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4) 5·16 軍事政變

머린코341(mc341) 2014. 9. 6. 14:43

국방의 멍에 - 19. 海兵隊 司令官 時節

 

(4) 5·16 軍事政變

 

  군사정변이 일어났던 그날 새벽녘 나는 전날 밤 식중독으로 않게 된 복통과 탈수증 때문에 제대로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식중독에 걸리게 되었던 것은 그 전전날 내가 묵호 해군기지를 시찰하고 돌아오는 길에 모처럼 아내와 함께 정동진(正東津·명주군 강동면)에 있는 처가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아침 일찌기 떠나올 때 처가에서 마련해 준 김밥 때문이었다.

 

  그 김밥을 그날 오전에 먹었더라면 그런 변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오는 도중 그 김밥을 먹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그날 오후 2시경까지 차안에 싸 두었다가 먹는 바람에 그것이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그날 밤중에 내가 심한 설사를 하여 탈수증에 걸리자 집에서는 의사를 모시고 와서 응급치료를 하는 등 몹시 애를 먹은 모양이었다.

 

  한데 탈진을 한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아침 6시경 부사령관 고길훈 소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충격을 받았다.

 

  고 장군의 말에 따르면 김포 여단의 일부 병력이 오늘 새벽 전차를 앞세우고 한강을 건너 서울 시가지로 진입했다고 했고, 차량에 탄 해병들이 부르고 있는 '나가자 해병대'의 군가소리가 사령부까지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중앙방송국 라디오방송을 통해서도 보도가 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보고를 받은 나는 즉시 라디오의 스위치를 켰더니 과연 그러했다. 방송을 들어보니 부패된 현 정권을 신임할 수가 없으므로 국민이 민생고에 허덕이는 이때 조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한 것이라고 했고, 군사혁명위원회에서 입법·사법·행정을 완전 장악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6개 항의 혁명공약을 되풀이 방송했는데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장도영 중장의 이름으로 된 그 6개 항의 혁명공약은 다음과 같다.

 

1. 지금까지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체제를 재정비 강화한다.

2.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성실히 이행하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과의 우대를 한층 더 공고히 한다.

3. 현 정부의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진작시킨다.

4. 절망과 기아 속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체제를 완성한다.

5. 국민의 숙원인 국토통일을 위하여 반공실력을 배양한다.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새롭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한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