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새 방위지침에 워싱턴 환영…재무장화 우려는 `실종'> (연합뉴스, 2014.10.09)
일본 사전작업 효과?…싱크탱크 전문가들 "한국 우려는 기우"
일본 자위대 훈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지리적 제약 없이 미·일간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새 방위협력지침을 마련한 데 대해 워싱턴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의 기류는 '환영'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비 삭감과 신(新) 고립주의 확산 속에서 미국의 안보 부담을 적극적으로 나눠지겠다고 나선 일본을 한목소리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군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로 표출된 일본 아베 정권의 급속한 우경화 움직임과 그에 따른 '재무장화'를 경계하는 한국 내부의 우려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아주 극소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한국 내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에 일방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나는 기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부시 연구원은 이어 "나는 일본이 한국의 허가 없이 무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며 미국 역시 일본의 일방적 개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합리성을 띠고 있으며 한국과도 충분히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방위협력지침이 한국 안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오히려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같은 잘못된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이것은 오히려 한국의 안보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새 방위협력 지침은 동북아 역내의 안보도전에 대처하고자 동맹 사이에 더 큰 협력을 이뤄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가세했다.
팔 연구원은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쉽다"며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새 방위협력 지침은 동북아의 안보도전과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대한 미·일동맹의 점진적 진화로 볼 수 있다"며 "아베 정권이 더 큰 안보적 기여를 하겠다는 미국과의 오래된 약속을 마침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지침은 일본 주변국에게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의 고위관리들은 한국의 동의 없이는 자위대를 결코 한국의 작전구역에 파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고 밝히고 "미·일동맹의 변화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해이자 잘못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역할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넷 연구원은 "한국의 사전동의 없이 한반도 무력분쟁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미국이 허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일본의 역할은 사이버전쟁 대처와 상선보호, 북한 선박의 대량살상무기(WMD) 운반 차단, 공해상에서의 북한 난민 구출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과 대미(對美) 군사지원 역할의 확대가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의 연장선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국방예산 삭감에 따라 미국의 자원이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아시아의 동맹인 일본이 지역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핼핀 연구원은 그러나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감당하려면 독일과 이탈리아처럼 위안부 문제 등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문제들을 해결하는게 매우 긴요하다"며 "그럴 때만 아시아는 앞으로 나갈 수 있고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은 합리적"이라며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의 전반적 기류가 새 방위협력지침을 환영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미국 내부적 상황과 일본 아베 정권의 군사력 확장 의지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와 아프간 등 전쟁에 지쳐 있고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에 따라 국방비가 대폭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안보부담을 덜어줄 파트너가 절실하다"며 "일본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니 환영하지 않을 리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올해초부터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큰 손'으로 불리는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을 앞세워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워싱턴 내 친일(親日)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행한 사전 정지 작업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워싱턴 내 싱크탱크들은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과 군사역할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과거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재무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일동맹의 역할이 확장된다고 해서 한·미동맹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역내 군사적 역할 확대가 주변국과 마찰을 빚거나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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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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