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7. 휴전후 해병교육단(海兵敎育團)
(4) 별천지(別天地)같은 하와이
일행이 타고 간 항공기는 미군 항공수송대(M.A.T.S)에서 제공해 준 프로펠라 달린 군용기였다. 그 비행기로 동경 하네다공항까지 가는데는 약 6시 간 걸렸다.
2시간이면 족한 오늘날의 운항 소요시간에 비하면 그것부터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동경에서 이틀간을 머문 다음에 일행은 7일 아침 하와이로 떠나게 되었는데 하와이까지의 거리가 워낙 밀어 약 16시간 항속한 끝에 태평양전쟁 때의 격전지인 웨이크도에 기착하여 약 5시간 머무는 동안 항공기의 급유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야간에 기착을 했던 웨이크도의 활주로 상공에는 갈매기보다 조금 더 큰 듯한 바보새들이 마치 착륙하는 비행기를 열렬히 마중하듯 위험한 비상을 하고 있었다. 그 후에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그러다가 푸로펠라에 부딪쳐서 죽은 새들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웨이크도의 비행장 주변에는 전쟁 때 폭격이나 포격을 당해 파괴된 군사장비의 잔해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태평양전쟁 초기(1941.12.11) 웨이크도에는 2개 중대의 미 해병대 병력과 약간의 전투기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미 해병들이 그 섬에 상륙을 기도한 일본군을 격퇴시킬 때 해안포대의 해안포는 일본 구축함 하야데(疾風)를 격파하고 전투기 한 대는 일본 구축함 기사라기(如月)를 격침시켰다는 전사상의 기록을 어떤 서적을 통해 읽은 적이 있었던 나는 문득 항공기가 착륙할 때 그 휘황한 기체의 라이트 속에 비친 그 녹슨 해안포가 역사의 교훈을 위해 그대로 남겨둔 일본 구축함 하야데를 격파한 수훈의 해안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었다.
웨이크도에서 하와이까지는 약8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니까 동경에서 하와이까지 가는데 24시간이 걸린 셈인데, 오늘날엔 8시간이면 충분하니 꼭 그 3배가 된다.
그 런데 난생 처음 가 본 그 하와이라는 섬은 마치 지상천국과도 같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시가지의 건물은 대부분이 단층건물과 2층건물이었다. 남방 특유의 열대식물과 아름다운 꽃들이 모양새 좋게 가꾸어져 있는 거리에는 타이어 바퀴가 달린 전기버스가 궤도 위를 서서히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가지의 요소요소에는 만국기를 결어 놓고 중고자동차를 매매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광경을 목격했던 나는 역시 미국이란 나라는 잘사는 나라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간 하와이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 일행은 섬을 일주하며 여러가지 풍물과 산업시설도 견학하고 관광했다. 그때만 해도 하와이는 관광지로서 보다는 하와이의 주산업인 파인애플과 사탕수수의 생산지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었다.
부두에는 파인애플과 사탕수수를 선전하기 위해 세워놓은 대형 광고판이 낮선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는데 나의 눈에는 그 광고판이 매우 인상깊은 물체로 비쳐지고 있었다.
한국의 이민 1세들이 허리가 굽어지도록 고생을 하고 있던 사탕수수밭을 둘러보고 깊은 감회에 젖었던 나는 파인애플 재배농장을 방문했을 때 6~7개의 밭고랑에 옆으로 늘어선 6~7명의 인부들이 콤베아벨트가 달린 파인애플 추수장비를 따라 다니며 낫으로 벤 파인애플을 그 장비 맨 뒷쪽에 붙어 있는 홈 같이 파여진 길다란 투입구에 집어 던지고 있는 인상깊은 수확장비를 목격하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고, 또 그 농장 한머리에서는 그 기계장비의 내부에서 일정한 처리과정을 거쳐 쏟아져 나온 파인애플을 거두어 대형 트럭에 적재하여 파인애플 통조림 제조공장으로 부지런히 운반해 가고 있었다.
와이키키 해변에는 수십 채의 원주민 초옥이 있었다. 그 원주민들의 초옥에는 촛대처럼 길다랗게 만들어진 약 1미터 높이의 등장에 호롱불같은 심지불이 타고 있었는데 식물성 기름으로 불을 밝혀 놓은 그 원시적인 조명하에서 마셔 본 칵테일 맛과 겨우 젖가슴만 가리고 풀로 만든 초미니 치마를 걸쳐 입은 7~8명의 하와이안들이 큼직한 엉덩이를 꼴사납게 흔들어 대며 추고 있던 그 훌라춤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환상적인 것이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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