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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해병대, 팔짱 낀 국방부… 함박도 北기지 눈뜨고 당했다

머린코341(mc341) 2019. 10. 17. 18:21

비상 걸린 해병대, 팔짱 낀 국방부… 함박도 北기지 눈뜨고 당했다


- 가라앉지 않는 함박도 논란


文정부 초기 北위협 느낀 해병대… '초토화 계획' 등 강경 대응 의지
軍수뇌부, 영토문제엔 "북한 땅"… 北군사시설엔 "초소 수준" 방관
전문가 "군인이 군인답지 못하고 북한 눈치보기에 바빠 위협 쉬쉬"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15일 함박도 군사시설에 대해 "위협적"이라며 "유사시 초토화"를 언급했다.


서북 도서 방위를 책임지는 해병대 일선 부대가 북한의 함박도 군사기지화를 얼마나 큰 위협으로 느끼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북한의 함박도 요새화를 '경미한 사안'으로 치부해온 군 수뇌부의 인식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15일 오전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사령관은 북한군 선박이 2017년 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접안했을 당시 "유사시 초토화할 수 있도록 해병2사단에서 화력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뉴시스
 
그동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등에서 함박도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동향 파악을 하고 있다" "잘 대비하고 있다" "유사시 한 방에 조준해서 날려버릴 수 있다"며 대단한 위협이 아니란 취지로 말해왔다.


국방부 역시 함박도 요새화에 대해 "군사시설이 아닌 관측시설" "감시초소 수준"이라며 의미를 축소해 왔다. 함박도에 설치된 레이더에 대해서도 "군사용이 아닌 항해용"이라며 그 성능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 사령관은 함박도 위치에 대해선 "북방한계선(NLL) 이북이라고 인식하고 확인했다"면서도 시설의 위협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혹시 적이 (함박도를) 중간 거점으로 삼아 침투할 수 있고 감시 장비로 우리를 감시할 수 있어서 그런 방어를 철저히 잘하고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가 서해 NLL 이북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우리 군 코앞의 섬을 요새화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은 군인으로서 이런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에 북한 인공기와 북한군이 설치한 철탑 레이더가 보인다. /연합뉴스
 
이 사령관은 '함박도 주변에 민간 선박이 다니고 있느냐'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는 "민간 선박, 무역선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함박도에 사격 장비가 배치되면 큰 위협"이라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함박도 레이더가 단순 항해용이라는 군의 주장과 배치되는 얘기를 한 것이다.


이 사령관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초토화 계획'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군사시설이 없던 무인도에 요새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해병 2사단 차원에서 그곳을 겨냥해 작전을 세운 것"이라며 "이미 갖춘 K-9 자주포와, 내년에 해병 2사단에 배치할 다연장 로켓 천무 등으로 격멸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문제는 함박도 군사시설 때문에 우리 군의 화력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NLL 인근 황해남도 해안과 섬에 배치된 해안포와 방사포 등 각종 화포, 최정예 특작 부대를 침투시킬 공기부양정과 공격·수송용 헬리콥터들은 유사시 커다란 위협이 된다.


현재 해병대가 보유한 화력으로는 이들을 제압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군은 "화력 분산에 따른 공백을 최대한 없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공백을 모두 메우기엔 화력이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함박도는 지난 6월 이 섬이 등기부등본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주소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함박도는 북한 땅"이라고 했지만 등본에는 대한민국 산림청이 이 섬을 소유했다고 적시돼 있고, 인터넷상 각종 지도에도 함박도는 NLL 이남에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어 논란은 증폭됐다.


정경두 장관은 "함박도는 분명히 NLL 북쪽에 있는 것이 맞는다"고 했고, 이런 사실을 분명히 하겠다며 기자단을 함박도에서 9㎞ 떨어진 말도에 초청하기도 했다.


이날 해병대 사령관의 '초토화' 발언으로 군이 남북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발언 수위를 조절해온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서해 무인   5도가 한 작전 기지로 묶인 것"이라며 군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남북 관계가 어떻게 변하든 군인의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군 수뇌부는 북한의 위협을 쉬쉬하기 바빴다"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군인을 봤다"고 했다. 이 사령관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 연평부대장(대령)이었다.

 

[조선일보] 201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