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8. 사단장 시절(師國長 時節) (3) 두 차례의 헬기추락사고

머린코341(mc341) 2014. 9. 1. 04:46

국방의 멍에 - 18. 사단장 시절(師國長 時節)

 

(3) 두 차례의 헬기추락사고

 

  나이트메어 훈련기간중 나는 두 차례의 헬기 추락사고를 당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운이 좋아 두 번 다 가벼운 상처조차 입지 않고 위기를 모면 했다.

 

  첫번째의 사고는 미 1군단 본부에서 제공해 준 바나나형 프로펠러가 달린 다인승 헬기를 타고 나이트메어 훈련장으로 가던 도중 6·25 전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산정호수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훈련 지원부대에 잠깐 들려 점심식사를 마치고 연천으로 향하다가 나직히 떠 오른 그 헬기가 산정호수 상공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뒷쪽 꼬리 부위에 달린 프로펠러에 이상이 생기는가 싶더니만 이내 중심을 잃은 기체의 후미가 털썩 엉덩방아를 찧듯 아래로 내려 앉는 바람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듯한 위기감을 느꼈으나 다행히도 내려 앉은 곳이 수심이 얕은 그 호수의 갓 부분이었고, 또한 떨어질 때 기체의 고도(高度)가 불과 1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기체도 크게 망가지지를 않았고, 헬기에 타고 있던 미군 조종사와 나를 비롯한 몇 명의 대원들도 무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의 경우는 미 1군단에서 제공해 준 2인승 헬기를 타고 연천으로 가던중에 발생한 추락사고였는데, 그때에는 엔진에 고장을 일으킨 헬기가 미 육군 7사단 본부 앞의 보리밭에 추락했으나 더부룩하게 자라나 있던 새파란 보리밭이 충격을 완화시켜 주었기 때문인지 프로펠러가 망가지는 등 기체는 다소 파손이 되었으나 다행이도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추락한 장소가 7사단 본부 바로 앞이어서 사고가 발생하자 사단 본부에서 급히 소방차를 출동시켜 긴급 구호에 임했고, 또 내가 구급차를 타고 사단 본부에 도착하자 사단 본부에선 나에게 7사단의 헬기를 제공하여 연천으로 갈 수 있게 편의를 도모해 주었다.

 

  이런 일과 함께 떠 오르는 또 한 건의 헬기 추락사고는 해병사단에서 감사를 마치고 의정부로 떠난 미국 의회의 감사반이 탑승한 헬기가 가는 도중 엔진에 고장을 일으켜 공중에서 프로펠러가 떨어져 나가 기체가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철기에 타고 있던 4~S명의 탑승자가 전원 죽음을 당한 끔찍한 사고였는데, 그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그 후 끔찍스런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는, 내가 겪었던 두 차례의 사고를 떠 올리면서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미국 의회의 감사반이 한국군에 대한 감사를 했던 것은 미국의 군원물자가 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조사하여 의회에 보고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러한 감사는 해마다 실시되고 있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