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7. 휴전후 해병교육단(海兵敎育團)
(7) PL-480호
그런데 미 해병대사령부에서 정해 놓은 우리 해병대의 병력씨링을 알아본 김석범 사령관은 그것이 자신이 제시하려고 한 32,000명 선에 휠씬 미치지 못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나 결국 그 문제는 미 해병대사령부에서 절충안으로 제시한 27,500명의 병력씨링은 전투병력 18,500명과 사령부, 교육단, 보급단, 막사 및 백령도 경비부대 요원까지 포함한 숫자였다.
그리고 절충선을 제시하면서 미 해병대측에서는 특히 단서(但書) 조항과도 같이 '한국이 자립경제를 이룩할 때까지'라는 전제를 두고 있었는데, 그러한 전제는 곧 한국이 자립경제를 이룩하게 되면 씨링을 더 늘여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새겨들을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국가예산은 PL(公法)-480호에 의해 무상(無償)으로 원조해 주고 있던 미국 정부의 잉여농산물(소맥과 콩, 옥수수 등)을 판매해서 얻어진 수익금의 약 80퍼센트를 가지고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3년간의 전쟁이 가져다 준 필연적인 결과였지만 각종 산업시설물은 잿더미로 화해 버렸고, 전쟁고아들과 거지와 실업자와 집 잃은 전쟁난민들이 온 나라 안에 득실거리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쟁 때 북으로부터 월남한 난민들이 수백만을 헤아리는 실정이었으므로 제대로 국고(國庫)를 채워 줄 세원(稅源)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PL-480호에 의해 원조되고 있던 잉여농산물의 판매대전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그렇게 하여 조성한 국가예산의 약 35프로를 국방비로 책정하여 장병들의 주부식과 피복 및 급여금으로 충당해야 했으므로 무턱대고 많은 병력을 고집할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여담이지만 어려운 국가예산 사정 때문에 4·19후에 탄생된 민주당 정권 때 장면(張勉) 국무총리는 집권하자마자 선거 때 공약을 한 바 있던 10만 감군을 실현시키기 위해 김영선(金永善) 재무장관을 미국으로 보내어 그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언급이 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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