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7. 휴전후 해병교육단(海兵敎育團) (9) 미 해병대 박물관(博物館)

머린코341(mc341) 2014. 8. 27. 21:43

국방의 멍에 - 17. 휴전후 해병교육단(海兵敎育團)

 

(9) 미 해병대 박물관(博物館)

 

  콴티코의 미 해병교육기지 내에는 미 해병대의 역사박물관이 건립되어 있었다. 미 해병대의 장구한 역사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을 관람해본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미 합중국이 독립하기 전인 1775년 연합식민지 의회의 결의에 따라 창설을 보게 된 미국 해병대는 제일 먼저 외국땅에 미국 국기를 게양한 기록을 비롯하여 제일 먼저 트리포리의 요새에 미국 국기를 게양한 기록, 제일 먼저 함선을 타고 가면서 비행기를 격추시킨 기록 등 ‥‥‥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특히 태평양전쟁 때는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빛나는 승전기록을 세웠는데 미국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증언해 주는 수많은 전쟁유물이 박물관에 진열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물관의 한 코너에는 우리 일행의 시선을 못박게하는 놀랍고 진귀한 사료(史料)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사료들이란 곧 신미양요(辛未洋握) 때 강화도를 침공했던 미국 함대의 해병들이 노획했던 조선군 군사들의 무기(소총과 화포 등)와 군복, 투구, 깃발, 나팔, 문서류 등이었다. 그러한 유물들을 관람하는 동안 나는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국가간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했듯이 신미양요가 있은 지 약 80년 후 대한민국이 공산침략을 받았을 때 미국이 유엔군의 주축이 되어 침략군을 응징하는데 앞장섰고, 또 휴전후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한국과 동북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안전을 위해 함께 대처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 해병대사령부에서 우리 해병대의 병력씨링 문제를 매듭짓고 콴티코의 미 해병교육단을 방문하는 등 매우 유익하고 보람있는 일정을 보내었던 김석범 사령관과 나는 9월 하순경 귀국의 길에 오를 때까지 미 해병대사령부에서 짜놓은 안내스케줄에 따라 미 해병대의 신병훈련소와 2사단의 기지가 있는 동해안의 캠프 레쥰(Camp Lejune)과 2사단 기지가 있는 LA지구의 캠프 팬들톤(Camp Pendleton)을 시찰한 다음 LA와 뉴욕에 들러 관광도 했다.

 

  캠프 레쥰과 캠프 펜들톤을 시찰하는 동안 나는 장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미 해병대의 숨결과 고동을 느낄 수가 있었고, 그러한 감회를 느끼면서 우리 해병대의 비전도 생각해 보았다.

 

  그 당시 디즈니랜드와 헐리웃이 자리잡고 있던 LA는 신도시로 탄생된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초행길의 먼 이국인들에게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문화적으로도 선진해 있는 미국이란 나라 전체가 마치 천국과도 같이 느껴졌고, 또한 창공 높이 솟아 있는 놀라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구경해 볼 수 있었던 뉴욕도 역시 화려하고 인상깊은 도시로 비쳤다.

 

  그리고 오늘날에 와선 허름한 케주얼 복장이 유행을 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미국의 대도시에서 대할 수 있었던 도시민들은 하나같이 옷들을 산뜻한 정장으로 차려입고, 그위에 머리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반들거리는 구두들을 신고 있는 모습들로 하여 모두 선남선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