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무능한 정부, 무능한 관료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여전히 우리 정부는 무능하다는 것이다. 마스크 조달에 완전히 실패했다. 공급 부족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적절한 조달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 공적 조달이라는 극단적 대책을 마련했지만 혼란은 심해졌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마스크 사느라 감염의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나마 사면 다행이었다.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은 분노에 가까웠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정부 관료가 아니었다. 지난 2일 경북 문경의 한 약사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DUR)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누가 몇 개의 마스크를 구입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어느 약국에 몇 개의 마스크가 남아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서너 곳에 발품을 팔아야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은 이미 2월 초부터 이러한 부족사태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세웠다. 지난 3일에는 모바일로 한 눈에 재고 파악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누구나 줄을 서거나 헛걸음하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원하는 만큼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큰 불안은 없게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정부의 조치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를 탓한다. 이때 방점은 대통령에게 찍힌다. 대통령이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사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2002년)이나 메르스(2015년) 때도 우리 정부는 그리 유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적절히 예측하지도 못했고 선제적 조치에도 실패했다. 정파적 선호를 떠나서 생각한다면, 우리 정부의 무능은 정권적 차원을 넘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현 정부를 두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개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가능한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28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기대만큼 관료들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스와 메르스 때의 무능함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대란을 다시 생각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7일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고, 서너 시간씩 줄을 서며 기다려야 했던 국민들은 정부를 탓했다. 사흘 뒤 정부 관료들에게 “모든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3일에는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해야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대리수령도 불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식의 관료들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유연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해야 할 정도다.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이번 마스크 대란은 우리 행정부가 집단적으로 얼마나 무능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말을 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관료조직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무능과 방심 또한 질책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관료조직으로는 어떤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너무나 다른 대통령들이 집권했지만 국정운영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능한 정부 뒤에는 바로 무능한 관료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바꾼다고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데일리]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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