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7. 휴전후 해병교육단(海兵敎育團)
(5) 진주만(眞珠灣)과 해군 BOQ
하와이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일행이 숙박했던 곳은 진주만에 있는 미 해군의 독신장교숙소(BOQ)였다.
1942년 12월 8일 일본 해군의 항공특공대가 기습공격을 감행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의 진원지가 되었던 진주만에는 그 당시 피격을 당해 대파를 당하거나 침몰을 당했던 일부 군함들의 잔해가 그대로 방치되어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게 하고 있었다.
한편 해군과 해병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던 BOQ에는 에어콘 시설이 없어 더워서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BOQ에서 김 사령관과 나는 때마침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길에 하와이에 기착한 해군본부 참모차장 김일병 제독을 만나게 되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우리 해군과 해병대의 병력씨링(Ceiling) 문제가 어떻게 결정이 되었는가를 알아보았더니 해군 씨링은 16,000명 선으로 확정이 되었다고 했고, 해병대 몫은 25,000명 선은 되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미 해병대사령부로 가서 직접 알아보고 더 달라고 요구해 보라고 했다.
김 제독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사령관과 나는 우리 해병대의 씨링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했다. 그때 김석범 사령관은 우리 해병대의 병력 씨링이 해군의 2배가 되는 32,000명 선은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와이에서 이틀간은 체류한 우리 일행은 프로펠라 군용기를 타고 그 다음날 약 16시간의 비행 끝에 센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샌프란시스코의 산과 들은 한국의 늦가을과도 같은 누른 빛깔을 띠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일행은 트레줘 아일랜드의 미 해군기지 내에 있는 BOQ에 여장을 풀고 이틀간을 머물며 시가지 구경도 하고 유명한 금문교(金門橋) 구경도 했는데, 모든 것이 신기하고 인상깊은 것들이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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