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전투기 F-22 서울 상공에 등장, 레이건 항모는 동해
스텔스 전투기 F-22 '서울 ADEX 2017' 참가
미 공군 F-35A 전투기·B1-B 폭격기도 비행
17일 레이건 항모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훈련
16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행사에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가 서울 상공에 등장했다. 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가 16일 서울공항을 이륙한 뒤 각종 비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서울 ADEX 2017’에 모습을 드러낸 F-22 랩터(Raptor)와 F-35A 등 미 공군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두 전투기가 ADEX에서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미 공군 관계자는 “F-22는 알라스카주에 위치한 엘먼돌프 공군기지 제3비행단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17일부터 레이건 항공모함(CVN-76) 강습단도 한국 해군과 함께 동해 NLL(북방한계선) 근처에서 훈련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다. 앞서 지난주에는 미 해군 원자력 추진 잠수함 미시건함(SSGN-727)도 부산에 들어왔다.
미시건함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북한 전역을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을 탑재하고 있다. 바다와 공중에서 입체적인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 해군 레이건 항모 전단 [사진 미 해군]
이날 미 공군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도 나란히 선보였다. 오는 21일에는 B-1B 폭격기도 서울 상공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미군 관계자는 “미 공군 최첨단 전투기와 폭격기는 전시회 참가를 위해 왔을 뿐 한국 공군과 훈련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군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전시회 참가를 준비했고 최근 정세와 연계하는 확대 해석은 부담이 된다”면서도 “미 공군의 첨단 전력이 참가해 과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미군이 이례적으로 첨단 전투기를 대거 공개한 건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 ADEX 2017에서 선보인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 주변에 경계 근무중인 미군 장병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F-22는 5세대 최신 스텔스 전투기로 전세계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이길 수 있는 고성능 전투기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에서 F-22의 성능과 비교할 대상을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 속도가 마하 2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다. 두 개의 강력한 제트 엔진을 장착해 수직 상승 능력이 뛰어나다. 이날도 이륙 직후 급격하게 수직상승하는 공중기동 비행을 선보였다.
사진 기자들이 전투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조종사 몸에는 중력 8배(8G) 이상의 힘이 쏠린다.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만 이처럼 수직 급상승 비행을 할 수 있다.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활주로에서 이륙한 F-22는 조종사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꿔 빠르게 이동했다. 비행을 지켜보던 한국군 조종사가 “마음대로 움직인다”며 탄성을 냈다.
지상 약 100m 고도에서 일순간 멈춘 것 처럼 정지한 뒤 중력의 힘 만으로 떨어지다가 수평으로 자세를 잡고 회전 비행을 했다.
비행 중 갑자기 기체 방향을 돌려 눕히는 '후버 피치(hoover pitch)' 비행과 수평으로 회전하는 ‘페달 턴(pedel turn)’ 등 고난도 비행 기술을 보였다.
F-22의 성능은 ▶최대 상승고도 15㎞ ▶항속거리 3219㎞ ▶작전반경 2177㎞ 수준이라 위험하고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투기 크기는 ▶길이 18.9m ▶폭 13.6m ▶높이 5.1m 수준이지만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
레이더파 반사를 줄이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기체라 가능하다. 피탐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최소화했다.
전투기 엔진 등에서 나오는 열도 발산량을 줄이는 설계가 반영됐다. 여기에 레이더파 반사를 줄이는 흡수 물질(RAM)도 겉에 발랐다.
16일 서울 ADEX 2017에서 선보인 미 공군 전투기 F-22 랩터의 내부 무장창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또 전투기는 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는데 F-22는 레이더파 반사를 줄이기 위해 이런 무기를 내부 무장창에 숨긴다. 공격할 때 열린 무장창이 노출되는 순간도 매우 짧다.
불과 2초 만에 무장창이 열려 미사일을 쏘고 다시 닫힌다. 이날도 비행하면서 내부 무장창을 열고 닫는 시범을 보였다. 미 공군의 스텔스 폭격기 F-117의 RCS는 0.01∼0.001㎥로 레이더상에서 작은 새의 크기로 나타난다.
2018년부터 한국 공군에 도입될 F-35는 골프공 크기인 0.0013㎥이고 F-22는 구슬 크기 수준인 0.0002㎥ 수준이다. F-22가 아주 가까이 오기 전까지는 탐지가 되지 않는다.
북한군은 지난달 23일 새벽에 NLL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근접 비행한 B-1B 폭격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B1-B에는 제한된 스텔스 기술만 적용됐을 뿐이다. 만약 유사시 F-22가 북한 영공으로 들어가면 북한 방공 레이더가 탐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에서도 공중 및 지상의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하는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F-22는 적에게는 잘 안보이지만 적을 잘 보는 눈을 갖고 았다.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해 200㎞ 떨어진 적 전투기를 먼저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다. 미 해군 항모에 탑재하는 F-18 전투기와 비교해도 탐지거리가 두 배나 좋다.
모의 공중전을 해보니 F-22 전투기와 다른 기종 사이에 압도적인 성능 차이가 확인됐다. 지난 2006년 미국 알래스카 일대에서 전투기 연합훈련 ‘노던에지’(Northern Edge)에서는 F-22가 144대 0으로 이겼다.
가상 공중전에서 F-15ㆍF-16ㆍF-18 전투기는 전멸했다. 다른 전투기들이 ‘E-3A’ 조기경보통제기의 지원을 받아 탐지 능력을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16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미공군 F-22 랩터 조종사 락 디킨슨 소령 [사진 연합뉴스]
F-22는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공동 제작했고 대당 가격이 4000억 원 수준으로 매우 비싼 무기다. F-35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일본이 미국 행정부에 구매의사를 전달했지만 미국 의회가 판매를 거부했다. 미국이 첨단 기술 유출을 꺼려하고 있어서다.
미 의회가 전세계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이길 수 있는 전투기를 만들라는 요구로 개발된 것이어서 일본과 같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에도 판매하기 어렵다.
이날 F-22를 조종했던 락 디킨슨(Rock Dickinson) 소령은 “미 공군이 보유한 F-22는 187대”라고 말했다. 미군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도 20여 대를 배치했다.
F-22 전투기는 17일부터 개최되는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7’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중앙일보]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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