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천자봉함’으로 이어진 ‘덩케르크’의 교훈
美 해군의 퇴역 상륙함에서 차기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LST)) '천자봉함'까지
해군이 8월 1일부로 현대중공업에서 차기 상륙함인 '천자봉함'을 인도합니다.
천자봉함은 2013년말 건조를 시작해 성능검사를 거친 끝에 3년 8개월 만에 군에 인도된 두 번째 차기 상륙함인데요.
길이 120m에 폭은 19m, 배수량은 4,500톤 규모로 최대 23노트(시속 약 43km)로 기동이 가능합니다. 해병대 등 상륙군 300명 이상이 탑승 가능하며, 상륙주정이 함수갑판에만 2척, 함미에는 1척씩 탑재가 가능한데요. 뿐만 아니라 두 대의 전차와 8대의 상륙돌격장갑차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항공전력도 상륙기동헬기 2대가 함미갑판에 동시에 이착륙이 가능하니 대단한 능력이죠?
우리 군의 정규상륙작전 뿐만 아니라 유사시 24시간 안에 한반도 전역에 급파할 수 있는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의 기동력도 급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천자봉? 천왕봉? 고준봉? 비로봉?"...상륙함에 달린 '산봉우리'
그런데 해군에 처음 인도된 첫 번째 차기 상륙함은 '천왕봉함'입니다. 2014년 11월에 인도됐지요.
그냥 '상륙함'이 아니라 '차기' 상륙함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해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만든 전차상륙함을 운용했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라... 만들어진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함정의 노후화 속도가 급속히 빨랐겠죠?
새로운 상륙함 개발이 절실해진 우리 군은 국산 기술로 처음 만든 배수량 2,600톤급 '고준봉함'을 1994년에 실전배치합니다.
이 사업을 LST-1이라고 하는데요. LST는 Landing Ship Tank의 약자로 '전차상륙함'이라는 의미입니다.
고준봉함을 시작으로 해군은 비로봉, 향로봉, 성인봉 등 모두 네 척의 상륙함을 만들었죠.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상륙함 이름이 왜 죄다 '봉우리' 이름이죠?
해군은 '적지에 상륙해서 고지를 탈환한다!'는 의미로 전차상륙함 이름을 높은 산의 봉우리명을 사용해 짓습니다.
그래서 백두산의 봉우리 중 하나인 '고준봉',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 중에서 남한에서 오를 수 있는 백두대간의 최북단 '향로봉' 그리고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까지 LST-1 사업의 상륙함 이름은 이렇게 붙여졌답니다.
LST-2 사업의 첫 함정인 천왕봉함의 '천왕봉'은 지리산의 최고봉이죠.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위에서부터)백두산, 금강산, 지리산(위에서부터)
고준봉함
비로봉함
향로봉함
성인봉함
천왕봉함
이번에 인도된 천자봉함의 '천자봉'은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산악행군 훈련을 하는 유명한 곳인 경남 진해 웅산의 봉우리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하네요.
'덩케르크'에서 시작된 '전차상륙함'의 중요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상영중인 영화 '덩케르크'.
사실 상륙함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덩케르크 철수작전으로 인해 제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시거나 전사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퇴로가 차단된 영국 원정군과 프랑스군이 도버해협과 인접한 프랑스 북부 해안가에 고립되죠.
계속된 독일 공군의 공격 속에서 어렵게, 영국 군함을 비롯해 일반 요트와 어선 등 민간 선박까지 동원돼 덩케르크 항구와 해안에 있는 장병들을 싣고 영국으로 철수시켰던 내용이죠.
수십만 명의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정말 몸만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는데요.
이 작전 이후 영국은 생각을 달리합니다.
바다에서 원거리 항해가 가능하면서도 해안가에 바로 접안할 수 있는 '상륙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죠.
여기에 적극적인 공격까지 가담하기 위해서는 병력 뿐만 아니라 전차를 싣고 바로 상륙할 수 있는 '전차 상륙함'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제기됩니다.
이후 영국 해군은 1940년대 초에 유조선을 개조해서 최초의 전차 상륙함을 만들게 되죠. 이후에 1943년에 이르러서는 보완할 점이 많긴 했지만, 다른 함정을 개조한 것이 아닌 전용 상륙함을 만들게 됩니다.
유조선을 개조한 영국 상륙함유조선을 개조한 영국 상륙함
"유사시 24시간 내 한반도 전역 출격"...상륙함, 해병 신속기동부대의 핵심
해병대는 지난해 3천 명 규모의 새로운 부대를 창설합니다.
'제승(制勝)부대'라고 불리는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인데요.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출정식 모습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출정식 모습
한반도 유사시 적 지휘부와 핵심시설을 타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24시간 내에 한반도 전역 어디든 급파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든 겁니다.
제승부대는 해군과 해병대 합동 지휘체계를 갖춘 부대로, 기동전력이 상시 준비돼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적의 위협이 고조되거나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적 도발을 억제하고 위기 확산을 조기에 종결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대규모 재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신속히 피해를 복구하도록 투입되지요.
그런데 이 모든 임무의 전제는 '기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군장 메고 전투화 신고, 소총까지 든 상태로 바로 상륙할 채비를 마쳤는데, 이 병력이 타고 갈 이동수단이 있어야 신속기동도 가능한 얘기지요.
우리 해군은 2020년까지 이미 갖고 있는 전차 상륙함을 비롯해 모두 8척의 전차 상륙함을 확보할 예정이며, 여기에 헬기 수송 상륙함(독도함 등)도 2척을 실전배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이런 얘길 합니다. "현재 연대급 규모의 신속기동부대 상륙작전도 전력을 100% 발휘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2020년까지 상륙함 10척을 갖게 되더라도 현재 병력이 신속기동하는 게 힘든데, 향후에 신속기동부대가 여단급으로 확대 편성되면 기동력 없이 신속기동을 외치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부대가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부족해서 유사시에 민간 선박을 동원해서 이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토로합니다.
우리나라 주변국은 상륙함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요?
중국은 50척, 미국은 30척, 러시아는 19척, 일본은 3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2016 국방백서)
그런데, 북한군은 무려 250여 척의 상륙함을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엔 공기부양정까지 동원했다고 하니 북한의 기습 침투 야욕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단순히 상륙함의 척수로 군사 능력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기동력이 받쳐줘야 강한 전투력도 발휘되지 않을까 싶네요.
[KBS News]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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