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6. 재출진(再出陳) (8) 김덕순(金德順) 목사(牧師)

머린코341(mc341) 2014. 8. 16. 19:41

국방의 멍에 - 16. 재출진(再出陳)

 

(8) 김덕순(金德順) 목사(牧師)

 

  이밖에도 나의 뇌리에는 그날 밤 전투단 상황실 한쪽 구석에 말없이 앉아서 기도하고 있던 전투단 본부 군목 김덕순(金德順) 목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함경북도 회령(會寧) 출신인 김 목사는 6·25동란 때 어깨에 따발총을 맨 전사(戰士)가 되어 전쟁터로 끌려 나왔다고 극적인 탈출극을 벌여 구사일생 아군 진지에 귀순을 한 귀순용사의 한 사람이다.

 

  김 목사의 증언에 따르면 6·25동란이 발발한 후 자기를 잡으러 온 내무서원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도피했으나 결국 그곳에서 체포되어 전사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따발총을 매고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국군장병들과 전투를 하던 중 호시탐탐 귀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안개가 자욱히 핀 어느날 마침 마침내 탈출을 결행하여 구사일생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고, 또 귀순한 국군부대(육군 모 사단)의 정보처에서 심문을 받을 때 김 목사가 진술한 출신 신학교와 안수(按手)를 받은 성직자의 이름 및 북에서 했던 사목활동의 실적 등을 그 사단의 군목이 인정을 해 줌으로써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후송되지 않고 그 부대의 군종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가 때마침 해군에서 군목을 모집할 때 응시하여 합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김 목사(당년 75세)는 경기도 하남시에서 목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는 재작년 내가 심장병으로 강남 중앙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병문안을 한적도 있었다.

 

  한편 신태영 장관 일행 전투단 본부를 다녀간 후 나는 자유문교(自由門橋) 동쪽에 위치한 전투단 본부 부근의 갈대밭에서 사냥을 하다가 뜻밖에 발견하게 된 여우 한 마리를 엽총으로 쏴 잡았는데, 잡고 보니 그것 이 암컷이었다.

 

  그래서 나는 암컷의 그것을 말려서 몸에 지니고 있으면 재수가 좋다고 한 말이 생각나 부대본부로 운반하여 털을 벗길 때 우정 국부가 손상되지 않게 예리한 미제 도루코 면도날로 조심스럽게 도려내게 한 다음 그것을 실로 매어 난로 가까이에 있는 천막 기둥에 매달아 말려놓고 있었는데 물건의 주인이 될 사람을 따로 있었던지 그로부터 수일 후 아무런 사전 기별도 없이 전투단 본부에 들른 김동하(金東河) 중령에게 그 물건을 약취당하고 말았다.

 

  그날 김동하 중령이 전투단을 방문했던 것은 사령부 참모장으로 있다가 서해 도서 부대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어 부임하기에 앞서 인사차 방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단장실에서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는 난로 옆 천막기둥에 매달려 있는 얄궂은 물체에 호기심이 끌렸던지 "저것이 뭐지요?" 하고 물어보기에 나로서는 좌중의 분위기를 돋굴 생각으로 사실대로 이실직고했더니 그는 갑자기 반색을 하며 "저 물건 나 주시오. 도서부대로 전속을 가는데 재수가 좋아야지" 하더니만 마치 신비스린 부적을 챙기듯이 물건에 매여 있는 실을 떼어 내기가 무섭게 그것을 바지 앞쪽에 있는 시계 주머니속에 집어 넣곤 귀한 선물을 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귀한 물건을 그에게 양도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