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원 계산 착오에 "470억원 내라"…韓방산 속 끓는 사연은
[갈길 먼 방산强國④]부정당업자 중복 제재 "과도하다"
軍 전력강화도 차질…법 일원화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편집자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도약과 퇴보의 갈림길에 놓였다. 무기개발 예산확대로 도약의 기회가 왔지만 과거의 규제 일변도 제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 방위산업 모델에 비하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주국방은 물론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방산 부문이 풀어야할 숙제를 짚어본다.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한화디펜스 협력업체인 이오시스템은 2016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지정 제재를 받았다. 원가 산정시 중소기업 가산율을 중복 적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방사청은 주 계약업체인 한화디펜스에도 동일한 제재를 적용했다.
입찰제한과 함께 당시 방사청이 한화디펜스에게 환수한 부당이득금은 1400만원이다. 그런데 징벌적 성격의 추징금(이윤차감)은 이 금액의 3000배가 넘는 470억원을 예고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행정소송에서 이오시스템의 중소기업 가산율 중복 적용은 착오라는 판결이 나왔다. 한화디펜스 역시 방사청의 제재가 부당하니 시정해달라는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고 2017년 11월 권익위는 제도 개선 권고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이를 철회하지 않자 한화디펜스는 제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한화디펜스는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해당 가처분에 대한 본안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승소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의 항소포기로 수백억 원의 추징금을 내야할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소송을 통해 겨우 권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한국 방위산업의 현 주소다.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방위산업에 일반 상용품 구매 때 적용하는 국가계약법 잣대를 들이밀며 제도가 누더기가 됐다.
방위사업법을 더한 부정당업자 제재만 10개에 달한다. 방위사업에 적합한 별도 계약법이 없다보니 방산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부정당업자 지정에 따른 제재는 신규 사업 입찰제한,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환수, 착·중도금 지급제한, 이윤감액, 적격심사 입찰감점 등 10개다.
부정당 제재는 입찰담합 등 부정행위가 드러난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다. 방사청이 발주하는 신규 사업에 입찰을 일정기간(최대 2년) 제한하는 게 대표적이다.
무기체계개발 계약 및 수행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새로운 사업에 일정기간 입찰을 제한하는 페널티는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입찰제한을 더한 추가 제재가 상식적으로 봐도 과도하다는 점이다.
왕정홍 방사청장 역시 "방산업계가 부정당업자 제재로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방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현행 규제 조치가 적정 수준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방사청이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지만 입찰 감점 규제 완화 외에는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방산업계는 환수한 부당이득금보다 더 많은 천문학적 수준의 액수를 추징하는 이윤차감 규제 폐지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입찰제한과 부당이득금 환수 규정이 있는데도 일종의 추징금인 이윤감액 조치까지 부과하는 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처벌이라는 것이다.
한화디펜스의 경우 소송을 통해 자력 구제에 성공했지만 제도 개선 없이는 이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부정행위 책임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험성적서 조작이다.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부품은 동일 제품이라도 프로젝트가 다르면 시험성정석서를 다시 받아야한다.
시험성적서를 받으려면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한다. 개당 300원하는 같은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매번 다시 받아야 하는 식이다. 3·4차 납품업체들은 배보다 배꼽이 큰 비용 부담에 이전에 받아놨던 시험성적서를 다시 제출하기도 한다.
이는 주계약업체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도 국내 체계개발 업체 상당수에게 책임을 물어 부정당업자 지정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착·중도금(착수금과 중도금) 지급제한도 손질이 필요한 규제로 꼽힌다. 수주산업은 일정 공정률에 따라 중도금을 받아야 후속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부정당업자 지정을 이유로 중도금 지급까지 거부하는 건 회사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같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원청의 유동성 위기는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산되는데 이 경우 군 전력증강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분야라는 점을 감안해 방위산업촉진법을 제정하고 과도한 규제 대못은 뽑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해중 기자 haezung2212@news1.kr
[뉴스1]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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