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20) - 미 해병대와의 만남

머린코341(mc341) 2014. 11. 16. 16:37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20) - 미 해병대와의 만남


한국 해병대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치른 진동리전투에서 미 해병대와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미 해병제1임시여단장 크레이그(Edward A. Craig) 준장 예하 5연대 3대대장 태플리트(R. Taplett) 중령을 알게 된 것은 하늘이 우리 해병대에게 내린 운명의 천연(天緣)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한국 해병대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우리도 훈련을 더 열심히 해서 저런 군대가 돼야겠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것이다.

 


진동리에서 김성은 부대장과 처음 만나 한국 해병대 발전에 천연(天緣)을 남긴 미 해병 제5연대의 지휘관들,

(앞줄 왼쪽부터 연대장 머레이 중령, 부연대장 헤이스 중령, 뒷줄 왼쪽부터 제2대대장 로이스 중령, 제1대대장 뉴튼 중령, 제3대대장 태플리트 중령)


진동리 북방 4킬로미터 지점 일대의 높고 낮은 고지들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는 전투에서 한국 해병대원들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미 해병대를 처음 보았다. 전투 중에도 여유 있는 태도와 느긋한 표정들이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개인화기를 비롯한 전투장비였다.


미 해병대는 한국 해병대의 용맹성에 놀랐다 한다. 무모해 보일 만큼 용감한 돌격과 민첩한 행동, 놀라운 단결력과 협동심을 보고 그들은 한국에도 해병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반가웠다고 했다.


당시 이 지역에는 킨 소장이 지휘하는 미 육군25사단이 배치돼 방호산 소장 휘하의 인민군 6사단의 동진(東을進 )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전세가 밀리기 시작하자 미 24사단 1개 연대와 미 해병 제5연대(1여단) 병력이 긴급 투입됐다.


“한국 해병대와 만나게 돼 정말 기쁩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잘 싸우는 해병대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마산으로 통하는 도로를 완전히 장악하는 작전임무가 끝난 뒤, 미 해병제1임시여단장 크레이그 준장은 김성은 부대장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미국 해병대를 만난 것은 큰 행운입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김부대장도 솔직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한국전쟁 발발 후 동원령 선포에 따른 심각한 시간부족으로 상륙군 동원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미 해병대가 얼마나 한국 해병대 발견의 감격을 표현하였는지, 후에 미 해병사단장을 지낸 스미스 장군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우리가 전동리에서 한국 해병대를 만난 순간, 우리는 신이 지상에 내려온 것 같은 기적을 체험했다.”


이날 이후 양국 해병대는 한국전쟁에서 한몸이 돼 싸우고, 훗날 베트남전에서도 진한 우정을 다지게 된다.


“미국 해병대는 정말 대단한 부대야. 통영작전 2차 전투 때는 찌는 것처럼 날씨가 더웠는데도, 조금도 처지지 않고 힘차게 밀고 나가는 거야. 그때가 아마 40도 가까이 됐는데, 그 무더위 속에 서로 격려해 가면서 지리도 모르는 이국 땅 산천을 우직하게 전진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


훗날 김부대장은 그때 본 미 해병대를 이렇게 회고했다. 탁월한 전투력, 뜨거운 전우애, 명령에 철저히 따르는 엄정한 군기, 필승의 신념…. 무적해병의 원천은 그것이었다고 했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