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9. 首都奪還 作戰 (6) 칵테일 파티

머린코341(mc341) 2014. 8. 2. 14:42

국방의 멍에 - 9. 首都奪還 作戰

 

(6) 칵테일 파티

 

  인천에 집결해 있는 동안 나는 이런 일을 겪었다. 즉 어느날 미 해병대 연락장교 헤그너 중령이 어느 학교에 위치하고 있는 해병대 CP를 찾아와서 신현준 사령관에게 KMC CP가 위치하고 있는 그 학교에서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과 미 해병대의 고급지휘관과 참모들을 초청하여 칵테일 파티를 한 번 열어 주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다. 칵테일 파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나는 통역을 맡고 있던 조봉식(趨鳳植) 중위에게 물어보았으나 그 역시 고재를 갸우뚱거리기에 조봉식 중위를 통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칵테일 파티냐고 물어보았더니 빈 교실 안에 테이블 몇 개를 갖다 놓고 그 위에 하얀 종이를 깐다음 접시 몇 개만 그 위에 얹어 놓기만 하면 된다고 했고, 파티에 필요한 캔맥주와 피너츠 등은 자기네들이 함정 내에 있는 PX에 가서 구입해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이 오게 되면 어디에 앉히느냐고 했더니 서양사람들은 앉아서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하지 않고 서서 한다고 했고, 또 신 사령관이나 내가 전혀 영어를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외국군 장교들을 초청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자기와 함께 교실 입구의 리시빙 라인에서 있다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며 "댕큐 댕큐" 하고 악수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헤그너 중령으로부터 그러한 설명을 듣고 있던 나는, 신 사령관도 그러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칵테일 파티라는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가 않아 선뜻 응락을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인의 접대방식으로서는 신나는 기생파티라도 한 번 열어줘야 할 귀한 손님들을 앉을 수도 없는 빈 교실에 초대한다는 것부터가 동양인의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고, 또 모처럼 초대를 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예쁜 기생들이 수발을 드는 가운데 실컷 먹을 수 있도록 대접을 해야 할텐데 잿더미가 되다시피한 인천 바닥에선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일이었으므로 차라리 예의에 어긋나고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그런 파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뜻 응락을 할 수가 없었던 나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신 사령관을 대신해서 서양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 동양인으로서는 예의상 귀한 손님들을 그렇게는 모시고 싶지가 않다고 했더니 헤그너 중령은, 결례가 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기가 질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초청을 한다는 의사표시만 해달라고 간청을 하기에 어철 수 없이 응락을 하고야 말았다.

 

  바로 그 다음날 오후 3시경 마침내 그 칵테일 파티라는 것이 열리게 되었는데, 신 사령관을 모시고 중대장급 이상의 지휘관 및 참모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했던 나는 초대받은 미군 장교들이 마시고 먹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 하고싶은 얘기들을 정답게 나누고 있는 서양인들의 파티문화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

 

  파티장에 들어선 그들은 반가운 사람들끼리 서로 악수도 하고 서로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인사를 나누다가 캔맥주 한 통씩을 집어 들더니만 그것을 툭툭 따서 조금씩 마시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고, 안주임이 분명한 땅콩은 어쩌다가 한 두알씩 입에 털어 넣곤 했다.

 

  그날 나는, 신 사령관과 의논해서 파티가 시작되기 약 30분전 일부 병력을 학교 운동장에 도열시켜 두었다가 미 해병 제1사단장 스미스 소장과 부사단장이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학교정문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받들어 총'의 구령을 걸어 경의를 표했다. 그리곤 도열해 있는 우리 부대를 사열하게 한 다음 2층 파티장으로 안내하여 헤그너 중령으로 하여금 신 사령관을 미 해병대 지휘부에 소개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날 내가 몹시 부럽게 여겼던 것은 파티에 참석한 5~6명의 미 해군과 해병대의 고급 장성들 모두가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는 사실이었는데, 전쟁터에까지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는 미군 장성들의 여유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역시 부자 나라의 장성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