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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크게 뒤지는 한국의 잠수함 전력 보완 시급

머린코341(mc341) 2020. 3. 19. 09:21

[김경민의 퍼스펙티브] 주변국에 크게 뒤지는 한국의 잠수함 전력 보완 시급


한반도 해역 누비는 미·중·일·러 잠수함


삼면이 바다인 한국, 잠수함의 공포는 항상 위협적
일본은 첨단 잠수함으로 ‘비핵잠수함 세계 최고’ 평가
중국은 해저 기지 건설해 서태평양 제해권 장악 나서
잠수함 전력 확충하지 않으면 우리 운명 위태로워져

 
잠수함 전력은 최후의 군사력이다. 바다 밑 깊숙이 숨겨져 있는 가장 은밀한 군사력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가 서로 두려워하는 전력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을 지키기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무기체계도 잠수함 전력이다.


동해·남해·서해 바다 밑에선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러시아·중국·일본 잠수함이 쥐도 새도 모르게 들락거린다. 특히 수심이 깊은 동해는  세계에서 잠수함 활동이 가장 왕성한 곳 중 하나다.
  

삼면 바다 밑 지형을 모조리 꿰뚫게 된 것은 미국과의 동맹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이 파악한 해저 지도를 한국도 공유한다. 한국의 바다를 지켜내는 데 한·미 동맹은 큰 힘이 된다.


다행히 한국은 북한 잠수함이 내는 소리를 다 파악하고 있어 북한 잠수함과 맞닥뜨리게 되면 북한 잠수함이라는 분석을 당장 해낼 수 있다.

 
미국과 연합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육상과 공중·수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밑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도 있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다 밑 지형을 파악하고 중국과 북한 잠수함이 내는 소리도 다 알고 있다고 해서 바다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넓은 바닷속 어느 곳에 잠수함이 있는지는 가까이 다가가거나 다가와야 알 수 있다. 때문에 바다 밑 잠수함의 공포는 늘 위협적이다.

 
일본, 소음 적은 공포의 잠수함 운영


위부터 SLBM 장착한 중국 진급 핵잠수함, 비핵잠수함 중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 소류급 잠수함, 3000t급인 한국 안창호함. [중앙포토] 


바다 밑 싸움은 잠수함에서 내는 소리를 누가 먼저 포착하느냐에 좌우된다. 한국 잠수함은 최대한 작은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상대방 잠수함 소리는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포착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잠수함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동해·남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본의 잠수함 실력은 어떤가. 일본은 공식적으로 소류급이라는 4000t 규모의 잠수함을 필두로 22척 체제를 운영한다. 핵잠수함은 없고 비핵잠수함만 있다. 소류급 잠수함은 비핵잠수함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소음이 가장 작아 ‘공포의 잠수함’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냉전 시절 홋카이도와 사할린 사이 소야해협에 2척, 홋카이도와 일본 본섬 사이 쓰가루해협에 2척, 대한해협(일본 이름 쓰시마해협)에 2척의 잠수함을 배치했었다.


잠수함대 사령관을 지낸 고바야시 제독은 “미국 요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옛 소련 잠수함을 감시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3개 해협에 각각 2척을 배치하는 전략을 토대로, 교대·정비 등을 고려해 16척 체제라는 잠수함 보유 전략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기에서 나아가 매년 1척을 퇴역시키고 새로이 1척을 건조하고 있다. 덕분에 잠수함 기술도 매년 발전해 함령(艦齡)이 평균 8년도 안 되는 첨단 잠수함으로 무장, 비핵잠수함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부터는 미국 요청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빠져나가는 두 곳의 길목에 모두 8척의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며 22척 체제로 변환됐다. 매년 1척씩 퇴역시키지만 해체하지 않고 연습함이라는 명목으로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운용 가능한 잠수함이 총 30척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면 서해와 인접한 중국의 잠수함 실력은 어떤가. 중국은 송(宋)급·원(元)급 등 비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 진(晋)급을 합쳐 6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미·중 잠수함 전력 경쟁 치열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휴양지로 잘 알려진 중국 최남단 하이난 섬에 해저 잠수함 기지를 건설했다. 물속으로 들락거리기 때문에 미국 첩보위성이 쉽게 탐지하지 못한다.


하이난 섬에서 900여㎞ 남단에 있는 난사군도에 잠수함을 내보내며 태평양 서쪽의 제해권을 장악하려 한다. 난사군도는 중국과 미국의 제해권이 부딪히는 최전선이다.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기치로 걸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감시하고 있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급, 버지니아급,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동원해 중국 잠수함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핵탄두를 탑재한 사정거리 8000~1만2000㎞의 SLBM을 장착한 진급 핵잠수함을 배치, 미국 본토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가능하다.
  

중국 잠수함은 서해뿐 아니라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들락거리며 사실상 한반도 주변 해역을 중국 앞마당처럼 여기고 있다. 한국의 잠수함 능력은 중국·일본에 크게 뒤져 이를 하루빨리 보완하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은 위태로워진다.
  

소류급 잠수함
 

일본 해상 자위대의 최신형 잠수함으로 2009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기준 배수량 2900t, 수중 배수량 4200t. 리튬이온 전지로 구동해 소음이 적고 부피에 비해 큰 전력량을 저장해 한 달 가량 물속에서 작전할 수 있다. 외부 산소 공급 없이도 추진 동력을 얻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도 잠항 기간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북·중·일 견제하려면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필요

 
한국은 1200t급 9척과 1800t급 9척 등 18척 체제로 잠수함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안창호 함이 건조돼 시험 운행하고 있어 앞으로 3000t급이 잠수함 전력의 주축이 된다.


퇴역할 잠수함을 고쳐 쓰면 27척 체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해군 관계자들은 현재의 디젤 잠수함이나 리튬이온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이며, 핵무기 장착 잠수함은 아니다.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해군 관계자들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필자는 “물속에서 한 달간 숨어 있을 수 있는 리튬이온 전지 잠수함을 일본 잠수함보다 발전시켜 미래를 대비하는 게 좋다”며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반대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갖게 되면 일본도 갖게 될 것이고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 잠수함 실력을 따라잡기가 힘들다”고 고백한다.
  

필자가 “40~50년 뒤에는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반론을 펴자 해군측은 “그 시간만큼 일본의 실력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한다.
  

해군에서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원하는 까닭은 독도 방어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6개월 정도 물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 있어야 일본에 대한 잠수함 전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의 또 하나의 명분은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크고 작은 잠수함 약 70척을 갖고 있고, SLBM을 시험 발사할 정도로 한국보다 경험이 앞서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 잠수함 전력을 일거에 앞지르게 돼 북한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5000~6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파괴력이 5t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도 함부로 한국에 대해 무력 행동을 하지 못해 전쟁 억지력을 갖게 된다. 


김경민 한양대 특별공훈 교수


[중앙일보] 202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