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표적 ] 30분이면 미 본토 타격 ‘DF-41’, 中 열병식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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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열릴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앞두고 14일 베이징에서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둥펑-41 등 신무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에 베이징(北京) 도심 창안제(長安街)를 휘감을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이 있다. 그리고 그 열병식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ㆍDF)-41 등 최첨단 무기로 채워질 것이다.”
홍콩 아시아타임스(13일자)는 “올해 국경절(10월 1일) 열병식은 신중국 성립 50주년, 60주년 열병식과 승전 70주년 열병식보다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밝힌 차이즈쥔(蔡志軍) 열병식 영도 소조 판공실 부주임의 지난달 말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같은 날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뉴스사이트 둬웨이(多維)는 중국 베이징 인근 열병식 훈련기지의 최신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DF-41 18기가 공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6일에는 주말인 14, 15일 열병식 리허설에 DF-41이 등장했다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보도도 나왔다.
신중국 성립 이후 16번째로 펼쳐질 중국의 이번 건국 열병식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고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공개될 신무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2015년 열병식에 ICBM인 DF-5B와 DF-31,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DF-16, DF-26을 등장시키며 군사 굴기(?起ㆍ우뚝 섬)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후 국방 현대화에 속도를 낸 중국은 2017년에 신형 이동식 고체 연료 ICBM인 DF-31AG를 세계에 알렸다. 이에 따라 이번 열병식에서는 DF-31보다 더 무겁고 위력이 큰 것으로, 1980년대 말부터 개발해 온 DF-41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핵 능력 현대화에 힘 쏟는 중국
이처럼 DF-41의 열병식 등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DF-41이 중국의 군사 굴기를 각인할 대표적인 신무기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 사이트에 따르면 DF-41은 최대 마하 25(시속 3만 600㎞) 속도로, 사거리는 운용 미사일 중 가장 긴 1만 2,000~1만 5,000㎞에 이른다.
중국에서 발사하면 30분 내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길이 21m, 직경 2.25m, 발사 총중량 80톤의 대형 탄도미사일로 핵탄두는 10개까지 탑재 가능하다.
1개의 1메가톤급 핵탄두 또는 20킬로톤, 90킬로톤, 150킬로톤급 중 골라서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미사일에 여러 발의 탄두를 장착해 비행 중 분리된 탄두가 각각의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 미사일(MIRV)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정밀도를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ㆍCEP)는 100~500m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번 열병식에서 DF-41을 선보일 경우 그 동안 숱하게 시험 발사해 온 DF-41의 실전 배치가 본격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대로 경제 중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군사력 구축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990년~1991년 미국의 걸프전을 통해 압도적인 현대적 군사력을 지켜본 중국은 이후 군 현대화 작업에 몰두해 왔다.
중국은 특히 대만의 세력 확장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커지는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재래식 군사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24년 연속 증가로 지난해 1994년 대비 거의 10배 증가한 2,500억달러에 이르렀다. 2018년 기준 세계 2위 수준의 군사비 지출이다.
최근 들어서는 핵 능력 확보가 중국 군 현대화의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됐다. 중국은 대만이나 남중국해의 지역 분쟁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핵 공격 능력이 자국에 대한 강력한 억지 수단으로 작용할 것을 크게 우려해 왔다.
러시아와 더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노력을 전략적 핵 균형을 파괴하는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는 중국은 경제 성장을 통한 재정 여력이 더해지면서 핵전력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년 마다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핵무기 선제사용포기 원칙‘을 천명해 오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인 2013년 4월 발간된 2012년판 국방백서에서 해당 내용을 생략하기도 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Heavy Bomber),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삼원 체제로 핵 억지 전략을 구사해 온 데 비해 중국의 핵 전력은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매체 차이나밀리터리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주로 운용 중인 ICBM은 DF-5와 DF-31 시리즈다. DF-5는 생존성 향상을 위해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지하격납고 즉 사일로(Silo) 기반 미사일로, 액체 추진 ICBM이다. 최신형 DF-5는 MIRV 기능도 갖췄다.
DF-31은 차량에 탑재가 가능한 이동형 고체 연료형 미사일이다. DF-5는 추진력은 강하지만 발사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DF-31은 발사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발사 전에 첩보위성에 노출될 우려도 줄지만 추진력은 DF-5에 못 미친다.
차이나밀리터리는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DF-41은 강력한 추진력과 빠른 속도, MIRV 등 DF-5와 DF-31의 장점을 통합해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에서 가장 진보된 ICBM”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INF 탈퇴는 중국 미사일 전력 견제“
이처럼 중국이 핵 전력 현대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초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공식 탈퇴했다. 이어 러시아도 INF의 효력이 미국의 탈퇴로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INF는 미ㆍ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것으로 사거리가 500~5,000㎞인 중ㆍ단거리 미사일의 개발,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미준수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외신들은 이 같은 결단의 배경으로 중국을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걸고 넘어지면서 어떠한 조약의 규제도 받지 않는 중국의 핵 확산에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국제안보 전문가 로렌스 윌커슨은 지난 5일 미국 외교 연구기관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INF 체결 당시 중국은 미사일 능력이 미미했고 미국의 핵 억지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청난 수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중국의 미사일 무기고의 변화를 미국이 INF를 탈퇴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다양한 지대지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ICBM인 DF-31과 DF-41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ㆍ단거리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 정부는 INF 탈퇴가 러시아의 조약 위반뿐 아니라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방증하듯 INF 탈퇴 직후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공식화하며 중국을 겨냥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양국이 군사 분야로까지 분쟁 범위를 확장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중국이 올해 열병식에서 DF-41은 물론 초음속 무인기(드론) 등 각종 첨단 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정치 전문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올해 초 사설을 통해 “이번 열병식에서 DF-41을 보게 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쉽게 끝내지 않으리라는 전망에 대한 중국의 커지는 불만의 발로일 것“이라며 “DF-41이 미국과 중국의 근본적인 핵 균형을 깨뜨릴 만큼 강력한 무기는 아니지만 미국은 군사 영역에서 점점 힘을 키우는 중국의 위협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한국일보]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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