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해병대 출신 김원일 "흥민아, 해병대는 말이야…"
포항 해병 1사단 1037기로 만기제대
해병대서 축구늘어, 쓰리스타 축전도
"유명인 살살? 해병대 예외 없을듯
영국 돌아가서 애국심 더 강해질것
현빈, 민호처럼 해병대 택해줘 고마워"
포항 해병 1사단 복무 시절 고무보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축구선수 김원일. 그는 해병대가 아니었다면 축구인생이 일찍 끝났을거라고 했다. [사진 김원일]
[중앙일보] 박린 기자 = 손흥민(28·토트넘)은 20일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해병대에 입소한다. 현역병 시절을 회상하며 “흥민아,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축구선수가 있다. 해병 1037기로 2년 만기제대한 ‘진짜 해병대’ 출신 김원일(34·김포시민축구단)이다.
김원일은 해병대 정신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선수다. 숭실대 2학년 때 주전경쟁에 밀리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2007년 1월 포항 해병 1사단에 입대했다. 오히려 군대에서 축구가 늘었다. ‘해병대 메시’라 불리며 3군축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다. 짤막한 관련 기사를 본 윤성효 당시 숭실대 감독이 제대한 김원일을 다시 불렀다.
김원일은 해병대 시절 포항스틸야드 관중석에서 포항 스틸러스 경기를 관전했다. 저때만해도 본인이 포항에서 뛸줄은 몰랐다. [사진 김원일]
김원일은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2010년부터 7시즌간 핵심수비수로 활약했다. 2013년 울산 현대와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버저비터골을 터트렸다. 그 골로 ‘쓰리스타’ 해병대 사령관에게 축전을 받았다. 해병대에서 강연도 했다.
2013년 12월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울산과 최종전에서 추가시간에 버저비터골을 터트린 김원일(오른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등번호 37번을 달았는데, 해병 1037기에서 따온 숫자다. K리그 200경기 출전을 기념하면서, 제주 9해병여단 후배들을 초청해 축구용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고향팀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 소속이다.
김원일은 2018년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해병대 후배들을 위해 축구용품을 쾌척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12일 전화인터뷰에서 김원일은 “월드클래스인 손흥민 선수와 친분이 없는데다, 난 전역한지 오래돼 여러가지가 많이 바뀌었을거다. 그래도 손흥민 선수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이라며 훈련소 팁을 전했다.
손흥민은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의 해병 9여단에서 훈련받는다. 김원일은 해병대 시절 같은 곳에 한달간 5분대기로 파견 다녀왔다. 김원일은 “난 2~3월쯤 갔는데, 포항이나 논산보다 제주 날씨가 따뜻했다. 아마 손흥민 선수가 훈련 받기 좋은 날씨일 것”이라고 했다.
포항 해병대 훈련소에서 7주간 훈련을 받은 김원일은 “자대배치 후 해병대 트레이드마크 돌격머리를 했지만, 앞서 훈련소에는 머리를 완전 빡빡 깎고 들어갔다. 아마 손흥민 선수도 그러지 않을까”라고 했다.
해병대에서 훈련받던 김원일의 모습. [사진 김원일]
학창시절 선배들과 합숙훈련을 해본 김원일은 훈련소 생활이 쉬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원일은 “난 평소 밥을 많이 먹는데 배식이 정해져있어 늘 배고팠다. 총검술, 군가, 도수체조를 외우기 어렵고, 불침번도 쉽지 않았다. 난 사격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시야와 정확도를 겸비한 손흥민 선수는 슛만큼 사격 솜씨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최근 팔수술을 받았으니 격발할 때나 각개전투 때 조심했으면 한다”고 했다.
영국 더 선은 ATTEN SON(어텐션+손흥민)이란 제목과 함께 손흥민이 거수경례하는 합성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더 선]
최근 한 외신은 ‘한국에서 유명인사는 덜 힘들게 훈련 받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원일은 “아마 해병대에서 예외는 없을 거다. 조교도 처음에는 손흥민 선수를 보고 신기하겠지만 본분을 다하기 위해 군기를 잡을 것 같다. 기초체력이 좋은 손흥민 선수는 모든 훈련을 잘 소화해낼거다. 훈련을 앞장서서 받는다면 좋은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병역혜택을 받은 기성용(31·마요르카) 역시 훈련소에서 수류탄을 던졌고, 완전군장으로 20㎞ 행군을 했고, 화생방 훈련도 했다. 김원일은 “화생방 훈련 때 온갖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데, 나와서 절대로 눈을 비비지 않아야 한다. 수류탄 투척은 돈주고도 못할 소중한 경험이니, 한번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일은 군대에서 축구를 잘해 사랑받았다. 김원일은 “자대 배치 다음날 축구를 했다. 내가 5골~10골 넣는 것보다, 계급이 높은 분에게 패스를 찔러주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병 때 사단체육대회에서 우승해 14박15일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손흥민이 훈련소에 축구를 할까’란 질문에 그는 “나도 그랬듯, 훈련소에서는 다른 훈련병들처럼 축구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해병대 시절 상관과 악수하는 김원일. 해병대 트레이드마크인 돌격머리를 하고 있다. [사진 김원일]
일각에서 ‘손흥민은 3주만 훈련받아서 무늬만 해병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원일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어렵게 땄지만, 어떻게 보면 병역혜택을 받은거다. 또래 남자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대한민국 군인들이 얼마나 애쓰는지 느낄 수 있을거다.
난 해병대가 아니었다면 축구인생이 일찍 끝났을거다. 손흥민 선수는 훈련을 받고 영국에 돌아가면 애국심과 정신력이 더 강해질거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강하고 두려운 상대를 만나면 해병정신이 도움이 될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원일은 “해병대 출신인 배우 현빈, 가수 샤이니 민호처럼 손흥민 선수가 해병대를 선택해줘 고맙다. 덕분에 해병대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다. 축구선수는 몸이 재산인 만큼 건강하게 훈련을 마치고 나왔으면 한다. 해병대 기를 받아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가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중앙일보]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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