일도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로켓의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순수 평화 목적의 로켓과 미사일을 분류하는 것은 지상 목표를 향해 유도가 되는지 아닌지 여부에 달렸다.
다연장로켓포의 시초로 알려진 신기전의 발사모습(사진=아시아경제DB)
로켓 자체의 역사는 상당히 긴 편으로 보통 중국 당(唐)나라 말기인 9세기 말에 처음 만들어진 '화전(火箭)'이 최초의 로켓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로켓을 화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이후 이런 로켓무기들이 활발히 쓰였는데 현대 다연장 로켓포의 기원으로 알려진 '신기전(神機箭)'이 대표적인 무기다.
그러나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 우주공학분야를 개척한 로켓은 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출현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고다드(Robert Goddard) 박사가 1926년 액체연료로켓을 개발하고 이어 1935년에 로켓으로 음속돌파에 성공한 이후 로켓공학은 전 세계 연구대상이 됐으며 특히 탄도미사일 연구에 관심이 많던 당시 나치 독일에서 오늘날 로켓의 선조가 탄생했다.
세계 최초 탄도미사일인 V2 미사일이 그 주인공이다.
V2의 설계 및 개발을 담당했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는 나치 독일에 협력한 전범 중 한명으로 알려졌지만 협력여부와 관계없이 일생 로켓연구에 빠져살던 인물이었다.
그의 유년시절은 실험용 로켓을 만들어 날리다가 사고를 여러 번 쳐서 부모님에게 혼났다는 일화로 가득하다.
본래는 음악가가 꿈이라 첼로와 피아노 영재로 불렸지만 중학생 이후 어머니가 선물해준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우주여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순수한 소년의 꿈은 그가 고작 약관의 나이에 베를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1933년 나치당이 집권한 이후부터 모든 로켓개발은 독일 육군에서 맡게 됐으며 브라운 박사는 독일군 소속의 연구소에서 로켓개발에 나섰다.
브라운 박사는 고다드 박사가 개발한 액체연료로켓 원리를 이용해 1942년, 당대 최고의 로켓이자 탄도미사일인 V2를 개발했으며 이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된 로켓이자 미사일인 발사체는 1944년 영국의 수도 런던을 향해 발사됐다.
V2 미사일 공격으로 런던에서는 2700여명이 사망했으며 당시 처음 선보인 현대식 미사일 폭격으로 영국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육전과 공중전에서 패망한 나치 독일은 1945년 5월에 히틀러가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자살하면서 끝났고 브라운 박사와 그가 이끌던 로켓 공학자들은 전후 미군에 항복했다.
이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당시 동부에서 밀고 들어오던 소련군과 서부에서 밀려오던 미군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결과, 미군은 브라운 박사와 연구인력을 손에 얻었고, 소련은 로켓생산공장을 점령해 V2로켓과 부품들을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냉전기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이 시작된다.
세계 최초의 ICBM이자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우주궤도에 올린 로켓인 R-7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이 우주개발의 결과 2가지 산물이 출현하게 됐는데, 하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핵무기였고 또 하나는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었다.
마지막 상단 로켓을 분리하는 시점에서만 차이가 나는 두 발사체의 특성상 같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ICBM이었던 R-7 미사일은 소련의 유인우주선 소유즈 발사체의 모델이 됐다.
미국 최초의 유인우주선에도 아틀라스 ICBM이 쓰였다.
오늘날에도 냉전 후 퇴역한 ICBM 발사체들은 종종 위성발사용 로켓으로 쓰이곤 한다.
한편 로켓의 아버지였던 브라운박사는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으로 엄청난 위명을 얻었지만 정작 본인은 고령이 되는 바람에 우주여행이라는 평생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말년에 화성유인탐사를 계획했지만 달착륙 경쟁에서 소련을 이긴 이후 우주개발 예산이 삭감되면서 화성탐사계획은 취소됐다.
그가 남긴 로켓공학과 탄도미사일 기술은 탄도계산을 위해 고안된 컴퓨터와 컴퓨터 연산을 빠르게 하기 위한 네트워크의 정밀화로 이어졌고 이것이 민간으로 나오면서 오늘날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IT 기술의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아시아경제] 20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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