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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드론 테러 공포 속 ‘한국 방어기술’ 주목 까닭

머린코341(mc341) 2019. 10. 5. 07:18

전 세계 드론 테러 공포 속 ‘한국 방어기술’ 주목 까닭


북한 무인기 침투 후 기술 개발…사우디 정유시설 피격에 중동 등 각국서 ‘방어 시스템’ 구입 문의


[일요신문] “이제 드론(무인기)을 통한 테러가 분명 전 세계에서 잇따를 겁니다. 기존 군사 방어 체계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는 게 드론이거든요.” 


지난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가동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자 국방부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산업계는 당장 울상을 지었다. 각 국가들도 ‘드론 테러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통상적인 국가 간 군사 대치가 아니라, 대도시 한복판에서 주요 시설 및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나올 수 있는 테러에 드론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군사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 시설 등 테러 시 큰 피해가 불가피한 곳은 비상에 걸렸다.


되레 방위산업계에는 호재다. 벌써부터 몇몇 국가들로부터 우리나라 드론 방어 시스템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수년 전 북한의 무인기 침투 발견 후 방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던 것이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드론 10대에 무너진 사우디 유전…처음이 아닌 테러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산유량의 절반가량(하루 약 600만 배럴)을 공급하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아브카이크와 쿠 라이스 유전. 이 유전을 태운 것은 10대 안팎의 드론이었다.


공격에 이용된 자폭 드론은 폭탄을 실은 채 700~1000km을 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미사일이나 전투기가 아니었지만, 드론을 통한 테러에 사우디를 대표하는 유전 시설은 멈췄다. 국제 유가는 출렁였고 사우디는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아라비아 허브 쿠 라이스 유전 피격 현장. 사진=연합뉴스

 

 여러 대의 드론(군집 드론·Drone Swarm)을 통한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월 러시아 군은 시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흐메이밈 공군기지가 현지 반군의 드론 군집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테러에 동원된 소형 자폭 드론은 13대가량.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조악한 수준의 드론이었던 탓에, 미리 군에 의해 격추됐지만 ‘드론이 공격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2018년 8월에는 대통령이 테러 대상이 됐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군 창설 81주년 기념식 연설을 하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폭탄을 실은 드론 두 대가 폭발해 군인 7명이 다쳤다.


#“테러 잇따를 것…테러에 최적화된 게 드론”


실제 전 세계 군사업계는 미래 전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군집 드론 테러를 주목한다. △아군의 인명 피해가 없다는 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 △기존 방어 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든다는 점 등 ‘테러’에 최적화됐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상 정상군이 드론은 ‘정찰’의 성격으로 더 많이 활용했다면 이제는 테러 세력들의 비대칭전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동유럽에서 생산되는 엔진만 추가로 설치하면 1000km는 가뿐히 날아가고 레이더로 인식하기도 어려울 만큼 작다”고 분석했다. 


군사용 드론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뉴욕 바드대학 드론연구센터가 출간한 보고서 ‘드론 데이터북(Drone Databook)’에 따르면 군사용 드론을 보유한 국가의 숫자는 95개국에 이르고, 각국 군이 보유하고 있는 드론은 최소 2만 1000대에서 최대 3만 대로 추정된다. 2010년 60개국이 군사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던 것에 비하면 급속도록 늘어난 것이다.


드론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드론은 아군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드론은 수백km가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북한 무인기가 성주 사드기지를 촬영하고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할 때까지 우리 군이 탐지하지 못해 큰 충격을 줬다. 현재 북한은 정찰용 드론뿐 아니라 자살공격용 소형 드론도 수백 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저렴한 비용으로 큰 공격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인터넷에 상위 모델로 판매되는 상업용 드론은 수백만~수천만 원 수준인데 여기에 추가로 엔진 등만 장착하면 군사용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게 방산업계의 설명이다.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습했다고 먼저 손을 든 예멘 후티 반군은 ‘삼마드’ 드론을 활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당 1000만~2000만 원이면 만들 수 있다는 평이다. 전 세계 산업계에 충격을 준 테러가 1억~2억 원의 비용으로 가능했다는 얘기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역시 2016년 300대 이상의 소형 드론에 수류탄을 장착해 서방 연합군을 공격한 사례도 저비용 고효율의 장점을 보여주는 효과다. 구매가 용이하고 개조도 쉬워 대도시 한복판에서 쉽게 드론을 날릴 수 있다는 점도 테러 세력들에게 주목받는다.


셋째, 기존 시스템으로 방어가 어렵다. 보통 방공 레이더가 인식하는 가장 작은 단위는 50cm×50cm 수준. 드론도 충분히 탐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새’와 비슷한 사이즈인 탓에 레이더가 드론인지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작고 저고도로 빠르게 비행할 경우 더욱 발견이 어렵고, 새떼와 함께 날아갈 경우 탐지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드론 이동 속도는 초속 100m에서부터 초음속에 이를 정도로 빨라지면서, 설령 탐지하더라도 요격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어디에서 드론을 날려, 어떤 궤도로 날아와 공습했는지 본거지 파악이 어렵다. 사우디 역시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원전시설 테러 세력의 본거지 및 드론 이동 궤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2017년 6월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다. 이날 국방부는 무인기가 촬영한 성주 사드기지 사진을 공개하고, 무인기 조사결과 및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일요신문DB 


#방산업계는 ‘호황’…“우리 업체 기회, 수출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방어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등 주요 시설에 한해 ‘드론 비행 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지만, 아직 드론을 대비한 시스템은 완전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기존 대공 방어망은 있지만, 소형 드론에 대한 대비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슷한 실정으로 알려졌다.


방어 시스템은 광학·음파 등 레이더를 활용해 드론을 인지한 뒤, 전파를 교란해 드론 조종을 막거나 산탄총을 발사해 격추시키는 방법이 통상적이다. 미국·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에서는 레이저 광선을 표적 드론에 직접 쏴서 무력화하는 레이저 대공무기도 이미 나왔다.


일본 방위성 역시 고출력 레이저로 드론에 열을 가해 날개나 본체의 제어 부분을 파괴해 추락시키는 기술 연구 등에 나섰다. 화약을 사용한 탄환으로 드론 기체를 쏘아 떨어뜨리는 방법은 대량으로 드론이 공격해 올 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도심 한복판’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선 국방부 관계자는 “전자파 등으로 일시적으로 드론에 충격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그 인근의 전자장비는 모두 멈출 수 있어 원전 시설 등 중요한 곳에서는 활용이 어렵고 레이저 역시 그런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다”며 “결국 당장은 ‘수십km 밖에서부터 드론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와 ‘수십 대의 드론도 수km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격추할 수 있는 대공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에는 중동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드론 방어 시스템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테러를 당한 사우디도 여기 포함됐다는 게 방산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드론 방어 기술은 2017년 북한 무인정찰기 침투 이후 이를 인지할 레이더부터, 격추할 수 있는 장비까지 개발을 해왔다”며 “수백만 원짜리 드론 잡겠다고 수억 원짜리 미사일을 쏠 수는 없지 않나. 북한이 과거 드론 무인정찰기를 날려 논란이 된 후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비오복합 등)로 방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를 전선에 배치해 운용한 나라가 우리나라 외에는 많지 않아 경쟁력을 더 인정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디펜스는 3조 원 규모의 대공유도무기 수주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비호복합은 인도 국방부가 실시한 시험평가 결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무기로 선정됐다. 현재 인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드론 테러 등에 최적화된 비호복합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나 헬리콥터를 요격하는 대공무기체계인데, 사우디도 테러 이후 비오복합 등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비호복합뿐 아니라, LIG넥스원이 생산 중인 소형 드론 특화 차기국지방공레이더까지, 우리 군의 드론 방어 시스템이 이스라엘 등 레이더 강국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이 있다”며 “향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정치 및 경제, 산업 시설 드론 테러 방어 시스템 마련에 나설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방산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일요신문] 20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