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 군벌과 군조직 -6-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진압의지는 충분했다. 문제는 진압을 할 병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수경사령관 직속병력인 수경사 30경비단, 33경비단, 야포단, 헌병단 그리고 방공포병단 중 30경비단, 33경비단 그리고 헌병단은 이미 경복궁 측에 넘어간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야포단과 방공포병단 중에서 야포단은 병력 수는 많았지만 전투를 위한 병력은 아니었고 강북이 아닌 강남 김포에 주둔하고 있었다. 또 방공포병단은 혹시나 모를 북괴군의 침공을 대비하여 진압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 그에게는 가용할 수 있는 병력들이 남아 있었다. 바로 충정부대들이었다. 수도권과 그 주변에 비상상황 발생 시 수도경비사령관이 배속받을 수 있는 부대였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대는 김포의 1공수여단, 남한산성의 3공수여단, 부평의 5공수여단, 그리고 부평의 9공수여단이 있다.
문제는 이중 1, 3, 5공수여단장인 박희도, 최세창, 장기오 또한 30경비단에 있다는 것이었다. 남은 공수여단장은 9공수여단장 윤흥기 뿐으로, 그는 정규육사 출신이 아닌 갑종 출신이었다. 대부분 육사끼리의 커넥션으로 이어진 하나회에 그가 있을리는 없었다.
또한 특전사를 넘어 사단급으로 간다면 양평에 주둔하고 있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과 양주의 26보병사단, 그리고 양평의 20보병사단이 있다. 이들 또한 수도권 비상사태시 수경사령관이 동원할 수 있는 충정부대인 것이다. 문제는 이중에 20사단장인 박준병이 경복궁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26사단장인 배정도와 수기사단장인 손길남은 하나회가 아닌데다가, 수경사령관 장태완과 동일한 육군 종합학교 출신이었다. 게다가 26사단은 장태완이 수경사령관 이전 보직인 육군본부 교육참모부 차장직 이전에 사단장직을 맡고 있던 사단으로 그가 부대를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의 후임인 배정도 사단장은 그와 깊은 친분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또 남아있는 서울 인근의 부대는 제30보병사단과 제33보병사단이 있다. 이중 30사단장 박희모는 이후에 꽤나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장태완은 우선 국방부장관 노재현을 찾고자 했으나, 현재 가족들과 함께 피난을 가 서울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노재현을 찾을 순 없었다. 대신 국방부차관 김용휴가 연결되었다.
“차관님! 어서 장관님을 찾아 이러한 국가 반란시에 제가 배속받아 사용할 수 있는 4개 사단 중 우선 26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서울 근교 4개 공수여단 중 세 놈은 저쪽에가 있으니 하나회 멤버가 아닌 윤흥기 장군이 지휘하는 제9공수여단을 저놈들이 자기 부대를 데리고 나오기 전에 속히 저에게 보내 주십시오”.
“알았어. 그놈들 당장에 해치워야지. 장태완이 파이팅!”
김용휴 장관의 목소리는 긍정적이었고, 이 말에 장태완은 잠시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쉴새없이 이번에는 용인의 3군사령관 이건영 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에서 이건영 중장에게 서울의 상황을 말하고(이건영 사령관은 이전 8시 20분경 윤성민 차장과의 통화에서 서울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 26사단과 수기사를 최대한 빨리 서울운동장과 장충동 일대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였다.
“알았어. 윤필용·전두환 그 못된 놈들이 장난을 하는 모양인데 장장군이 잘해야 돼! 그리고 황영시 1군단장과 차규헌 수도군단장 이 두놈들은 내 허락도 없이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죽일 놈들이구, 내 그놈들이 예하부대를 절대 서울로 옮기지 못하게 단단히 잡아둘 터이니 걱정 말고 그 놈들을 빨리 소탕해야 돼!”
실제로 당시 3군사령부에서는 수기사와 26사에 출동준비명령을 내렸고, 이 명령을 받고 두 사단 모두 출동준비를 시작하였다. 문제는 보안사였다.
먼저 수기사단장 손길남 사단장은 보안부대장이 공략에 들어갔다. 3군사령부 산하 5군단을 통하여 수기사 참모장이 출동계획서를 작성하여 그대로 실행되려고 하고 있었으나 보안사령부의 지시를 받는 보안부대장이 그 지시를 막아서고 나섰다.
그는 우선 참모장을 막아선 다음 참모장과 함께 손길남 사단장에게 가 출동은 절대 안된다고 사단장을 만류했다. 상급부대로부터도 출동명령이 내려오지 않고 시간도 자정이 넘자 손길남 사단장은 숙소로 돌아가 숙면을 취했다.
26사단 배정도 소장의 경우에는 조금 더 일이 쉬웠다. 그날 오전 배정도 26사단장은 진지공사의 미진척을 이유로 연대장을 기합 주고 돌아와 꽤나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육군본부와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병력 출동을 요청하였고 배정도 소장은 그대로 출동준비를 마쳤으나 보안사의 지시를 받은 26사단 보안부대장 김현 중령이 있었다. 그는 사단장실로 통하는 전화를 모두 끊어버리고 독한 양주를 사단장실로 가져갔다. 결국 양주를 잔뜩 먹은 배정도 소장은 곪아 떨어졌다.
이렇게 수경사령관은 충정부대를 하나씩 잃어가기 시작했다.
[뻘글 집합소]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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