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8. 인천으로의 이동명령 (3) 激戰地의 暎像들

머린코341(mc341) 2014. 8. 1. 15:13

국방의 멍에 - 8. 인천으로의 이동명령

 

(3) 激戰地의 暎像들

 

  내가 명령을 받고 있던 목적지는 현재 양화교(楊花橋)가 건립되어 있는 서교동(西橋洞) 대안(對岸)의 강변이었다.

 

  차량 대열이 인천 시가지를 빠져 나갈 때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거진 2/3 이상은 회진(灰塵)되어 있는 인천 시가지의 참담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모습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그 폐허에선 그때까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한 참경을 눈여겨 보고 있던 나는 상륙작전을 감행하기에 앞서 포문을 열었던 아군의 함포와 공중폭격이 얼마나 격심했던가 하는 것을 미루어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차량 대열이 인천 시가지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을 때 인천으로 진입하는 그 길목 도로변에는 피난을 갔다가 돌아오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줄을 잇고 있었다. 그들은 해병들이 탄 차량 대열이 지나가자 걸음을 멈춘 채 손을 흔들거나 손에 든 자그마한 수제(手製) 태극기를 흔들어 대며 격려와 환송의 뜻을 표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국군 만세" 를 외치며 감격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희열의 빛이 역력했다.

 

  차량 대열이 부평(富平)을 지나고 있을 때 나는 그곳 도로변에 빨갛게 탄 3~4대의 적 전차가 둔좌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군의 대전차포나 전폭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북괴군의 전차 위에는 숯덩이처럼 타죽은 적병들의 시체가 그대로 얹혀 있었다. 시체들은 화염에 휩싸인 전차 내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포탑(砲塔) 뚜껑을 열고 나오다가 질식 소사(燒死)한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불탄 전차에 장착되어 있는 전차포의 포구(砲口)들이 하나같이 나팔꽃 모양으로 파열되어 있는 것도 목격을 했는데, 적이 그 전차포를 영영 써먹지 못하도록 미국 해병들이나 우리 해병들이 포구(砲口)에 TNT같은 폭발물을 집어넣어 폭발을 시켰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인천에서 부평을 거쳐 서울로 가는 도중 수원쪽에서 서울에 이르는 상공에는 무서운 금속성으로 대기를 가르며 비행하고 있는 유엔군의 전폭기 편대가 간단없이 내왕하고 있었다.

 

  남쪽 공군기지로부터 북쪽 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전폭기편대와 공격임무를 수행하고 남으로 귀환하고 있는 전폭기편대를 바라보며 나는 성급하게도 이제 통일이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 차량 대열이 오류동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나는 서울지구에서 들려오고 있는 심상찮은 포성과 굉음을 듣고 무슨 변이 일어나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심상찮은 포성과 굉음은 전방으로 갈수록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여 차량대열이 시커면 초연과 화염에 덮인 남산(南山)과 서울 하늘이 바라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는 천지가 쪼개지는 듯한 소리로 와 닿고 있었다.

 

  그리고 영등포 가까기에 이르렀을 때 초연에 가려 있는 서울 시가지상공에는 떼잠자리 같은 폭격기들이 마치 .곡예비행을 하듯 파상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벌써 서울 시가지에 대한 아군의 탈환작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로 집중되고 있던 포탄들은 전함이나 순양함에서 발사하는 16인치함포와 8인치 군단포, 155밀리 사단포, 105밀리 곡사포의 포탄들이었다. 그러한 포탄들이 간단없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나는 과연 미국의 물량과 전쟁수행능력을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량대열이 절두산(切頭山) 좌측 지금의 양화교(楊花橋)가 있는 강변에 도착했던 시각은 25일 오전 11시 30분 경이었다.

 

  그 강변에는 미 해병대의 더쿠(DUKW) 부대가 배치되어 있어 대안(對岸)으로 건너가는 아군병력과 건너오는 병력을 수송해 주고 있었다. 한데 상체(上體)는 보우트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하부에는 한 쪽에 3개씩 그러니까 양쪽에 6개의 타이어가 달려 있을 뿐 아니라 꽁무니에는 스크류가 달려 있는 수륙양용차를 난생 처음 보기도 했고, 또 타보기도 했던 나는 미국 해병대는 별 희한한 장비도 다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쿠라는 이름이 붙어 있던 수륙양용차는 강을 건너갈 때는 꽁무니에 달려 있는 스크류의 가동으로 약 5~6노트의 속력을 내고 있었지만 육지로 올라간 후로는 하체에 붙어 있는 6개의 바퀴가 자동차 바퀴처럼 구르게 되어 돌연 시속 30~40마일의 속도로 배추밭이건 벼논이건 무논이건 간에 마구 달려 약 4~5킬로 떨어진 수색(水色)까지 병력을 운반해 주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