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5) 市街地 掃蕩戰
그 다음날 공격을 재개했던 시각은 아침 5시경부터였다. 3중대는 178고지를 공격하고 7중대와 증원중대는 시가지 소탕전을 전개했다. 그 시가지 소탕전은 민가(民家)에 숨어 있는 적을 색출해 내는 수색전으로 일관되었다.
시가지 소탕전이 거의 끝날 단계에 이르렀을 때 내가 시가지로 내려가서 목격했던 것은 민가의 천정이나 부엌, 또는 큰 장독 속에 숨어 있다가 붙들려 나온 삼베옷이나 무명옷 또는 광목옷을 걸치고 있는 머리를 박박 깎은 소년병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네들이 숨어 있던 그 집의 가족인 것처럼 가장을 했으나 말씨가 다른데다 그 집 문패에 적혀 있는 세대주(또는 호주)의 이름을 알지 못해 쉬이 들통이 나고 말았다.
시가지 소탕전이 끝날 시각은 그날 정오경이었다. 그때 나는 혹 우익인사들이 감금을 당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통영경찰서를 둘러보았으나 경찰서 유치장은 팅 비어 있는 상태였고, 사무실 안에 먹다 남은 삶은 닭과 막걸리 잔 등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필시 적이 지휘소로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를 둘러 본 나는 증원중대장 김석근(金錫根) 중위와 7중대장 안창관 대위에게 각각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즉 김석근 중위에겐 시가지 서북방으로 달아난 적을 추격하여 섬멸토록 명령하고 7중대장에겐 원문고개로 진출하여 2중대의 좌일선이 되어 원문고개를 방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7중대장은 대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먹인 후에 가겠다고 했으나 2중대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나는 밥은 원문고개에 가서 먹도록 하고 즉시 떠나라고 했다.
그리고 통신대장 이두찬(李斗燦) 중위에게는 원문고개와 통영 부두 사이를 연결하는 유선통신망을 가설하는 한편 2중대와 7중대 본부에서 각소대간을 연결하는 유선도 가설하도록 지시했다. 그 당시 부대본부 통신대에서는 부대본부에서 각 중대본부를 연결하고, 또 각 중대본부에서 각 소대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유선과 EE-8 전화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이용해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남원에서 진동리에 이르기까지 철수를 거듭했었고 잦은 부대이동과 공격전투로 일관되어 EE-8전화기를 이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나는 내가 위치하고 있어야 할 지취소를 설치하기 위해 통영부두로 향했다. 지휘소를 통영부두쪽에 설치하게 했던 것은 해군본부와의 무전교신이 가능한 해군함정을 가까이에 두고 보다 신속한 교신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두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이틀 전날 저녁 양동작전을 감행할 때 포격이 가해졌던 해변가에 소해정에서 발사한 37밀리 대전차 포탄의 탄두가 도처에 뒹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37밀리 포의 포탄은 관통력이 강한 철갑탄이었으므로 폭발은 하지 않는 포탄이었다.
그런데 여객부두에 도착한 직후 나는 이러한 일을 겪었다. 즉 먼 해상에서 망원경으로 부두쪽을 살펴보고 있던 703함 함장 이성호 중령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엔진을 풀 가동시켜 전속력으로 작은 부두로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나는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그 함정이 70~80야드 진방에 도달했을 때 내가 해군함장 실습교육을 받을때에 습득했던 지식을 동원하여 두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어-이, 올 엔진 스톱 백풀-" 하며 되풀이 소리쳤다. 그리곤 더 이상의 접근을 가로막듯 두 팔을 가로로 교차시켜 흔들어 댄 끝에 가까스로 그 신호가 전달되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부두에서 불과 30~4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좌우 엔진이 급정지하고 스크류가 역으로 가동하기 시작하자 부두 일대의 바닷물은 순식간에 시커먼 뻘투성이로 변모되고 있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함장이 작은 배에 옮겨 타고 부장 현시학 소령과 함께 부두에 도착하자 나는 농담조로 올 엔진을 가동시켜 부두로 달려오게 된 이유가 혹시 내가 약속했던 기생들 생각 때문이 아니었는가고 했더니 함장은, 파안대소를 하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망원경 속에 포착된 나의 모습이 어떻게나 반갑게 여겨졌던지 단숨에 달려온 것이라고 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해병대 사령관 글 > 4대사령관 김성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7) 원문고개 공방전 (0) | 2014.07.27 |
---|---|
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6) 勝戰申告 (0) | 2014.07.27 |
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4) 望日峰의 奇襲占領 (0) | 2014.07.27 |
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3) 奇襲的인 賜動作戰 (0) | 2014.07.27 |
국방의 멍에 - 7. 統營上陸作戰 (2) 作命의 變更要請 (0) | 2014.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