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잡는 포로 체험훈련 (조갑제닷컴, 2014.09.03)
경험 미숙과 무모함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특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포로 체험훈련을 받던 부사관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숨진 부사관들은 부대 內 모의훈련장에서 5인 1조로 포로 체험훈련을 받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포로 체험훈련이란, 敵陣(적진)에 잡힌 我軍(아군) 포로에 대하여, 敵軍(적군)이 군사 기밀을 알아내기 위해 심문할 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군사 기밀을 실토하지 않도록 견뎌내는 극기훈련이다. 軍은 포로체험 훈련을 올해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훈련 全과정이 녹화된 CCTV를 확인해 봐도 제시된 훈련 외에 다른 물리적 폭력 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군인들을 검안한 병원 측의 최초 소견 역시 질식사였다고 밝혔다. 금번 적용된 훈련 과정은, 포로로 체포된 상황에서 무릎을 꿇은 상태로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두건을 쓰고 1시간 이상 버티는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금번 시행한 포로 체험훈련이 필연적으로 人命사고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무모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한다. 軍 당국은 다음과 같이 훈련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1. 한국軍만 유일하게 하는 독창적인 훈련이 아니라 선진 외국 군대에서도 실시하는 훈련으로, 외국군(특히 美軍)의 유사한 훈련 교범을 참조하여 한국군 실정에 맞도록 훈련 敎範(교범)을 만들어 적용한 것이다.
2. 의학적·생체공학적 측면을 고려하여 성인 남성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부여하여 교범을 만들었고 그 교범을 따랐다.
3. 두건을 씌운 것은, 실제로 중동·아프간戰에서 생포된 美·영국군 포로들을 이슬람軍이 심문할 때 두건을 씌웠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4. 평소에 강한 훈련을 견뎌낸 군대만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특수전 부대도 이런 훈련을 실시한다. 훈련 과정에서 희생자가 간간히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美軍은 이 훈련 중 사망자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심층 분석해 안전 보완책을 마련한 후 실시한다고 한다.
체질에 따라 혈압이 높은 사람, 밀폐 공포증 등 다양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런 훈련을 받기에 부적합하다. 심지어 몸을 결박당한 상태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으면 혈전증으로 죽거나 졸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밀폐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거나 두건 등을 얼굴에 씌우면 10분 이내에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심혈관이 파괴되거나 심장이 멈춰버릴 수 있다고 의학계는 밝히고 있다.
사람의 양손을 뒤로 묶어 한 시간 동안 앉아있게 하면, 편한 자세로 있더라도 혈압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편하게 앉는 것이 아니라 무릎까지 꿇게 하면 다리가 저려오는 고통까지 더해져 이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숨은 가빠지고 혈압은 급상승한다. 여기에 자루까지 덮어씌우면, 숨이 콱콱 막힌다. 집에서 10분만 해보면 알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혼절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뇌에 산소 공급이 단절되거나 줄면 뇌성마비가 올지도 모른다.
비닐 봉지가 아니라 공기가 통하는 두건인데 산소 공급이 안 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은행 강도들이 머리를 전부 가려도 눈과 코, 입이 드러나는 후드를 쓰는 이유도 호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두건이라고 해도 공기는 원활하게 통과하지 못한다. 산소가 들어갈 자리에 호흡으로 뱉어낸 일산화탄소가 두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한 채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신체가 요구하는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두건을 쓰면 머리 부분의 체온이 올라가고, 체온이 상승하면 혈압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되고 체온과 혈압도 동반 상승한다. 체온이 상승하면 내뱉는 공기에 많은 수증기가 포함되고, 그 수증기는 두건을 적시고 두건 천의 성긴 공간, 즉 공기가 출입하는 통풍구를 차단해 시간이 흐를수록 신선한 공기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美軍은 이 훈련에 임하기 前, 신체적으로 훈련에 부적합한 군인을 제외하고, 혈압 체크 등 간단한 검사를 한 후에 적합한 인원에 한해 훈련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훈련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장병들에게 훈련 전에 告知(고지)해 자신이 없는 장병은 제외시키거나 체험 시간을 단축하는 등 선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훈련 중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구급 요원을 대기시키고 당사자의 혈압 등을 주시하다가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장병들은 즉각 훈련을 중단시킨다.
우리 한국군이 이런 안전 및 先行(선행) 예방 조치를 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美軍은 이런 사전 조치를 취한 뒤 훈련을 함에도 인명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자 포로 체험훈련에 대한 발상을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네바 협정의 3차 협약, ‘포로의 대우에 관한 조약’에 따르면, 포로를 학대하거나 고문해서는 아니되며 포로는 계급, 군번, 성명만 밝히면 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敵軍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제 戰場(전장)에서는, 敵軍의 규모, 주둔지, 보유 무기, 작전 계획 등 군사기밀을 탐지하기 위해 제네바 협정의 준수는 무시한 채 악랄한 고문은 물론이고 포로 중 일부를 처형하면서까지 군사기밀의 실토를 강요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월남전, 아프간戰 때 포로로 잡혔던 美軍 중 아무리 혹독한 포로 체험훈련을 받은 군인이라도 무지막지한 고문 앞에 굴복하지 않는 군인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군사기밀을 吐說(토설)하지 않는 군인이 없었음을 실전에서 경험한 美軍은 한때 포로 체험훈련의 무용론이 제기되었다. 최근엔 포로로 잡혔을 때의 상황 설정보다는 강인한 인내력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담력을 양성하는 차원에서 일반 군인들은 제외한 특수전 부대 요원들에 한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실정이다.
즉, 군사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軍 작전계획을 포함한 주요 군사기밀 자체를 극소수의 인원만 알 수 있도록 했다. 我軍(아군) 병사가 생포되었을 시 가급적 비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경험 미숙과 무모함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강인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감수하다가 희생된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이들이야말로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가 유공자임이 분명하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육군은 본 사고를 교훈 삼아 훈련 개선 보완책을 마련, 더 이상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조갑제닷컴, 조약돌(회원)
http://www.chogabje.com/board/column/view.asp?C_IDX=57146&C_CC=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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