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우리 무덤이라는 각오, 후퇴 없이 싸웠지” (국방일보, 2014.07.23)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 격전의 현장 가다
1년 넘는 기간 거의 매일 전투 ‘물러서면 모두 죽자’라는 각오
서부전선 사수, 해병대 투혼이 만든 세계 전사에 빛난 성공적인 방어전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장단·사천강지구 전적지의 모습.
장단·사천강지구전투 중 작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공정식(오른쪽 둘째) 사령관.
장단·사천강지구전투 중 적 진지를 망원경으로 살펴보며 작전을 구상 중인 공정식 사령관.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이 도라산전망대에서 자손들에게 6·25전쟁 당시 전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평화공원에 건립된 해병대 파로비.
장단·사천강지구전투 중 작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공정식(오른쪽 둘째) 사령관.
마침 같은 날 이곳에 장단지구전투 당시 해병1전투단 부단장으로 전장을 누비며 승전을 이끌었던 노병이 후손들과 함께 방문했다. 바로 공정식(90) 전 해병대사령관.
공정식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9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손자들이 방한하자 안보와 역사의 교훈을 전하고자 노구를 이끌고 파로비를 찾은 것.
자손들에게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나이를 잊은 듯 힘이 넘쳤고 마치 전투 장면을 보는 것같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전투였지. 우리의 작전지역은 임진강을 뒤에 두고 있어 그야말로 ‘배수의 진’이었어. 이에 비해 적은 200~300고지에 진을 치고 있어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유리한 위치였지. 병력도 우리보다 훨씬 많았지만 임진강이 우리의 무덤이라는 해병혼으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어.”
장단·사천강지구전투의 승리는 ‘수도 서울을 빼앗기는 치욕의 역사를 절대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목숨을 걸고 서부전선을 지켜야 한다’는 해병대의 투혼이 만든 세계 전사에 빛나는 성공적인 방어전이다.
전투 비화를 이야기하는 노병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아마도 당시 전사한 부하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평생 가슴 깊이 간직하며 살아왔던 것이리라.
“전우들과 나는 어두침침한 도라산 관측소 참호 속에서 ‘여기서 한 뼘이라도 물러서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죽자’라는 각오로 싸우고 또 싸웠어. 그렇게 지켜낸 이곳 파주 땅을 오면 늘 감개무량하지. 또 이렇게 파로비가 세워져 해마다 추모 행사를 하니 우리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60여 년 전 할아버지가 목숨 걸고 지켰던 땅을 밟으며 이야기를 듣던 손자들은 한결같이 놀라움과 나라가 있음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장남인 공용우(64) 씨는 “아버지께서 495일 동안 이곳에서 해병을 지휘하며 서울을 지켰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며 “저 역시 해병으로 복무하며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경험이 있어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해병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행은 도라산전망대에 올랐다. 도라산전망대는 파로비에서 북쪽으로 약 1㎞ 거리에 있다. 과거 해병대1연대가 중공군과 맞서 싸운 전방 관측소가 있던 곳을 지금은 육군1사단 장병들이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다.
“여기서 굴을 파고 진지를 구축해 적과 싸웠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기에 중공군도 우리 해병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어.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을 탈환하고 태극기를 꽂은 것도 해병이고 서부전선을 사수해 서울을 지킨 것도 바로 해병대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
이곳에서 바라보니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사천강과 북녘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도라산전망대에 근무하는 육군1사단 장병에게 이곳을 지키게 된 전투상황과 현지 정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브리핑을 통해 할아버지의 활약이 설명되자 손자들은 다시 한번 자부심과 함께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공정식 전 사령관의 세 아들과 손자 둘도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이에 대해 공 전 사령관은 “나에게 있는 해병혼이 흘러 자손들도 해병으로 군 복무를 한 것 같다”며 “지금의 자유와 번영은 60년 전 자신을 바쳐 나라를 지킨 선열들의 피 값”이라고 힘 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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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방일보, <글·사진=이승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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