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창설기-가마전 분패스토리
병1기생들이 강훈에 매진하고 있던 그 해(1949년) 6월 6일 해군통제부에서는 해군신병훈련소와 항해학교, 해군공장, 해군사관학교를 포함한 여러 해군 단위부대팀과 1개 해병대팀(1기신병)이 참가한 재진 해군부대 체육대회를 개최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진해 공설운동장에서 개최한 그 체육대회에서 해병대팀은 해군신병훈련소팀과 대전한 장대 눞히기 결승전과 해군사관학교팀과 겨룬 줄다리기 결승전에서 상대팀을 누르고 종합우승의 영예를 누렸으나 유독 해군신병훈련소팀과 대전한 기마전에서만은 일방적인 완승을 자신하고 있던 바와는 달리, 전혀 예기치 못한 상대팀 기수들의 삭발 전술로 인해 분패의 고배를 마셨다.
분패에 얽힌 사연인즉슨 이러했다. 즉 기마전의 승부결정방식을 상대방 기수들의 모자를 벗기게 하는 식으로 하지 않고 모자를 쓰지 않은 기수를 말에서 떨어뜨리도록 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해병대팀 기수들은 상식화된 규정대로 머리털을 깍지 않은데 반해 상대팀 기수들은 그 룰을 무시하고 머리를 빡빡 깍은 다음 빤질빤질한 그 머리통에 바셀린을 잔뜩 바르게 함으로써 결국 해병대팀 기수들은 상대팀 기수들의 머리에 손도 한 번 대 보지 못한 반면 상대팀 기수들은 더부룩한 해병대팀 기수들의 머리털을 사정없이 움켜쥐고 낚아채는 바람에 통증을 견딜 수가 없어 추풍낙엽처럼 낙마를 했고, 대전이 벌어진 운동장에는 기수들의 머리에서 뽑힌 머리털이 낙엽처럼 흩날려 관전하는 군인들과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대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일이 그렇게 귀결되자 기마전 선수들의 격분도 격분이었지만 상대방팀의 야비한 전술에 분노를 금치 못한 강복구 소대장 등 몇 몇 교육대 간부들이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 해군신병훈련소 응원단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다가 그 기막힌 삭발전법에 매료되어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대회 본부석 앞으로 가서 룰을 위반했으니 머리를 깍지 않은 기수들과 재시합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본부석에서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를 않았다.
그 당시 해군신병훈련소장은 강기천 소령이었는데 훗날 강기천 장군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은 그 삭발전술을 묵인했을 뿐 그 필승의 전법을 짜낸 사람들은 해군신병훈련소의 간부들이었다고 한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海兵隊의 傳統과 秘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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