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일에 적수 없다··그런 동북아 최강 7군단의 아킬레스건
“겨레의 부름에 젊음을 바쳐 / 조국수호 다짐한 피끓는 용사 / 필승의 함성 아래 굳게 뭉쳤다 / 나가자 앞으로 백두산까지 / 내 생명 백골되어 다할 때까지 / 북진선봉 주력되자 / 기동 7군단”
한국 최초의 기갑사단 창설
평양 신속 돌파도 문제 없어
중국·일본에도 비교우위 평가
한국군 단독작전 한계 지적도
2017년 11월 남한강에서 열린 도하훈련에서 7군단 소속 K2 흑표 전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 K2는 스노클을 설치하면 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자력 도하를 할 수 있다. [국방TV 유튜브 계정 캡처]
[중앙일보] ‘기동군단’ 또는 ‘북진선봉’이라고 불리는 육군 제7군단의 부대가다. 7군단의 특징은 유사시 말 그대로 선봉에 서서 북진하는 게 임무인 부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예하 부대가 모두 기계화사단으로 짜여있다. 7군단의 원투 펀치인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ㆍ맹호)과 제20기계화보병사단(결전) 말이다.
그런데 2016년 12월 7군단에 제8기계화보병사단(오뚝이), 제11기계화보병사단(화랑), 제26기계화보병사단(불무리) 등 3개 사단이 더해졌다.
7군단이 육군의 전체 6개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 중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을 제외한 5개 기보사를 휘하에 둔 셈이다. 3개 사단을 묶어 군단으로 삼는 보통의 편제와 다르다.
7군단이 몸집을 갑자기 키운 비밀은 기계화 부대의 개편이다. 앞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병력자원도 부족해지는 상황을 대비해 육군은 전차와 장갑차 등 기갑 전력을 선택ㆍ집중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7군단은 올해 동북아시아 최강의 군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동북아 최강의 군단 전력 보유
중앙일보 취재 결과 7군단은 모두 4개의 사단을 거느린다. 수기사와 8사단, 11사단, 제2사단 등이다. 수기사는 기계화사단, 8사단과 11사단은 기동사단, 2사단은 신속대응사단으로 각각 분류된다.
육군 7군단의 기계화 장비들. [사진 육군]
한국 최초의 기계화보병사단인 수기사는 사실상 기갑사단으로 탈바꿈한다. 전차로 무장한 전차 대대의 수가 장갑차를 갖춘 기계화보병 대대보다 더 많은 사단을 기갑사단이라고 부른다.
수기사가 한국 최초의 기계화보병사단에 이어 한국 최초의 기갑사단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된다. 수기사는 7군단의 예비 부대다. 적의 방어망에 큰 구멍을 뚫어 진격로를 열거나, 소방수처럼 위태로운 전선의 불을 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수기사는 K1A1 전차의 업그레이드형인 K1A2를 갖추고 있다. K1A2는 피아 식별 장치와 소형 카메라, 신형 컴퓨터 등 최신 장비를 보강했다.
8사단과 11사단을 기동사단이라고 부른 이유가 있다.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 등 북한 지휘부를 점령하는 ‘입체 기동작전’의 핵심 부대다.
이는 국방개혁 2.0에 포함된 개념이다. 이들 사단은 유사시 북한 중심부를 향해 고속 전진하는 부대다. 이를 위해 전차 대대를 줄이고, 기계화 보병대대를 늘렸다.
육군 7군단의 K2 흑표 전차가 이동하면서 포를 쏘고 있다. [사진 육군]
대신 8·11사단의 전차 대대는 모두 K2 흑표로 무장한다. K2는 120㎜ 주포를 달았다. 또 두 사단의 기계화 보병대대엔 K21 보병 전투차량이 들어간다.
이 장갑차는 40㎜ 기관포를 장착해 공격력이 높다. 앞으로 현궁 대전차미사일도 달 예정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구형 전차보다 강력해질 것이다.
육군은 2개의 기동사단에 화력을 보강하기 위해 앞으로 신규 구매할 2개 대대 규모의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2사단은 한국 최초로 공중기동 사단으로 변신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ㆍ인제에 주둔하고 있는 제2보병사단을 해체한 뒤 제2작전사령부(2작사) 예하의 2개 특공여단을 중심으로 부대를 꾸려 경기도 양평으로 옮긴다.
현재 개편작업이 진행 중이다. 2사단의 임무는 유사시 북한의 진격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평시엔 2작사의 작전통제를 받아 대테러 작전 등에 투입된다.
육군 7군단의 K21 보병전투차량에서 보병이 내리고 있다. [사진 육군]
박찬준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위원은 “7군단은 질과 양, 어느 면으로 봐도 동북아시아 지상군 군단급 부대 가운데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7군단과 맞설 상대, 주변국엔 없어
7군단이 왜 동북아 최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북한과 주변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올해 1월 북한군 겨울철 훈련에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 땅크 사단의 탱크가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기갑군단과 기갑사단, 기계화보병사단, 기갑여단 등 다양한 기계화 부대를 다수 보유한다.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니 최신 무기는 평양방어사령부(제91훈련소)에 우선 배치된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본다면 7군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대가 제820군단(제820 훈련소)이다. 이 군단은 전차군단 또는 기갑군단이라고 불린다. 황해도 사리원시에 사령부를 둔 820군단은 전시에 빠른 속도로 한국 후방으로 돌파하는 게 임무다.
북한군 최정예로 꼽히는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 땅크(탱크)사단이 820군단에 있다. 이 사단은 6ㆍ25 전쟁 초기 북한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중앙청 꼭대기에 인공기를 꽂았다고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1월 1일 105사단의 훈련을 지켜봤는데, 당시 북한 관영매체 TV 화면을 보면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 ‘김해’, ‘창원’이라고 적힌 표지가 나타났다.
820군단의 정확한 편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ㆍ미 군 당국은 105사단 이외 다수의 기갑여단과 기계화보병여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군단의 주요 전력은 북한이 자체 생산한 탱크인 천마호다. 1960년대 옛 소련이 만든 T-62의 개량형으로 평가한다.
7군단이 유사시 820군단을 물리친 뒤에는 바로 평방사와 맞닿을 것이다. 평방사는 쿠데타를 막는 부대다. 장비ㆍ인력ㆍ규모론 북한 최고의 군단급 부대다. 천마호보다 더 신형 탱크인 선군호로 무장했다.
그러나 천마호나 선군호는 한국의 K2, K1A2는 물론 K1E2와도 상대가 안 된다. 여기에 한ㆍ미의 공중 전력을 가세하면 820군단이나 평방사는 7군단 앞에서 맥을 못 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9월 인민해방군 제79집단군을 방문했다. 시 주석이 중국 최신형 공격헬기인 즈(直ㆍZ)-10에 앉아 헬멧을 쓰고 살펴보고 있다. [사진 CCTV 방송화면 캡처]
중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반도와 멀지 않은 랴오닝(遼寧)성 라오양(遼陽)에 주둔한 북부전구 소속 제79집단군이 눈에 띈다. 이 부대는 중국에서 쾌속반응부대로 지정돼 있다.
79집단군은 1개 기갑여단, 3개 기계화보병여단과 1개 특수작전단을 보유한 기계화 집단군이다. 김태호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79집단군은 장비가 우수하고, 훈련도 세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정예 부대”라고 말했다.
2013년 일본 육상자위대 북부방면대 제7사단이 부대 창설 58주년을 맞아 분열하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일본 육상자위대 최강은 홋카이도(北海道)를 지키는 북부방면대를 꼽는다. 냉전 때 옛 소련이 홋카이도를 통해 침공할 것을 대비해 북부방면대는 기계화 부대 중심으로 편성됐다.
현재도 기갑사단인 제7사단, 기계화보병사단인 제2사단, 차량화보병여단인 제5여단, 제11여단을 예하 부대로 두고 있다. 주일본 대사관 무관을 지낸 권태환 예비역 육군 준장은 “일본 육상자위대는 전반적으로 전차의 수를 줄이고 있지만, 7사단과 2사단 전차부대는 크게 안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79집단군이나 일본의 북부방면대도 한국의 7군단에 비하면 전차나 장갑차, 병력의 수가 적다. 7군단의 적수론 부족하다.
고리타분한 작전계획이 문제
이처럼 7군단은 동북아 최강 전력으로 대한민국의 든든한 주먹인 부대다. 그러나 유사시 7군단의 역할과 임무를 짜놓은 작전계획인 ‘입체 기동작전’이 문제라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도 들린다.
군 관계자는 “입체 기동작전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작전을 따라 하라고 지시해 만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 자유작전이란 이름으로, 미국ㆍ영국의 4개 사단을 투입해 개전 한 달도 안 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했다.
육군 7군단 소속 보병이 UH-60 헬기에서 레펠로 내리고 있다. [사진 육군]
하지만 이라크 민심을 다독이고, 나라를 재건하는 데 실패하면서 친후세인 페다인 민병대, 시아파 민병대 등이 날뛰었다. 결국 미국은 2011년까지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야만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의 교훈은 ‘미국이 얼마나 빨리 바그다드를 점령했느냐’가 아니라 ‘바그다드 점령 이후 이라크를 안정화하는 데 얼마나 많이 고생했느냐’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군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게 여건상 쉽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북한 후방으로 재빨리 들어가려면 미군의 전력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연합작전계획에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입체 기동작전의 핵심인 7군단만 하더라도 더 많은 탱크, 장갑차, 공격헬기가 필요하다”며 “꼼꼼한 검토나 계획 없이 급하게 만들다 보니 허술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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