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때마다 등장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어떤 것인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따라 지침 개정 논의 본격화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북한이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북한의 화성-14형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구도를 급격하게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재 국면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제3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일단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는 1단계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정치권에서는 과연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한미 미사일 지침이란 어떤 것이기에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주요 대응책으로 논의되는 것일까.
일단 한미 미사일 지침이 마련되었던 연원을 따라가 보자. 사실 미국이 우리의 독자적 미사일 개발에 반대하는 ‘역사’는 꽤 오래됐고, 또한 집요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군 최초의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의 극비 개발 과정과 뒷이야기를 다룬 책 ‘백곰, 도전과 승리의 기록’이 출간된 적이 있는데 여기에 상세하게 그 비화가 기록돼 있다.
이 책은 “백곰 개발은 1971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메모로 시작됐지만, 미국이 설계 단계부터 반대했다”고 밝히고 있다. 1970년대 동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 중이던 미국이 한국의 첨단 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 주한미국 대사 등이 백곰 개발을 맡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와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미 국방부 차관보는 우리 정부에 “탄도미사일 개발 뒤에는 핵을 개발할 것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ADD는 1978년 9월 26일 박 대통령 앞에서 백곰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프랑스와 미국 방산회사에서 기술자들이 극비로 기술을 이전 받고 자료를 입수했다. 당시 동체 가공업체에 경운기 제조 회사가 참여하고, 로켓 연소실 제작에 필요한 고강도 강철이 없어서 청계천에서 155㎜ 포신을 구해 사용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백곰 공개 발사 이후 미국 카터 행정부가 파견한 7명의 사찰단이 ADD에 찾아와 기술 출처를 캐물었다고 한다. 영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추진하던 백곰 성능 개량 사업(백곰-2)에 대해서도 미국은 강력히 항의했다. 이때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탄도미사일 ‘현무’를 양산하게 됐으나, 1990년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180㎞ 제한 약속에 위배가 있는 것 같다며 모든 방산 부품의 한국 수출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미간 미사일 지침 합의는 3차례 진행됐다. 이를 한 번 개정하는데 10년 씩 걸렸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산 탄도미사일 ‘현무’의 첫 이름인 ‘백곰’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미사일 관련 기술이 없었던 우리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현무 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한·미 미사일 협정이다.
우리 정부는 당시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지원을 받는 대신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기로 했다. 1979년 맺은 한미 미사일 개발에 관한 자율규제 지침이다. 이에 따라 현무의 사거리는 180km밖에 되지 못했다.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180km로 제한하고도 의심을 버리지 못한 미국은 재차 국산 미사일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표면상 이유는 한국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1990년 10월 1차 한·미 미사일 협정에 서명해야 했다.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상의 어떤 로켓 시스템도 개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약 20년 가까이 지속돼온 이 지침은 1990년대 말로 접어들어 북한의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충격으로 1차 개정의 필요성이 본격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2001년 미국을 설득해 기존 미사일 합의를 폐기하고 미사일의 사거리를 180km에서 300km(탄두 중량 500kg)로 사거리만 늘리는 것으로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 미국은 한국이 ‘미사일 기술 수출 통제협정(MTCR)’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2차 개정은 이로부터 5년 뒤인 2012년 이뤄졌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미사일 정밀타격 능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사거리 800㎞에 합의했다. 당시 정부는 “향후 10년간 개정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술 급진전으로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이런 기대는 또 엇나가고 말았다.
이번에 청와대가 5년 만에 탄두 중량 500㎏ 제한을 늘리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번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러나 현 지침으로도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오프’ 방식에 따라 사거리 550㎞ 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1t까지 올릴 수 있다. 이 정도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 지침 개정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우리도 미사일 지침 개정을 하며 대응하는 것의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이제 북한 미사일 위협은 ‘게임 체인저’로서 한반도 위기의 상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도 미사일 지침 개정 등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보안뉴스]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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