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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대만에 "건드리지 마"···국력주의 민낯 드러낸 중국

머린코341(mc341) 2019. 10. 6. 08:40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한·미·일·대만에 "건드리지 마"···국력주의 민낯 드러낸 중국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 의도 분석해보니
핵·미사일 앞세워 한·미·일·대만에 무력시위
사드 뚫는 중거리 미사일 개발해 한반도 위협
동북아 군사균형 뒤흔들고 힘으로 세계 압박
무력 과시 군국주의, 위력 앞세운 제국주의
중국 특색의 물질 중시 국력 제일주의 성격
문화·휴머니즘 소프트파워 부족 중국의 민낯
근육질 중국에 맞서는 합종연횡 전략 절실


[중앙일보] 10월 1일로 성립(成立·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천안문 광장에서 핵무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열병식을 열었다.


1949년 그날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년)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했던 그 자리에서 중국은 국력을 과시했다.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와 70주년 기념 휘장의 모습. 100발이 넘는 미사일을 동원해 무력을 과시한 이날 열병식은 중국이 미국과 동북아 국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소득 1만 달러 시대 배경으로 ‘중화제국’ 추구


과거 마오쩌둥 집권기에 현실을 무시한 대증산 정책인 대약진운동(1958~62년)의 실패로 4500만~7600만 명이 희생되고, 홍위병을 동원해 반대파를 핍박하고 전통문화를 파괴한 문화대혁명(1966~76년)으로 40만~10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어제의 중국이 아니다. 이날 열병식이 보여준 오늘날의 중국은 누가 봐도 거대한 용이 승천을 위해 꿈틀거리는 형상이다.  


1978년 덩사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명목 금액 기준으로 9608달러로 세계 67위다.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지수(PPP)로는 9691달러로 세계 82위다. 어느 기준이든 올해 1만 달러를 넘게 돼 중국은 건국 70주년과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 개막이라는 겹경사를 맞게 됐다. 


하지만 중국의 눈부신 물질적 성장에 마냥 감탄할 수만은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의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과 영향력을 극대화해 ‘중화제국’이 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대에 동서 세계를 잇던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현대에 복원하겠다는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며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열병식에서 중국은 미국과 동북아시아를 노리는 핵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공격용 무기체계를 공개하면서 '근육질 몸매'를 과시했다. 거기에 담긴 중국의 메시지와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 1일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1만5000여 명의 병사와 최첨단 신형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최대 사거리 1만5000㎞로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이날 첫 공개됐다. [AP=연합뉴스] 

 

최신 ICBM·SLBM으로 미국에 경고 메시지
  
이날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 세계가 공격권인 차세대 대륙간탄도탄(ICBM) 둥펑(東風·DF)-41이다.


2017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이 핵무기는 이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10~12개의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인 DF-41은 사거리가 세계 최장 수준인 1만4000~1만5000㎞에 이르러 미국 전역을 노릴 수 있다.


마하 25의 가공할 속도로 비행해 중국에서 미국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고정식 사일로와 이동식 발사대 모두에서 발사가 가능해 빠르고 은밀하게 쏠 수 있다.


DF-41은 대형 트럭 16대에 실려 이날 열병식에서 지상무기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공개 효과를 극대화했다. 중국은 이날 DF-41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에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열병식에 등장한 사거리 1만2000~1만3000㎞의 탄도미사일 DF-31AG도 미국에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사거리 8000~1만㎞의 둥펑(DF)-31과 1만1500~1만1270㎞의 DF-31A를 개량한 것으로 오차가 100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 2017년 실전 배치한 최신형 탄도미사일로 철도 또는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쏠 수 있다.  


2015년 실전 배치한 사거리 7200㎞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쥐랑(巨浪·JL)-2호도 등장했다. DF-31을 해군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은밀성이 뛰어난 기습용 전략무기다.


중국 해군이 4척을 보유한 진(晋)형 핵잠수함에 12발을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 1만2000~1만5000㎞의 DF-5를 여러 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다탄두 탄도미사일로 개량한 DF-5B도 등장했다. 마하 22로 비행해 800m의 오차로 목표물을 타격한다.  


이처럼 중국은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ICBM인 DF-41과 DF-31AG, DF-5B, 그리고 SLBM인 JL-2 등 핵전쟁을 위한 전략무기를 대대적으로 등장시킨 것은 예사로 볼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 핵전쟁 능력을 과시하고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3대 지도자가 천안문 성루에서 자리를 했다. 왼쪽부터 후진타오, 시진핑, 장쩌민. 시 주석만이 중산복을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 맞서 서태평양 지배하려는 중국 전략
 
게다가 이날 열병식에선 극초음속의 속도로 미국 해군 군함의 대공방어망인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뚫고 항공모함을 타격해 두꺼운 갑판을 관통할 수 있다는 DF-100 순항미사일도 등장했다. ‘항모 킬러’라는 별명의 이 순항미사일은 철저하게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군력, 특히 항모 전력에서 미국에 현저하게 열세인 중국은 지상에 대함 미사일을 배치해 미국 함대에 대항하는 ‘반접근/지역거부(Anti Access/Area Denial=A2/AD)’라는 서태평양 영역지배 전략을 구사해왔다.


DF-100은 중국이 막강한 화력의 미 해군 항모 전단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비수 같은 맞춤형 무기체계로, A2/AD 전략을 추구하는 핵심이다.  



지난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DF-17.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미국산 사드의 미사일 요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로 한국, 일본, 대만, 괌을 노리는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 


사드 뚫고 한·일·대만·괌 노리는 중거리 미사일


중국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체계 중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은 둥펑(DF)-17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2017년 11월 첫 시험 발사했으며 올해 실전 배치한 최신형 미사일이다. 사거리 1800~2000㎞로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중국에서 이 정도 거리에 있는 한국·일본·대만과 미국령 괌을 노리기 위해 개발한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요격 미사일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중국이 미군의 탄도탄요격미사일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무력화하고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괌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체계다. 2016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그렇게 비난하며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보복까지 했던 중국이 이를 뚫는 핵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군사 전략에는 내로남불이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중국의 사드 철수 요구는 그야말로 ‘무장해제’ 요구나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일본·대만의 목줄을 쥐고 압박하는 탄도미사일이다.  


열병식에는 군함에서 발사해 상대방 함선이나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함대함 및 함대지 순항미사일인 YJ-18도 등장했다. 2015년 실전 배치했으며 사거리가 220~540㎞에 이른다. 서해와 남해, 그리고 심지어 동해의 한국 함대까지 위협한다.  


여기에 서해·동해를 포함해 서태평양 전역을 위협하는 초음속 드론인 우전-8, 무인잠수정 HSU-001 등 은밀한 무인 무기체계도 등장했다.


앞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응하려면 무인무기와 이를 움직이는 인공지능(AI)까지 상대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해방군은 이제 첨단 하이테크 군대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이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드론의 모습. [AP=연합뉴스]

  

근육질 중국, 동북아와 글로벌 질서 뒤흔든다
 
문제는 중국의 이런 군사 굴기가 한국과 동북아시아 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급속한 군비 확장은 그간의 동북아 군사 균형을 깨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 지역 군비 경쟁을 가속할 수 있다. 자칫 핵무기 보유 도미노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압박에 대응하려면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핵 확산은 그간의 글로벌 군사 규범을 깨고 국제적인 전략 균형을 뒤흔들 수 있다.  

 

중국의 건국 70주년 열병식은 결국 핵무기와 첨단무기를 앞세워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국제정치적 행사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걸쳐 제국주의의 침탈로 고통을 겪었던 중국이 이제는 국력을 키워 오히려 남을 압박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 행사다.  


이런 중국의 행태는 국제사회의 공존과 화합, 그리고 세계 평화를 주도하는 지도국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무력을 과시하는 군국주의, 위력을 앞세워 주변국을 핍박하는 제국주의의 행태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열병식은 중국이 현재 지역의 다른 나라나 국제사회를 감동하게 하는 문화나 철학, 휴머니즘이나 합리적인 체제와 제도 같은 소프트파워가 부족하고 다만 경제력과 군사력 같은 물질에 의존해 위력을 과시하는 단계임을 보여준다.


중국 특색인 국력 제일주의의 민낯이다. 갈수록 근육질이 되어가는 이런 중국에 맞서 국가와 공동체의 생존을 도모하는 글로벌 합종연횡의 전략이 절실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중앙일보] 2019.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