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멍에 - 18. 사단장 시절(師國長 時節)
(1) 송충이 사단장(師團長)
1954년 2월 1일 전투단에서 여단으로 승격한 그 다음 해인 1955년 1월 15일부로 여단에 사단으로 승격이 된 해병대의 전투주력부대(해병 제1상륙사단)는 휴전 후 1개 연대병력을 임진강 이동의 접적지역에 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김포·강화지구에 배치한 가운데 휴전선의 방어와 각종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당시의 부사단장은 염봉생 대령(그후 김동하 준장과 교체)이었고, 참모장은 이학문(그 후 김윤근 대령과 교체) 대령이었다.
그런데 사단장으로 취임한 후 나는 특히 부대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부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부대가 배치된 지역이 수도 서울의 관문이었으므로 그만큼 그런 일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임 사단장 시절에는 그러한 사고 때문에 1개월간 장병들의 외출을 중지시킨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듣고 있었는데, 문제는 서울로 외출나간 대원들이 주로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거리를 지나치다가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비위가 뒤틀리는 일이 있을 경우 그냥 봐 넘기지를 못하고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해병대를 개병대로 부르는 사람이 있기까지 했다.
휴전 후 서울로 외출 나간 대원들이 간혹 그러한 사고를 일으켜 발생을 빚었던 것은 해병들이 휴전 직전까지 수도 서울의 관문을 믿음직스럽게 지켜낸데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눈꼴 사나운 일들에 대한 울분으로 토해 낸 일종의 만용이긴 했겠지만 아무튼 그러한 일로 전쟁 때 피흘려 쌓아 올린 부대의 찬란한 전통과 명예를 함부로 손상시킨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되었다.
그리고 내가 염려했던 것은 비단 그러한 문제 뿐 아니라 피복이나 휘발유 또는 자동차 부속품 등의 군수물자와 식량 등을 부정처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도 철저히 강구해야만 했다. 물론 그런 부정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지만 휴전후 군 내에서는 「송충이 사단장」 이란 말이 생겨났었다. 그러한 말이 생겨나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일선지구에 배치된 어떤 사단의 지휘관이 후생사업을 위해 관할지역 내에 있는 야산의 수목을 마구 베어 토굴에서 숲을 구워 후방으로 반출하여 매각한데서 유래된 것이었는데 3개 사단의 사단장을 역임했던 어떤 사단장은 송충이떼에 의한 산림의 황폐화는 약과이고 그가 거쳐온 지역의 산들을 온통 벌거숭이 산으로 화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 당시 전후방 부대의 급식과 관련된 낱말 가운데는 「나이롱국」 이니 「황우도강탕」 이니 하는 따위의 유행어가 있었는데, 그러한 유행어가 해병사단 내에서는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말단부대의 취사장까지 순시하며 직접 점검하는 가운데 사단본부 근무대대에서 각 연대본부와 대대본부를 거쳐서 중대본부 취사장까지 내려 보내고 있는 부식물이 혹 그 양이 점차 감소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하였다.
즉 근무대대에서 부식물을 조달해 오게 되면 그것을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내려 보내지 않고 일단 그것을 특별히 설치한 하치장에 옮겨다 놓고서 그곳에서 사단 내의 전 취사장을 일련번호로 매김과 동시에 인사일보(人事日報)에 근거한 각 취사장별 취식인원을 기재한 취사장별 취식 인원표에 입각하여 부식물을 저울에 달아 공정하게 배분한 다음 포장을 해서 취사장 넘버와 취식 인원수가 적힌 꼬리표를 달아 각 취사장으로 내려 보내게 했던 것인데, 그런 목적을 위해 부식물의 하치장이 설치되었던 곳은 불광동(佛光洞)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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