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6. 재출진(再出陳)
(7) 표창장(表彰狀)과 감사문(感謝文)
한편 그 다음날 서울의 각 신문에서는「서부전선에서 아 해병대 중공군 1개 사단 섬멸」이란 표제 하에 중공군의 2차 추기공세를 격파한 해병대의 빛나는 승전을 대서특필했는데, 그 보도기사에는 대대적인 포격이 교환되고 있던 그날 한밤중 서울 시민들은 요란한 포성과 번뜩이는 섬광 때문에 필시 서부전선에서 무슨 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집집마다 피난 짐보따리를 꾸려 놓고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와 민의원(국회)에서는 중공군의 2차 추기공세를 격파한 전투단 장병들의 혁혁한 전공을 치하하는 표창장과 감사문을 보낼 것을 결의했는데, 이승만 대통령의 부대표창장은 그 이듬해(1953년) 1월 중순경손원일 해군참모총장과 신현준 사령관 및 국방분과위원 이종수(李鐘洙) 의원과 함께 전투단 본부를 방문한 신태영(申泰英) 국방장관이 직접 나에게 수여했다. 그때 함께 부대를 방문했던 이종수 의원은 1950년 9월 23일 내가 통영에서 부대를 이끌고 인천으로 갈 때 임흥순 의원과 함께 그 배를 타고 갔던 몇몇 국회의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표창장과 감사문은 사진을 통해서도 읽어볼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이 매우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것이었다.
즉, 해병제1전투단과 전투단고문단 앞으로 보내왔던 대통령 표창장은 평소부터 부대장을 핵심으로 전장병이 일치단결하여 서부전선의 요충인 장단지구에서 수도 서울 방어의 중대임무를 완수해 왔던 해병 제1전투단이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5천여발의 포단의 지원하에 맹렬히 공격해 온 약 1개 연대의 적 보병부대를 백전불굴의 공격정신으로 섬멸함으로써 수도 서울을 침공해 온 적의 기도를 여지없이 분쇄했음으로 그 혁혁한 공적을 가상하여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에 따라 이 표창장을 수여한다고 했고, 신익희(申翼熙) 의장과 의원 일동의 이름으로 된 민의원의 감사장은
"해병대 장병 여러분! 이번에 중공군의 광란적 추기공세를 격퇴 섬멸하고 수도 방위의 서부 사천강 작전에서 성공한 귀단 장병 일동에 대하여 우리 민의원 의원 일동은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우리들은 이 전투에서 순국하신 여러 동지들에게 한없는 애도를 드리며 부상하신 여러 동지들에게 충심으로 위문을 드립니다. 장병 여러분! 일시에 오백 발의 포탄과 로켓탄이 쏟아지고 있는 중에도 밤이나 낮이나 의연(毅然)히 서서 진지를 지킨데 대해서는 전세계의 감격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외국의 장교들은 "세계의 많은 전쟁을 보았으되 한국군 같은 군인은 보지 못했다. 포탄이 비처럼 퍼붓고 고지가 떠나갈 듯 할 때 우리는 한국군은 다 죽었다고 했더니 포탄이 그치자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놀라고 또한 감격했다"고 하였고, 이 감격의 사실은 전파를 타고 전세계의 모든 신문에 보도되고 미국의 정부도 한국군의 신뢰성을 새로이 하고 완전한 무장을 더욱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전공은 위기에 선 조국의 국제적인 지위를 향상시켰으며, 조국의 사활이 걸린 전쟁의 전도에 새로운 광명을 비칠 것입니다. 포탄에 상한 다리를 이끌고 피와 땀으로 젖은 군복을 입은 채로 살아 남은 한국 군인들을 우방의 미국 군인이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어찌 군인동지들끼리 뿐이겠습니까. 우리 의원 일동도 또한 하나같이 그 보도를 읽고 울면서 이 감사문을 보내는 바입니다. 우리 국민도 우리들과 같이 감읍하리라고 믿습니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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