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누비던 오프로더 ‘SUV’ 군용차에서 국민차로 질주
<15>꿈의 SUV? 군용차와 민간용 차 사이
민간용 SUV 공장 출고시 등화관제등 부착 의무
전쟁시 차량 징발 대비… 2000년 이후 사라져
‘G-클래스’ 독일 등에서 군용차로 현재 활약 중
기아 K131 일반 버전 ‘레토나’ 마니아층에 인기
기아자동차의 신형 소형전술차량 K151. 미군의 고(高)기동성 다목적 차 ‘험비’만큼 출중한 험로 주파 능력을 갖춰 ‘한국형 험비’로 불린다.
요즘도 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국산 SUV 중에는 앞뒤 범퍼 주변에 어른 주먹만 한 검은 뭉치가 달린 차들이 있다. 범퍼나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숨겨져 있어 별로 티 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앞바퀴 위나 뒷문에 붙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쟁 중 야간에 적, 특히 적의 항공기로부터 관측되지 않도록 차의 일반 등화장치 대신 사용하는 등화관제등이다. 군용차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민간용 네바퀴굴림 승용차, 즉 요즘 말하는 SUV들을 공장에서 출고할 때 의무적으로 이런 등화관제등을 부착하도록 했다. 전쟁이 발발해 군에서 이 차들을 징발할 경우 사용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등화관제등 장착 의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완화돼 2000년 이후 출고된 차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는 그만큼 군의 전력이 강화된 덕분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마침 그 무렵부터 한국 SUV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SUV가 다목적 차로 각광받으면서 과거 당연시됐던 사다리꼴 강철 프레임이나 높은 최저 지상고, 뛰어난 험로 주파 성능 같은 SUV 고유의 특징들은 점차 희석됐다. ‘SUV=네 바퀴 굴림’이라는 고정관념에도 연연치 않게 됐다. 요즘 잘 팔리는 중소형 SUV들은 거의 승용차 방식의 뼈대를 쓰며 두 바퀴 굴림의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그만큼 군용차와는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이처럼 이전보다 유순하고 나약한 이미지의 SUV들이 대세로 자리 잡음에 따라 군용차와의 연결고리를 가진 구형 SUV들의 존재가치가 재평가되거나 전에 없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극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진 데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갖춘 점이 매력적이라고 마니아들은 입을 모은다.
랜드로버 디펜더
외제 차 중에서는 랜드로버 디펜더,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가 대표적이다. 1950년대부터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군대에서 운용돼온 랜드로버의 민간용 버전 디펜더는 아쉽게도 2015년 말 단종된 상태.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후속모델이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을 뿐이다.
한편 1970년대 군용차로 처음 개발됐던 G-클래스(G바겐)는 벤츠 SUV 중 최상위 모델로 자리매김한 지금도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 군대에서 군용차로 활약하고 있다. 2013년 한정판으로 출시돼 화제를 모은 6륜구동(6×6) 버전도 원래 호주 육군을 위해 개발한 차다.
Hummer H1
민간용으로 나온 G63 AMG 6×6는 길이 5875㎜, 폭 2110㎜, 높이 2210㎜의 거대한 덩치에 최저 지상고가 460㎜에 달하고 수심 1000㎜를 통과할 수 있다.
지형에 따라 접지력을 높일 수 있도록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하는 기능도 갖췄다. 536마력을 내는 배기량 5.5L짜리 8기통 가솔린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정지상태에서 7.8초 만에 시속 97㎞에 도달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1980년대 들어 미군의 고기동성 다목적 차로 채택된 험비(HMMWV 또는 Humvee)는 걸프전 보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떨친 명성에 힘입어 1992년부터 허머(Hummer) 브랜드로 민간에도 판매됐다.
민간 시판차에 요구되는 환경 성능이나 안전 관련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가 바뀌었고 실내 장식이 고급화됐지만, 많은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꿈의 차로 손꼽는 데 주저치 않게 만들었던 험로 주파 성능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1999년 기존 제조사인 AM제너럴로부터 허머 브랜드를 인수한 미국 GM은 픽업트럭 차대를 이용해 오리지널 허머(H1)의 동생 격인 H2, H3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판 험비로 불리는 도요타 메가크루저 또한 자위대 고기동차를 민간용으로 개량해 1996~2002년 일본에서 판매했던 차다. 길이 5090㎜, 폭 2169㎜, 높이 2075㎜의 6인승 차체에 4.1L 4기통 디젤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 네 바퀴 조향장치를 탑재했다. 최저 지상고는 420㎜다.
K131
국산 SUV 중 군용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마지막 차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기아 레토나였다. 처음부터 군용 ¼톤 차인 K131의 민간용 버전으로 설계돼 최저 지상고 200㎜, 접근각 34도 등 우수한 험로 접근성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원형 헤드램프, 곧추선 프런트 그릴, 접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설계된 앞유리와 노출된 경첩 등 정통 지프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요소들로 마니아층을 자극했다.
이쯤 되면 기아자동차가 K131 후속으로 개발해 전력화가 진행되고 있는 신형 소형전술차량 K151이 민간용으로 개량돼 판매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길이 4900㎜, 폭 2195㎜, 높이 1980㎜인 이 차는 ‘한국형 험비’로 불릴 정도로 험비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410㎜의 최저 지상고와 31도의 최대 등판 각도, 760㎜의 도섭 능력 등 출중한 험로 주파 능력을 갖춰 야전 운용시험까지 거뜬하게 통과했다.
게다가 기아 모하비의 3.0L 6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으며 에어컨, ABS, 내비게이션 및 후방 카메라 등 과거의 군용차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장비를 두루 갖췄다.
민간용으로 시판되려면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할 테지만 정말 상용화된다면 국산 SUV의 제왕으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일보]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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